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편의 아쉬움 속에 후속편이 9년 후 연달아 나와서 비 포 시리즈가 되었나 봐요.
'Before Sunrise(1995)', 'Before Sunset(2004)' 'Before Midnight(2013)'
20대, 30대, 40대의 사랑, 각각 나이 때의 사랑에 대한 생각과 관점, 그리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아웅 다 웅, 사는 모습까지 모두 감독이 작정을 하고 만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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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요? 20대의 열정적인 사랑(Before Sunrise), 30대의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성숙해지는 사랑(Before Sunset), 그리고 노년에 회상하는 사랑(Before
Midnight)까지 모두 보았는데 제 맘은 넘쳐나는 사랑은커녕 아쉽고 갈증뿐인 걸요.
기왕에 만든 사랑영화라면 왜 50대는 안 만드나요? 나 아직 살아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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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기 전까지 사랑을 하고, 해질녘이 되도록 사랑에 미쳐 산 사람만이 ‘추억하는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 다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ing 타는 목마름은
무엇일까요? 가족들과 그리스로 여름휴가를 온 남자(제시)는 전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아들 헨리를 미국행 비행기에 태워 보낸 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제시는 이제 부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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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셀렌에게 시카고에서 온 가족이 함께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칩니다. 하지만 셀렌은
제시의 말을 ‘꿈을 모두 포기하고 가정을 위해 희생하라’는 뜻으로 오해하고 단박에
거절합니다. 그리스의 친구들이 마련해준 호텔에서 뜨거운 밤을 보내려던 두 사람의
계획은 아들 헨리의 전화를 받고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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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란 그런 거예요 늘 불만족스럽죠. 삶이 원래 그러니까“
“사실 파리는 비올 때 제일 예뻐요.”
“인생은 한번 뿐이야 이 삶보다 더 소중한 게 어디 있어? 매일이 마지막 인데”
“누구나 저마다의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지”
“헤가 뜨고 지듯이 많은 게 참 한 순간이죠. 우리네 삶도 그렇고요.
우린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거니까 우린 누군가에게 소중하지만
잠시만 왔다 가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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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하던 사람과 결혼을 했으니 좋겠습니다. 그런데 웬일일까요?
이들에게 더 이상 비엔나에서 느낀 미묘한 설렘, 파리에서 느낀 애틋한 사랑의
감정은 찾을 수 없습니다. 사춘기 아들을 둔 제시는 배 나온 아저씨가 됐고, 셀렌의
금발은 예전처럼 풍성하고 아름답지가 않아요. 흘러버린 세월만큼 이들의 겉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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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변했어요. 외모뿐 아니라 대화의 내용도 완전히 달라졌어요. 처음엔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능금이 익어가는 대화를 하나싶더니만 영화 중반을 넘어서면서 가시
돋친 설전이 오갑니다. “너를 위해 내 평생을 다 바쳤는데 너는 뭐냐”고 공격하고,
서로를 ‘사이코와 똑 순이 사이’, ‘호텔 죽 돌이‘라고 맹렬히 비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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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부터 성격까지 몰라보게 달라진 제시와 셀렌의 현재가 놀랍지만, 그들의 오랜
인연을 다 지켜본 제 마음도 짠해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이것이
현실이며 또 사랑입니다. 인정하든 말든 사랑과 연애가 주는 행복한 순간은 잠시잠깐
입니다. 젊고 풋풋했던 시절의 설렘과 두근거림 역시 그 시기에만 느끼는 특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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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연인, 부부라면 제시와 셀렌의 달라진 모습이 오히려 반가움과 공감대를
느낄 것입니다. 열정적인 사랑(Before Sunrise),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성숙해지는 사랑(Before Sunset)은 알 것 같은데 Before Midnight은 글쎄요?
경험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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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want true love, then this is it.
This is real life. It’s not perfect, but it’s real.
Still there.
진정한 사랑을 원한다면, 바로 이거야.
이것이 현실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진짜다. 아직 있다.
2020.4.3.fri.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