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날입니다.
한가위 연휴를 잘 보내고 우리는 농사로 만납니다.
동무들은 하사마을과 우리 논을 돌아 배움터로 들어오고 배움지기와 한옥현 선생님은 밭을 둘러보며 배추며 쪽파가 잘 자라주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나눕니다.
올 가을은 가물어 밭작물이 힘을 못 받고 있습니다.
무는 두 번이나 파종했지만 김장 담그는 시기까지 크지는 못 할듯 합니다.
그래도 배추와 쪽파가 그림처럼 잘 자라고 있어, 보고 있으면 흐뭇하지요.
오늘은 논에 가서 피사리를 하고 대파밭 풀을 뽑아 북을 주고 공양간 옆에 있는 작은 밭에 퇴비를 넣고 은행도 주었습니다.
한가위 연휴를 마치고 오는 날이니 일하는 것이 힘드나 봅니다. 그래도 땀을 흘리며 열심히 밭을 돌봤네요.
호미질을 하면서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 한마디가 생각나더군요.
"나는 나의 과거를 믿는다."
그 사람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성실하게 순간순간을 사는 모습이 보여졌고, 자신과 주위의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살더군요.
그 사람이 믿는 것은 지금껏 성실하게 살아온 자신이라는 말이 눈물겹게 다가오더군요.
가끔씩 '이렇게 열심히 살아서 뭐하지?' 라는 의심을 하고, 한없이 게으름을 피우고 또 피우며 농땡이를 피우지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들이 바뀌는 내가 보입니다.
열심히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이니 열심히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니 나에게 더 오롯하게 마음이 머뭅니다.
준서가 함께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오후는 말씀과 밥의 집 모임, 할머니의 옛이야기, 소현의 리코더, 푸른솔과 밥상공부입니다.
공양간에서 감자로 채를 썰어 부침개를 부치고, 강판에 갈아 감자전을 만듭니다.
간식을 가지러 가니 어린동무들에게도 나누어줍니다.
그것들이 다시 옆 방에서 공사하는 노견에게 한 입, 어린동무들에게 한 입씩 들어갑니다.
재밌다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되었네 싶었습니다.
동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소녀상 앞에서 땅을 열심히 파고 있는 천지동무들과 소현이 보입니다.
물어보니 나무를 심는다고 하네요.
잠시 고개가 갸우뚱.
하지만 이내 '그럴수 있지'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합니다.
하루 마무리를 하고 배움터 살피기를 합니다. 밭에 있는 물호수를 잘 개켜 창고에 넣고, 비닐하우스 앞을 정리하여 쓰레기를 버립니다.
잠시라도 내가 할 일을 하고나면 군더더기의 생각이 없어집니다.
학교배움지기들은 살림이야기를 합니다.
내일 간디학교에서 오는 동무들과 어떻게 맞이하고 어울릴 것인지 다시 검토하고, 토요일에 있는 부모배움과 어머니교사모임에 대해서도, 파티에 나들이 가는 일정도 살피고 준비물도 확인하고, 벼베기의 세심한 이야기도 나누고.
그래도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 주 물날 이른 아침에 만나서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마치고 나오니 목강이 주차장에서 구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네요.
웃음지으며 인사하고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오늘도 다들 애 많이 쓰셨습니다.
사랑어린 날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