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원하는 대로 나누어 주셨다
그때에 1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수 곧 티베리아스 호수 건너편으로 가셨는데,
2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라갔다.
그분께서 병자들에게 일으키신 표징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3 예수님께서는 산에 오르시어 제자들과 함께 그곳에 앉으셨다.
4 마침 유다인들의 축제인 파스카가 가까운 때였다.
5 예수님께서는 눈을 드시어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하고 물으셨다.
6 이는 필립보를 시험해 보려고 하신 말씀이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하시려는 일을 이미 잘 알고 계셨다.
7 필립보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
8 그때에 제자들 가운데 하나인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9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0 그러자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곳에는 풀이 많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장정만도 그 수가 오천 명쯤 되었다.
11 예수님께서는 빵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물고기도 그렇게 하시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주셨다.
12 그들이 배불리 먹은 다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 하고 말씀하셨다.
13 그래서 그들이 모았더니,
사람들이 보리 빵 다섯 개를 먹고 남긴 조각으로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찼다.
14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 하고 말하였다.
15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와서 당신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요한복음 6,1-15)
- 매일미사 2024.7.28(일) https://missa.cbck.or.kr/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이가 가진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장정만도 오천 명’쯤 되는 인원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열왕기 하권 4,42-44)에도 비슷한 상황이 나옵니다. 바알 살리사에서 온 사람이 가져온 보리 빵 스무 개와 햇곡식 이삭 자루를 바라보며 엘리사의 시종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독서와 복음에서 우리의 판단과 생각을 뛰어넘는 일이 일어납니다. 모두 배부르게 먹고도 남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이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가집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무 소용이 없어 보이는 음식으로 빵의 기적을 이루셨고, 아무 소용이 없어 보이는 십자가 죽음으로 부활의 신비를 드러내셨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느님 말씀이 이루어진다는 믿음’과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이러한 믿음과 마음을 가지게 될 때, 우리 영혼에 생명을 나누는 빵의 기적을 일으키십니다.
우리는 미사 때마다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십니다. 성체를 모실 때마다 미사 때 선포된 하느님 말씀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무 소용이 없어 보이는 우리의 삶을 예수님께 봉헌하고, 그분께 감사드립시다. 더불어 가족과 이웃에게 우리의 말과 행동으로 예수님의 생명을 나누어 주는 “생명의 빵”이 되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아멘.
- 김재덕 베드로 신부(대전교구 천안 원성동 본당 주임), 매일미사(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24.7.28 오늘의 묵상글
《조부모와 노인의 날》
2021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으로 고독과 죽음의 고통을 겪는 노인들을 위로하고, 신앙의 전수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 노인의 역할과 중요성을 되새기며 그들의 소명을 격려하고자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제정하였다. 한국 교회는 보편 교회와 함께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7월 26일)과 가까운 7월 넷째 주일을 ‘조부모와 노인의 날’로 지낸다(주교회의 2021년 추계 정기 총회).
[보편 지향 기도]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주님, 주님의 교회를 굽어살피시어, 주님을 찾고 주님을 바라는 모든 이와 함께 말씀을 듣고 빵을 나누며, 세상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전하게 하소서. 아멘.
2. 정치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통치자이신 주님, 이 땅의 정치인들을 굽어살피시어, 국가의 기본법을 언제나 깊이 새기며,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을 할 때 바르게 판단하고 정의롭게 실천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
3. 노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인자하신 주님,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기도드리오니, 그들을 굽어살피시어, 내면의 기쁨과 힘을 잃지 않고 세상 속에서 당당히 생활하여 나가도록 은총을 베풀어 주소서. 아멘
4. 지역 사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일치의 주님, 저희 지역 사회의 모든 이를 주님의 사랑으로 이끌어 주시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본모습을 간직하며 이웃들과 함께 화목하게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