입을 여는 나무
듣는 길
한줄기도 없는 이곳에 와서야
비로소
내 말이 숨을 멈추네
아니, 제 숨을 찾은 듯
산으로 들로
땅칡처럼 뻗어나가네
설사 입이 있어도 열지 않을
귀가 있어도 듣지 않을
저 나무와 풀잎들의 깊은 의중을 헤아린 듯
고갤 끄덕거리며
푸른 솔가지처럼 내걸린 하늘 한쪽으로
새가 되어 날아오르네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3.03.09. -
심심산천(深深山川)은 깊고 깊은 산천이라는 뜻이니 외따로 떨어져 궁벽한 곳이다. 인적이 끊어진 곳이요, 왕래가 두절된 곳이다. 세속으로부터 아주 먼 곳이다. 시인이 다른 시 ‘심심산천 1’에서 적고 있는 것처럼 “나무와 풀잎들이 산속으로 산속으로/ 길을 내고 들어가/ 보다 더 깊은 숲을” 이룬 곳이다. 시인은 그곳에 이르러 깊은 숲을 만난다. 거기서 “제 숨을 찾”는다. 제 숨을 찾았다는 것은 제 생명에 맞는 고른 호흡과 안심과 고요와 평온을 얻었다는 뜻일 테다. 그리고 거기서 다른 생명의 “깊은 의중”을 헤아릴 줄도 알게 된다. 허언(虛言)을 버리고, 말이 없어도 상대방의 속마음을 알게 된다.
이 시를 읽으면서 겉만 보기 좋게 꾸미어 드러냈던 과거의 일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허투(虛套)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깊은 산천에 제 숨이 있듯이 빈껍데기 같은 말과 요란한 말을 버린 곳에 큰 공감과 참된 이해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