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풍잎 이불_강모경
바람이 토옥.
단풍잎 꼭지를 따면
이리 날리고 저리 날리고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다
조각천이 되었습니다
마당에 알록달록
단풍잎 이불
벌레들 따뜻이
재웠습니다
- 《동시먹는달팽이》, 2026년 가을호
2.
꽃씨_권지영
꽃을 보려면
씨를 먼저 심어.
꽃이랑
씨앗은 한몸이야.
꽃이 필 때까지
씨는 온 힘을 다해.
꽃이 져도
씨는 다시 자라.
- 동시집 『놀면서 즐기는 이행시 동시』, 뜨인돌어린이, 2026. 06
3.
개구리 신발 다닥다닥_박영숙
겨울에 앙상한 가지
다닥다닥 신발 걸어 놓고
“개구리들 어디 갔지?”
봄에 초록 담쟁이 잎 되어
팔딱팔딱 뛰어오겠지!
- 동시집 『단풍잎 별도장 꾹!』, 시와소금, 2026. 09
4.
이쁘다_박혜선
토끼가 말했어
위에 있는 것들은 이뻐
하늘에 해도 이쁘고 달도 이쁘고
곧 갈 곳이라 그런가
별도 이쁘고 구름도 이쁘다
어린 토끼 쓰다듬으며 노래처럼 말했어
아래 것들은 다 이뻐
풀도 이쁘고 꽃도 이쁘고
풀밭에 맺힌 이슬도 초롱초롱 내 새끼 눈빛 같아 다 이쁘다
곧 떠날 곳이라 그런가 봐도 봐도 이뻐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던 늙은 토끼
어린 토끼가 말했어
백 번 들어도 좋은데
백만 번만 더 불러주고 가시지…….
- 문학동네 100기념 동시집, 김경진 외 67인, 『노릇노릇 딴생각을 구웠어』
5.
힘겨루기_서향숙
힘겨루기
한다고?
연필과
연필 깎기가
힘겨루기에서
끝내 연필이
이겼다
져버린
연필 깎기
심한 스트레스로
듬뿍
똥을 싸놓았다.
6.
피곤한 선풍기_유화란
전기세 아까워서
누가 올 때만
에어컨 켜는 할머니
쉴 새 없이 돌던
선풍기가
며칠 전부터
투덜대기 시작했어요
아이고오
피곤하다다다다다다!
나도 휴가가
필요하다다다다다다!
- 《두꺼비마을 신문》, 2026년 7월호
7.
강아지 회장님_이부강
귀엽고 순한 강아지
말도 잘 듣고
집도 잘 지키는 강아지처럼
우리 반을 웃게 하고
잘 지키겠습니다!
회장에 뽑히자마자
친구들이 나에게
“오른손! 왼손! 하이파이브! 빵야!”
오늘도 나는 친구들 앞에서 재롱 부리는 중이다.
하지만 속으로 감정 꼬리는 꼭꼭 숨긴다.
나는 회장이니까.
- 동시집 『밧줄이필요해』, 브로콜리숲, 2026. 09
8.
샛길로 가면_이서영
큰길로 다니라고 하지만
가끔은
샛길로 가고 싶을 때 있지
샛길은
툭
튀어나오는 그림책 같아
한 발 내딛자
작은 돌이 떼구르르
참새가 포륵포르륵
고양이는 담장 위로 훌쩍
이름표 붙은 꽃 화분과 눈 맞추고
길고양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도 만나지
샛길에서는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꽃 이름 하나
고양이 인사법 하나
더 배우고 돌아올 것 같아
발보다
눈이 먼저 걷는 길.
- 《열린아동문학》, 2026년 여름호
9.
이런 TV_최미숙
캠핑을 가면
자연이 걸어 놓은 커다란 TV를 본다
반나절
한나절을 봐도
눈이 아프지 않다
아니
눈이 더 좋아진다
머리도 맑아진다
밤하늘 TV가 켜지면
나는 별이 되어
우주를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
다
가…
스르르
TV가 꺼진다.
-《아동문예》2026 가을호
10.
마음의 색깔_추수진
오늘 내 마음의 색깔은
산딸기
까불까불
톡톡
터지는 색깔
조금 기다려주면
더 곱게 익는 색깔
서두르면 안 돼
너무 셔
- 《한국동시문학회 회보》, 2026년 하반기
출처: 한국동시문학회공식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이시향
첫댓글 올려 주셔서 고마워요. 감상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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