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칼럼>
광기와 주술의 막장 드라마
최광림<주필, 대표이사>
첫눈조차 기록적인 폭설에 꽁꽁 얼어붙은 마음만큼이나 혹독한 한파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간들의 무분별한 탐욕으로 냉 온탕을 넘나드는 지구의 몸살은 이제 임계점에 다다랐다. 모르긴 해도 지금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생태계 복원에 머리를 쥐어짜야 할 때다.
물론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겠지만 집 없는 소시민이나 혹은 쪽방촌 독거 노인들에게는 이 추위가 삶의 이중고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올겨울은 갑자기 거대한 무리가 다투어 노숙을 자청하고 나섰다. 바로 새해 신 풍물도가 된 남태령 전투와 한남 대첩의 인간 키세스!
우리는 지난 12월 3일 밤 대통령이란 자로부터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이름하여 비상계엄령. 그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포고령에는 계엄법 위반시 ‘처단한다.’는 무시무시한 경구를 달았다. 발그레한 얼굴에 국민을 조롱하고 깔보는 듯한 아주 시건방진 고압적인 태도로 의자에 앉아 쪽지를 읽어내리던 그의 모습은 이미 국민의 대통령임을 포기하는 취중 작태와도 같은 광기 서린 특급 코미디였다.
국회의사당을 점령하려는 계엄군의 총구와 장갑차를 용감한 시민들은 맨몸으로 막아섰고, 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했다. 헬기로 의사당에 진입한 계엄군과 대치하면서 국회는 마침내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 시켰다. 이후 7일 1차 탄핵 부결을 거쳐 14일 2차 탄핵 가결로 대통령 직무 정지가 됐다.
필자도 탄핵이 의결되던 날 불편한 몸으로 의사당 앞으로 갔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친구 부부와 도킹조차 실패했다. 집회 측 추산 200만이라는데 어디에서 그들과 해후할 수 있단 말인가, 다만 우리들은 칠순 목전에서 민주와 정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묵시적 교감으로 역사의 현장에서 한 사람의 소시민으로 함께했을 뿐이다.
쉽게 말해서 대통령 윤석열은 눈엣가시인 국회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부정선거를 맹신하며 선관위를 침탈하고, 반국가세력이라는 프레임으로 국민들을 억압하며 자신만의 왕조건설을 위한 역모를 실행에 옮겼다. 그 무시무시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독재 부활 망령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도 질서유지 운운에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딨냐며 큰소리치는 인두겁의 그가 2년 반 넘게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하고, 수치스럽고 참담하다.
“수사권으로 보복하면 그게 어디 검사냐, 깡패지.”라던 그가 결국 법꾸라지가 되어, 체포영장을 거부한 채 관저에 숨어 철조망과 바리케이드를 치고 범법자의 철옹성을 구축하기도 했다. 나아가 윤을 비호 하며 ‘강 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했던 한덕수와 최상목, 추경호. 사이비 교주 전광훈의 내란 조종과 선동, 관저의 인간방패를 자처하며 국민에게 몽둥이가 약이라던 윤상현, 빠루 여왕 나경원, 백골 마녀 김민전, 김기현 등 45명의 내란 부역자들과 소수의 극우세력을 등에 업고 내란의 재점화와 용상으로의 화려한 복귀를 꿈꿔왔다.
이 와중에도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를 위한 자발적 모금은 물론, 미국, 호주 등 해외 교민들과 뜻있는 국민들의 음식과 음료 선결제, 난방 버스 지원에 힘입어 인간 키세스들은 이 땅의 민주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혹한의 겨울밤을 뜬눈으로 불살랐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가 된 인간 키세스. 피하지 못할 고통은 즐기면서 스스로 극복하겠다는 젊은 그들의 애국심과 자유와 민주를 희구하는 장엄하고 숭고한 투쟁에 이제 우리는 무슨 염치로, 무엇으로 응대할 것인가, 아니 이러고도 민주주의를, 자유와 정의를, 공정과 상식을 입 밖에 낼 수 있는가,
다행스럽게도 계엄선포 43일 만에 윤이 체포되고 47일만인 19일 새벽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 이에 반기를 든 윤의 추종 세력들은 서부지법에 난입, 무차별적 폭동으로 법치주의를 전면 부정하며 광기의 절대치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쯤 해서 윤이 입버릇처럼 떠들어대던 국가전복 세력이 어떤 놈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과응보요 사필귀정이다. 단죄하지 않는 한 불행한 역사는 계속된다. 비록 많이 늦긴 했으나 이번만큼은 친일매국 세력의 척결과 불법과 불의에 대한 철저한 단죄가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되풀이되는 국가적 불행과 안녕을 고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전직 대통령 이승만 하야에 망명. 박정희 총 맞아 죽고. 전두환 노태우는 사형과 징역 선고. 이명박 감옥 가고. 박근헤 탄핵. 윤석열 구속에 탄핵 대기 중. 하나같이 보수 우파 출신이다. 정말 무슨 낯짝으로 정치하고 집권하겠다는 것인가, 제발 낯부끄럽고 창피한 줄 알아라.
천공, 건진, 명태를 비롯, 극우세력 추종자들에게 세뇌당한 윤과 김, 두 인간의 광기와 주술로 망가진 나라, 자기성찰 1도 없이 끝까지 정치 희생양 코스프레에 저급하고 유치한 변명과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비열함과 무지가 국민을 더욱 분노케 한다.
아직은 진행형이고 다시 시작일 뿐이다. 윤과 내란 동조 세력이 발본색원될 때까지 우려와 감시의 눈초리를 늦출 수 없다. 더불어 우리 애국 민주시민은 짓밟힐수록 강인해지는 잡초처럼 그 어떤 고난과 난국도 모두 극복하고 다시금 희망찬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기쁨과 행복이 샘물처럼 넘쳐흐르는 그런 설 명절 되십시오. <ckl0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