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무도회 외 1편
김자흔
서툴긴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일은 나아갈 일
우리가 자라 눈물 흘리는 바람에
강은 자꾸 깊어졌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단단한 내일을 들여놓는 또 다른 흔들림에
빛나는 저 세상
계절은 두려움을 숨기지 않는다
몰랐던 시간을 출발했다 믿고는... 더보기
너는 뒤가 마려운 고양이
그래도 힘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새들의 수다처럼 노는 일만큼 중요한 일도 없고
놀다가 지치면 가면무도회를 연다
보름달이 떠오르는 시간
고양이는 무도회 가면 하나씩을 받아 들고
전봇대 아래로 모여든다
입체적인 자세로
입체적인 모의를 한다
가면 푹 눌러쓰고
조용히 복수의 칼날을 벼린다
고양이는 왜 입체적인가
밤의 여행
각각의 팔레트를 펼쳐 놓은 듯
해 떨어지는 균형적 감각이 필요해요
생의 마지막 장면을 마주하고
그러다 의심이 생기면 내 방식대로
나 홀로 방향감각을 잡아가는 거예요
날씨와 교접한 빛이 폭발될 때
죽은 나뭇가지는 술렁술렁 열매를 맺고
바람의 신은 바다에 물의 벽을 쌓아 올리죠
우연히 맞닥뜨린 자연은 우릴 배신하지 않아요
겹쳐지다 추억하다 붙여져서
유기적 관계로 일어서는 거예요
어제는 우아하고 품위 있게
내일은 또 밤의 숲을 버리려고 해요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붙잡지 마요
얽히고설킨 미로에서
바람 햇빛 소금이 만들어낸
짠맛을 보러 가요
그나저나 오늘이 며칠인지 물어봐도 될까요이래서 밤의 여행이군요
각각의 팔레트를 펼쳐 놓은 듯
해 떨어지는 균형적 감각이 필요해요
생의 마지막 장면을 마주하고
그러다 의심이 생기면 내 방식대로
나 홀로 방향감각을 잡아가는 거예요
날씨와 교접한 빛이 폭발될 때
죽은 나뭇가지는 술렁술렁 열매를 맺고
바람의 신은 바다에 물의 벽을 쌓아 올리죠
우연히 맞닥뜨린 자연은 우릴 배신하지 않아요
겹쳐지다 추억하다 붙여져서
유기적 관계로 일어서는 거예요
어제는 우아하고 품위 있게
내일은 또 밤의 숲을 버리려고 해요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붙잡지 마요
얽히고설킨 미로에서
바람 햇빛 소금이 만들어낸
짠맛을 보러 가요
그나저나 오늘이 며칠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김자흔 시집, 『고양이는 왜 입체적인가』, (시인동네 / 2024)
김자흔
충남 공주 출생. 2004년 《내일을여는작가》로 등단. 시집으로 『고장 난 꿈』 『이를테면 아주 경쾌하게』 『피어라 모든 시냥』 『하염없이 낮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