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쇼팽 스케르초 1번
까마귀가 말했다.
"끝났어."
"그 말을 작별 인사로 하자, 새든 악귀든!" 나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폭풍 속으로, 밤의 저승세계로 돌아가라!"
네 혼이 말한 거짓의 징표, 검은 깃털은 하나도 남기지 말라!
내 고독을 깨뜨리지 말라! 문 위의 반신상에서 썩 꺼져라!
내 심장에서 네 부리를 치워라! 네 모습을 내 방문에서 썩 치워라!
까마귀는 말했다.
"끝났어."
그러나 까마귀는 퍼덕이지도 않고 그대로 꼼짝없이 앉아 있었다.
나의 방문 바로 위 팔라스의 창백한 흉상 위에 앉아 있었다.
놈의 두 눈은 꿈꾸고 있는 악마의 표정 그대로였다.
놈을 비치는 등잔 불빛이, 마루 위에 놈의 그림자를 던지고 있었다.
마루 위에 떨어져 떠다니는 그 그림자로부터 내 영혼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영원히.
The Piast-갈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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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포모제 공작 레흐
"각하, 알도브란디노가 급히 뵙기를 청합니다."
뛰어난 어의인 그가, 이 밤중에 찾아와 할 이야기라면...
희미한 불빛 아래 드러난 그의 표정을 보는 순간, 나는 깨달았습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것을.
"그 분을 낫게 하실 수 있는 권능은, 하느님께만 있습니다."
내 어머니, 엘레오노르의 마지막 날들을 산산이 부수어버린 그 병이... 이젠 내 주군이자 벗인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마음을 굳게 붙잡으셔야 합니다. 각하께서는 이 왕국의 후계자이시니까요."
왜 하필 지금인가. 모두를 구하려 한 그의 무엇이 하느님을 노엽게 했는가... 부질없는 질문들.
오히려 알도브란디노가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당장 섭정을 두어야 할 정도로 나빠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는 숨길 수 없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수십 년 뒤일지, 혹은 그보다 빠를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최후에는, 고통을 덜어드리는 것 외엔 손을 쓸 수 없게 됩니다.
물론... 돌아가신 선왕비 마마의 경우처럼, 또 한 번의 기적을 바랄 수도 있겠지요..."
그 분은 매우 불행히도 젊은 시절에 병을 얻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야 비로소 할 일을 다했다는 듯 혼자만의 세계로 떠나셨습니다.
밤마다 소리를 지르고, 보이지 않는 것들과 싸우면서.
"부디 폐하 곁에 끝까지 남아주게. 그 남은 날들이 마지막까지 편안하도록..."
"그것이 제 일입니다. 폐하보다 하루를 더 사는 것."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를 구하소서. 불쌍히 여기소서.
II. 마조프셰 공작 야로폴크
"이제 연극을 끝낼 때가 왔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막돼먹은 놈은 따를 수 있지만, 미친 놈을 따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받들어 올린 왕을 덮친, 사창가의 괴질. 신의 징벌.
빠르든 늦든, 이 병에 지배당한 자는 그 영혼을 잃어버린다.
"저는 조부님을 통해 폴란드 국왕의 먼 사촌이자, 조모님을 통해 헝가리 국왕의 먼 사촌이기도 합니다."
비엘코폴스카 공작, 복자 오돈의 아들, 나의 매부여. 희박한 확률에 도취된 자는 그 몸과 집안을 망하게 한다던 건 당신이었다.
"지금의 침묵은, 아직까지는 왕의 충신으로 남고 싶다는 뜻이겠지요? 슬로바키아 대공처럼, 끝까지 충성한다...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나는 이슈트반처럼 고결한 자가 못됩니다. 하지만, 당신같은 위선자도 아니지요."
그의 얼굴에 덧씌워진 투명한 가면에 금이 가는 순간을, 그대로 왕에게 보여줄 수 없는 것이 한스럽다.
부디 그 마지막이, 반역자의 이름으로 사형대에 오르는 날만은 아니기를.
'네 여동생 단속 좀 잘해라. 밤길 조심하고. 땅 얻자고 서로 죽여대면, 나는 누구랑 일하냐...'
대관식이 끝나고, 왕의 옷을 입은 막돼먹은 놈은 그 왕관을 벗어 내게 씌워주었다.
불가능한 일을 해낸 내가, 타인도 아닌 누이의 손에 죽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도 했다.
'프락시다 여공이 옳았습니다. 그건 시작이었을 뿐이죠.'
오돈은 내가 이용당하고 버려진 거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아내의 멋진 계획을 들었을 때 어떤 얼굴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부디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헝가리 국왕이 당신을 어떤 눈으로 대할지 알 수 없으니, 만약을 위한 결단이었소.
당신이 불난 이웃집에서 남은 것을 훔치려 했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습니다.'
포모제 공작 레흐. 당신이 그를 도와달라 하기에 도와주었다. 피와 장미의 왕관은, 여전히 당신을 가리킬지라도.
지옥으로 가는 길은 좋은 뜻을 품은 자들이 잔뜩 깔려있다고 하던가.
미친 왕의 자리를 대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더는 숨기지 않는 오돈에게도,
헝가리와 친해질 수만 있다면 미천한 이방인에게 세임의 열쇠를 서슴없이 내주는 왕에게도,
그의 도움으로 누이의 칼을 피하고, 남은 날들이 얼마나 될지를 손꼽는 나에게도,
이 웃기지도 않은 연극 속에서 홀로 하얗게 빛나는, 왕국의 후계자에게도,
모두에겐 결코 버릴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누가 옳은지를 가리는 것은 결국 힘이다. 깨진 달걀은, 승자의 차지가 되어 마땅하다.
'너도 보았나?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서, 떠나지 않는 까마귀를...'
같은 병을 앓는 자는, 서로를 연민한다.
이 연극의 끝을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나의 남은 날들 전부를 왕에게 더하소서.
하루치 빵을 찾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려던 그 마음을 아직도 믿사오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III. '정의로운' 카지미에시
"초상집 왔냐? 나 아직 안 뒤졌다."
알도브란디노가 어디까지 입을 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한 저 놈의 새하얀 얼굴을 보니까 먹먹해지네요.
이젠 쎈 척도 안 통합니다.
"매사가 장난이면, 그렇게 편해지는 거냐?"
"아니, 불편해. 이번엔 진짜로 망한 거 같은데. 안돼... 나 아직 덜 놀았어."
점점 붉어지는 놈의 얼굴에 아이구 장하다 우리 모질이...라고 써 있군요.
무서워라. 저러다 한 대 치겠는데. 아무리 패고 싶어도 명색이 왕인데 좀 봐줘. 게다가 환자라고...
"여긴 내게 맡기고, 알도브란디노가 내준 숙제나 하러 가라."
"아, 성지순례? 정말 문자 그대로 기적적인 확률에 들어야, 신유 이벤트가 떠서 매독같은 게 떨어지긴 하지...
그런데, 내가 오래 살수록 네가 손해 아닌가?"
난 꼭 맞는 말만 해서 탈이야. 쳐맞는 말.
우정펀치 얼얼하네. 고귀한 엘레오노르 다키텐의 혈통에는 뭔가 있긴 한가봐요.
선왕비도 그랬고, 저 놈도... 이게 잉글랜드식 훈육이지.
"너는, 끝까지 이런 식으로..."
"내 탓으로 벌어진 일에 울고불고 할 생각 없다."
거칠게 어깨를 붙잡은 그의 두 손에서 힘이 서서히 빠집니다.
죽을 듯이 아파보니까, 뭘 잘못해서 이 지경이 된건지 궁금해지더군.
그 때였어. 망할 까마귀놈이 날아와서 쪼아대기 시작한 게.
그래서 빠른 결론이 나왔어. 아, 나는 망해도 싼 놈이구나.
마누라 놔두고 바람이나 피고 다니고, 엄마랑 싸웠다고 지도 밖으로 치워버리고,
걸리적거리는 동생은 따분한 수도원으로 쫓아내고... 뭐 그것 말고도 많은데, 넌 고해사제는 아니니까 이쯤 할게.
그런데 지금은, 망하기에 좋은 때가 아니야. 아, 왜 제일 재밌게 놀고 있을 때 부르러 오는 걸까... 지금도 모르겠지만.
삶과 죽음의 문제: 불멸자 이벤트
나이가 들면 지혜가 생긴다고들 하죠. 아니면 적어도, 우리가 묻는 질문들이 바뀔 수도 있겠죠.
"질문들 말이야." 당신은 혼잣말을 중얼거립니다. 최근 들어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날이 잦습니다.
신하들은 모두 깊이 잠들어 있는데, 당신은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은 점점 늙어가고 있고, 매일 이 세상을 떠날 날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이런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더 큰 꿈을 꾸지 않았나요? 당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야망은 어떻게 되는 거죠?
당신은 침대에서 똑바로 일어나 앉습니다. 이건 말도 안 되죠. 당신은 통치자라고요!
당신의 어떤 변덕에도 기꺼이 봉사할 사람들이 있는데! 어쩌면 당신의 고문들이 좋은 생각을 해낼지도 몰라요.
적어도, 잠을 잘 자는 데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죠.
내가 소리를 질러대니까, 까마귀놈이 즐거워하며 나보다 더 크게 짖어댔지.
'영원히 살고 싶지 않아?'
놀다 놀다 지칠 때까지 살아보고 싶긴 한데, 놈이 말하는 '영원' 동안 이 아픔이 지속된다면... 그건 축복일까?
결국 내 옆을 지키던 사냥매가 놈을 쫓아내버렸지. 내일 밤이면 또 나타나겠지만.
너하고 약속했잖아. 도망 안 간다. 아직 답을 못 찾았거든.
너같은 친구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내 인생은 헛되지 않았다.
첫댓글 오랜만에 크킹2 마려워지네요
계획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