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16년만의 직선
경향신문 1987. 12. 15
약3개월 동안 전국을 온통 선거 열풍 속에 몰아 넣었던 대통령 선거 운동도 15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16년만에 처음 맞는 국가 대사로 국민들의 관심과 열기가 어느 때보다 고조되었으며 그로 인해 사회각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권을 향해 나설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가장 먼저 선거 열기를 느끼게 한 것은 직장. 대학 단위로 실시된 모의 투표. 가을철 대학 축제 행사의 빠질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던 이 모의 투표는 직장으로 번져 가 3-4명만 모여 앉아도 누가 「새 정부의 얼굴」이 될 것인가가 화제가 됐다.
대통령 선거법도 「선거 운동에 이용하지 않는다면 모의 투표를 처벌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내려져 선거 막바지까지 모의 투표는 곳곳에서 성행됐다. 이같은 현상은 지금까지 국민이 신뢰할 만한 여론 조사기구사 만들어지지 못한데다 언론 기관이 유권자들의 성향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지 않다는 불신감까지 겹쳐 더욱 가열됐다.
모의 투표의 형태가 좀 더 발전되면서 각 언론 기관, 정당, 단체에선 본격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하기 시작했고, 대중 가수의 인기도를 측정하는 데에나 이용되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여론조사는 신뢰도에 있어 강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정치 문화 속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서로 약간씩 엇갈리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각 후보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을 벌이고 있음이 모의 투표와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면서 막을 올린 선거 유세는 당초 우려했던 지역 감정을 격화시키는 부정적 현상을 나타냈다.
후보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부터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던 지역감정은 지난달 14일 김영삼 민주당 후보의 광주 유세와 다음날 있은 김대중 평민당후보의 대구 유세에서 유세장 폭력의 형태로 표출됐다.
택시 운전사와 승객 사이에서도 서로 자기 지역 출신 후보를 지지하다 논쟁이 벌어져 몸싸움 끝에 경찰서까지 찾아가는가 하면 직장과 이웃 사이에서도 새삼스럽게 출신 지역을 운운하는 갈등이 빚어졌다.
다보험에 근무하고 있는 윤모씨(29)는 「술좌석에서 후보 문제로 상사와 언쟁을 벌였는데 며칠 뒤 인사이동이 있었다」며 「점심 식사도 영.호남이 따로 하는 정도가 되었으니 선거 끝난 뒤가 걱정」이라고 지역감정 현상을 우려했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 가면서 초.중.고 학생들에게 까지 로고송과 제스처를 흉내 내는 사례가 등장했다. 이같은 「정치모방」은 TV와 포스터 등을 본 어린이들이 쉬는 시간에 모의유세를 벌인다거나 「1주일에 한번씩 소풍가도록 하겠다」는 흉내 공약으로 어린이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회사원 정상목씨(34)는 「이제 6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이 뉴스를 볼 때마다 후보자의 이름을 따라 부르며 사인까지 흉내낸다」고 말하고 「처음에는 재롱으로 생각했는데 흑색선전이나 인신공격이 심해지면서 아이들의 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큰 걱정을 하게 됐다」면서 과열되고 일그러진 선거풍토가 어린이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풍토를 개탄했다.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각 정당의 금품 수수, 청중동원 등 금품 선거. 부정선거 조짐들.「막걸리 선거」 「고무신 투표」로 풍자되듯 어느 정도의 「당원용 기념 품」 수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중은행의 1만원권이 동나는 현상이 설명하듯 선거의 자금 살포 현상은 심각하게 나타났다.
「회산에 후보의 선물을 받은 사람아 많아요. 말로만 듣던 금품 수수의 정도를 실감할 수 있었읍니다」근하제약의 유성만 대리(31)는 「선거 자금 1조원 이야기를 귓전에서 흘려 버렸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라며 「선물 받았다고 표를 찍어줄 것으로 생각하는 후보가 있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고 후보들의 금품 공세를 비난했다.
이것은 선물 공세에 대해 유권자들의 반응이 무척 냉담한 편인 것도 이번 선거에서 드러나는 특징. 주부 조연희씨(46.서울은평구 역촌동)는 「주부들 간에 무슨 선물을 받았는지가 화제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또 일부 병원에는 시체 앞으로 투표 통지표가 교부되는 등 사망자, 해외 이민자등에게도 투표 통지표가 나왔다는 사실이 재야 단체에 신고 돼 선거관리 종사자들의 단순한 실수인지, 계획적인 부정선거 시도인지가 시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유세장에 모인 인파로 자신의 세를 과시하려는 생각에서 빚어진 과열 동원도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의 하나. 유세장마다 관광버스가 줄을 잇고 일부 후보들은 「봉투」까지 돌리는 일마저 생겨나 정견을 통해 한 표를 선택하려는 유권자들의 의식을 오염시켰다.
대학로에서 있었던 유세에 참가한 연세대생 최모군(22)은 「유세 과정을 통해 유권자는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고 후보자는 국민의 지지도를 가늠해야한다」면서 「무작정 사람만 끌어 모으고 군중심리를 이용, 자신의 지지를 과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무작정 남발되는 공약으로 국민들의 헛배만 부르게 하는 것도 후보들의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난. 몇몇 후보들이 「농가 부채 전면 탕감」과 「군복무 기간 단축」 「예비군 복무 기간 조정」등의 공약을 들고 나오자 「혹시」하는 심리에서 부채 상환을 연기하는 농민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입영을 연기하고 예비군 훈련에 불참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갖가지 지역개발 공약과 고속도로 건설 공약으로 잠잠했던 땅값까지 들썩거렸다.
16년 만에 힘들게 되찾은 직선제가 갖가지 부정적인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시민의 민주 의식이 성장했음을 나타내 주는 변화도 두드러졌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의 부정, 탈법, 타락 사례는 물론 투.개표에 있어서의 불법을 막아 보자는 의지가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국민운동 본부에서는 「공정 선거 감시 본부」를 결성, 이미 8만여명이 넘는 자원 봉사자를 모집했으며 각 후보들이 발행한 상호 비방 유인물, 관권개입 사례, 각종 기념품 등을 수집해 놓기도 했다.
「첨예하게 드러나는 지역감정, 유세장 폭력, 선물 공세, 공약 남발의 후유증 속에서도 체계적인 여론조사의 틀이 선을 보이기 시작하고 공정 선거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개화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 시대의 흐름이 민주화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3년 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지난 11월 귀국한 재미 교포 박상준씨 (29)는 지금까지의 과열 현상도 민주화를 이뤄 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우리 국민들이 그 동안 정치 현장에 너무 굶주려 있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겠지요. 이번 선거의 결과가 밝혀지고 나면 앞으로는 좀더 성숙한 민주 시민으로서의 모습이 나타나리라 생각합니다」.
한 정치학 교수는 「절대로 순리가 아닌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진리가 이번 선거에서 증명될 것을 확신한다」며 이번 선거 과정이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하는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석종훈
첫댓글 전두환 시절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입니다..언론사의 여론조사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내용에서 격세지감을 느낌니다..좋게 말해 순진하고 나쁘게 표현하면 어리석은 국민은 전두환 일당과 조중동의 지역감정부추기기에 말려들어 노태우를 당선시켰던 것입니다...그래놓고도 책임은 오늘날까지 양김에게로만 돌리니..ㅠㅠ
전두환 일당들은 양 김을 음흉하고 악랄하게 갈라놧습니다.지역에다가 불을 질러놨죠,그 사실은 님들은 더 잘아시기 때문에 ...
인터넷 게시판을 7년째 돌아다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하는 짓이 노태우와 박정희만 못하다는 얼간이 들이 수두룩 합니다..남산 지하실이나 남영동분실로 잡혀가 통닭구이를 당하든가 고춧가루 섞인 물을 마셔봐야 정신을 차릴 잉간들로 보입니다...ㅠㅠ
저 그당시 첨으로 얻은 투표권으로 선생님을 찍었지요....강원도가 고향인 저에게 적지않은눈총을 받으며 남매는 용감했었드랬지요 오빠는 선거 끝나고 어디 좀 다녀와야했구요..지금 생각해보니 또 다시 울컥 화가 치미네요... 오빠가 보름만에 귀가했는데 온 몸엔 멍 투성이였지요
학생신분인 저로선 도저히 이해할수없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