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만 39세부터 희망퇴직 대상
작년 5대 은행 퇴직금 평균 5.4억원
은행들이 이자 수입으로 올린 역대급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와중에 30~40대 젊은 은행원들이 잇따라 짐을 싸고 있다. 희망퇴직으로 얻을 수 있는 두툼한 지갑을 통해 ‘파이어족’(조기은퇴 희망자)으로 인생 2막을 설계하려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 노사는 희망퇴직 조건에 합의하고 이르면 주말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대상은 부지점장 이하 모든 직급으로 근속연수 15년 이상, 1983년생 이전 출생 직원이다.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만 39세 직원까지 퇴직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는 신한은행 역대 희망퇴직 대상 나이 가운데 가장 낮다.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되면,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 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말 하반기 희망퇴직을 미리 끝냈다. 만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으로부터 신청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60명이 짐을 쌌다.
이들은 최대 24개월 치 월평균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받았고, 1968~1971년생 퇴직자에게는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도 지급됐다. 앞서 올해 1월 희망퇴직 때는 36개월의 특별퇴직금이 주어졌고, 지원 금액도 더 많았다.
은행들이 비교적 젊은 직원까지 희망퇴직을 받는 데는 표면적으로 오프라인 점포 축소로 은행원 수를 줄일 필요가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희망퇴직 급증에는 직원들의 자발적 퇴직 수요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30~40대 직원들 사이에서 ‘퇴직 조건이 좋을 때 떠나자’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2022년 1인당 평균 퇴직금은 5억 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법정 기본퇴직금 1억 8000만원에 희망 퇴직금 3억 6000만원을 합한 것으로, 2021년(5억 1000만원)보다도 3000만원 늘었다.
근속 연수가 많고 직급도 높을 경우 특별퇴직금까지 더해 퇴직 시점에 10억원 안팎의 거액을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하나은행의 한 희망퇴직자는 상반기에 총퇴직금(기본퇴직금+특별퇴직금)으로 11억 3000만원을 받았다.
이처럼 좋은 희망퇴직 조건과 조기 퇴직 수요가 합쳐져 지난해 말부터 2개월 사이 5대 은행에서만 모두 2222명(KB국민 713·신한 388·하나 279·우리 349·NH농협 493)이 짐을 싸서 떠났다.
최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