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06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06 혼잣말
언제쯤부터인지, 혼잣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딸은 이름이 교코인데. "교코" "교코짱" 하고 부르고 있다 혼잣말이므로 별 용무가 있어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네"하고 대답을 하거나, "왜요?"라고 하면서 오면, 금방 왜 불렀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야"라고 하면 좋을 것을 왠지 그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창피해서 그런 것 같다.
딸이 어릴 적에는 적당히 둘러대도 잘 먹혔지만, 성장함에 따라 금방 들통이 나버린다. 정색을 하고 "네 무슨 일이에요? 방금 나를 불렀잖아요?" 하면서 끈질기게 물어 오는 것도 나를 화나게 한다. 그렇다고 화를 낼 수도 없는 일이다. 혼잣말은 유전하는 것인지 나의 아버지도 줄곧 혼잣말을 하곤 했다.
"아이짱아, 아이짱아"하고 틈만나면 부르고 있어 손님이나 단골가게에서 온 출입자 등이 그 소리를 듣고, "사토씨의 집에 들릴 때마다, 주인 어르신이 막내 아가씨의 이름만 부르고 있는걸 보니 막내 아가씨를 너무 귀여워하나 봅니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무렵은 나도 아버지의 혼잣말에 대해 일부러 대답을 하고 곤란하게 하곤 했다. 서재나 정원에서 "아이짱아"가 들려오면 "네-" 하고 서둘러 가서 쭉 얼굴을 내민다. 아버지는 지금의 나처럼 얼버무리려고 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조금 못마땅하게 말한다. "그래요?" 라고 말하고 돌아와 다음 "아이짱아"하고 부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는 "아이짱아" "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얼굴을 내민다. 마침내 아버지는 "뭐야, 짜증나게. 모처럼 혼잣말을 즐기고 있는데" 라며 화를 내곤 하였다. 아버지의 혼잣말은 "아이짱아"에서 "어땠어? 어떡해?"로 바뀌었는데 나도 요즘은 "쿄짱"에서 "짜증나! 도대체 뭐라하는거야!"로 바뀌어 갔다.
요전날, 강연으로 아사히카와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좀 무리한 강행 스케줄로 피곤해 멍하게 공항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눈앞을 3살 정도의 소녀를 데려온 젊은 엄마가 걸어 가고고 있다. 그 때 엄마가 너무 빨리 걷기 때문에 소녀가 넘어저 울음을 터뜨렸다. 그대로 울음을 계속 멈추지 않는다. 먼 옛날 풍경을 보고 있듯 하던 나는, 문득 제 정신으로 돌아와,
"짜증나! 도대체 뭐라하는거야!" 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옆에 있던 사람이 이상하게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그 낯선 사람에게 "지금 한 말은 내가 평소의 하는 혼잣말입니다" 라고는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혼잣말이란 뭔가 부끄러운 일을 생각하고는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상황을 얼버무리려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몇 사람의 작가가 혼잣말을 하고 있는 자신에 관해서 그렇게 표현한 것을 읽은 기억이 있어 조금은 위안이 된 적이 있다.
아무래도 글쓰는 사람에 중에 혼잣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글쓰는 사람은 부끄러운 일을 많이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부끄러움에 민감한 것일까, 확실히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속에도 "도와줘-"라는 혼잣말을 하는 자신에 대해 쓴 것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린 시절, 적어도 30대, 40대 때의 혼잣말이어서 60대가 되면 혼잣말의 질도 바뀌어서, 어떤 의식도 없이, 그냥 멍한 상태에서 무의미하게 중얼거리는 형태가 된다. 이것은 노인성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혼잣말을 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비로소 이를 인지하게 된다. 그러다 차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된다.
지난 여름, 홋카이도의 나의 집에 키타-모리오(*北 杜夫 1927~2011소설가 수필가 의학박사) 씨가 놀러 왔다. 나의 집은 산 위의 외딴 단독 주택으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외국 영화의 비디오 필름을 몇 개 준비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내가 공포영화의 걸작이라고 믿고 있는 "샤이닝"을 골라 키타 씨에게 틀어 주었다.
그 영화가 어떻게 걸작인지를 설명하고 싶지만 원고 매수의 형편상 단념하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단지 콜로라도의 폭설에 덮인 산 속에 겨울 동안 폐쇄되어 있는 대형 호텔의 관리인이 수년간에 걸쳐서 악령에 씌여 처자를 죽이려고 하다가, 결국 눈 속에서 죽게 되는 이야기라고만 설명해 두겠다.
그런 줄거리이기 때문에 화면에는 몇 년 전에 죽은 쌍둥이 소녀와 노파의 유령 등이 출몰한다. 또한 유령들도 왁자하게 떠들어 대고 1920 년대의 큰 홀도 갑자기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과 병행하여 악령에게 씐 주인공이 점차 광기에 빠져가는 것이다. "음, 이건 걸작이다, 이거 정말 재미있는영화군요··"
키타 씨는 그렇게 감탄의 말과 함께 보면서도 "저것은 유령입니까? 저것은 언제 죽은 사람입니까?" 라는 등 때때로 질문도 한다. 그러면 나는 "그러니까 이것은 전 관리인의 유령이고. 그전 관리인도 처자를 죽이고 자살해요" 라고 설명해 준다.
"아아, 그래요. 과연, 그렇군요, 이것 참으로 무섭군요 무서워요…" 그렇게 말하면서 화면에 빠져들고 있던 키타 씨는 돌연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에? 뭐라 했어요?"라고 물었지만 대답이 없다. 화면은 드디어 광란의 관리인이 도끼를 들고 자신의 아들을 마구 쫒아가는 장면이 되었다. 보는 사람 모두가 침을 삼키는 장면이다. 키타 씨는 말했다.
"사랑합니다 ..."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모두 6회, 키타 씨는 "사랑합니다 ..."라고 중얼거렸는데 나중에 들으니 그게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긴 키타 씨의 혼잣말이었다. 어떤 때는 호텔 엘리베이터 속에서 갑자기 "사랑합니다."라고 중얼거려 놓고는 엘리베이터가 열린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한 얼굴로 서둘러 걸어가 버린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문득 생각난 수치스러움을 얼버무리기 위한 혼잣말인지 아니면 멍한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나온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짜증나! 도대체 뭐라하는거야!"와 "사랑해요"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