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야기
그리운 옥이에게
보내준 편지와 소포들을 감사히 받았다. 나 잘 있어.우리 시장 개체호 여러분들 모두 무사히 지내고 있다. 몇해 잘해가던 매대를 팔아버리고 한국에 간걸 대단히 후회한다고?내가 안겨준 꽃다발을 받아 안고 기뻐하며 출국 비행기에 오르더니... 고향과 고향사람들이 그리워 이불깃이 마를 새 없다고? 된감기에 걸려 아침 남새를 썰다가 생강 한 쪼각을 입에 넣은것을 주인 마누라가 보고 욕사발을 퍼붓더라고?... 잘못했다고 빌어서야 용서받았다니 한심하다.생강 한쪽이 그리 아까울가?
네가 한국 간 후 우리 시장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줄가? 이 편지를 보는 이 시간이나마 앓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기 바라는 마음이다.
남새매대 진 아줌마는 조선족 할머니한테 감자 두 근을 떠드리고 있었다.
<<아재,청,꼬꼬디 꼬꼬디 하세.>>
할머니는 안경 너머로 저울을 바라보시며 저울을 높이 뜨라고 잔소리 하신다.
<<콩나물을 어디서 팔아요?>>
중학생이 지나가면서 다급히 묻는다.
<<저쪽에서...>>
진 아줌마는 고개를 숙인 채로 손가락으로 북쪽 방향을 가리킨다.
순간 <<어구마니나...>>
손을 움츠리는 아줌마 옆을 지나가는 손님의 입에 손가락을 넣었던것이다.
<<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
진아줌마는 얼굴이 섭시에 빨간 도마도가 되어 연신 사과했다.
호....호...
다른 이야기 들려줄게. 외지 손님 두분이 버섯매대에 다가섰다.
<<버섯 사세요.캠버섯,솔버섯 老娘버섯입니다.>>
버섯매대 왕 아줌마는 정색해서 말한다.손님들은 두리번거리더니 맞은켠 맛내기매대 박 아줌마한테 다가가 묻는다.
<<아주머니 이 버섯은 무슨 버섯입니까>>
박 아줌마가 보니 노랑버섯이였다. 왕아줌마가 노랑버섯을 <老娘>버섯이라 불렀던 것이다.
하....하... 또 다른 이야기다.
남성 손님 한 분이 닭알이며 남새들을 량손에 가득 들고 미역 두근을 사들고 있었다. 바지가랭이에 퍼런 물건이 달려있는것이 보이는데 일본 군도를 찬것 같다. 찬찬히 보니 시퍼런 칼치 한놈이 대롱 달려있다.손님은 아직도 무엇이 모자라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장 문을 나서고 있다. 아마 칼치가 자원해서 시집가는 모양이다.
어느 날 아침 출근하니 비보가 들렸다. 매일 점심 밀차를 밀고 다니면서 곽밥 팔던 아줌마가 엊저녁에 뇌출혈로 세상떴다는 비보이다.
<<어제 점심에 밀차를 밀며 걸어다니는것이 맥이 없어보이더니...>>
<<전번달 아들이 일본 류학을 갔다고 기뻐하더니...>>
<<집이 공원가에 있는데 남편이 일찍 돌아갔대....>>
여기저기서 곽밥 아줌마를 잃은 섭섭한 말들이 흘러 흐른다.개체호 사람들의 얼굴에는 곽밥 아줌마에 대한 애도가 어려있다. 아침 일은 이런 기분속에서 묵묵히 시작되였다...
<<일년 365일 휴식일 하루없이 일하는 우리 개체호는 죽는 날이 휴식일이지...>>
<<명태매대 리 아줌마도 맛내기 매대 엄 아줌마도 ,버섯매대 김 아줌마도 매일매일 출근하다가 어느 하루 출근 안 하더니 그 전날밤에 사망했지....>>
고달픈 개체호들의 한탄소리,설음소리 들린다...누군가 곽밥 아줌마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곽밥 아줌마가 전화 받더라는 소식이 들린다.
<<아유 갑자기 앓아 누운걸 가지고...헛소문이구나.>>
안도의 한숨이 나간다. 그러나 곽 아줌마에 대한 걱정과 우려는 사라질줄 모른다. 점심시간이다.
<<곽밥 사세요,시원한 랭면드세요.>>
곽밥 아줌마의 사구려 소리가 들린다.
<<야...야...>>
대함성이 메아리진다. 사망했다던 사람이,앓아 누웠다던 사람이 밀차를 밀고 씩씩하게 걸어오는것이다. 갑자기 박수로리가 터진다.그 누가 먼저 쳤는지 박수소리는 점점 높아진다. 이 박수는 아줌마가 살아 있다는 기쁨의 박수였다. 오늘 곽밥은 어느 때와 달리 빨리도 팔렸다.
<<아주머니 장수하겠습니다.>>
축하의 말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곽밥 아줌마가 답례한다. 아줌마는 곽밥 판돈을 몽땅 털어내여 얼음 과자를 사서 개체호 여러분들의 무한한 관심에 감사를 드렸다.
오늘 이야기를 여기서 줄인다. 모든 걸 잡고 견지해 돌아오는 날까지 몸 성히 잘있어.돌아와 매대 사고 다시 시작해. 한국에서 일하는 14시간을 여기서도 일하면 못살건 없어. 우리 모두 이땅에서 우리 두손으로 행복을 만들어 보자꾸나.
안녕히!
<별은 어둠속에서만 빛난다.> 에 있음
첫댓글 시장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고운 자취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쓰신글 잘읽었습니다~~
서투른 저의 처녀작입니다 고운 자취 고맙습니다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사시는 모습 잘보고 갑니다.다 잘사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모두 모두 잘사는날이 금방 올거예요.좋은 날 되세요.
분망한 매대에서 사시는 분이 어쩜 이리도 감칠맛나는 이야기들을 엮어낼수가 있는지 참으로 감동입니다. 구수한 누룽지같은 이야기들이야말로 어떤 명작가의 글보다 더 사람을 매혹한답니다. 이글을 읽는 오늘의 시작이 참으로 신선하고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님의 앞길엔 행복의 큰길이 놓여있는것이 훤히 보입니다. 축복합니다.
서투른 글 치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행복의 길을 내다보자요.
시장엔 재미나고 인정맛이 다분한 이야기가 많네요.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시장에 오시는걸 환영합니다
재미있게 엮은 시장의 에피소드 즐감하고 내립니다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 써서 드릴 겨획입니다 감사합니다
시장의 모습들 보는듯 실감나게 잘 엮었습니다. 잼있게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시장속에 와있는것 같았어요겁게 장보았습니다 오늘도 거운 시간만 되세요
멋있는 자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