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선,문화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과정과 그 산물인 스크린쿼터의 정당성에 대해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허접한 자료 뻥튀기하느라 고생했는데 생각만큼 명확한 글은 못된것 같아 아쉽습니다.그까이꺼 대충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원래 한국영화의 경쟁력에 대해,그리고 각 나라의 문화 다양성 수호를 위한 정책과 현황을 살펴보려 했는데 너무 길어질것 같아 첫번째 주제에 대해서만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영화의 경쟁력에 관한 내용은 괜히 길게 얘기하기보단 렘브란 님의 글을 추천드리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냥 짧게 두가지 사실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상황-1
2001년,한국영화는 처음으로 대망의 50%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제작되고도 개봉하지 못한 영화가 13편입니다.(65편 제작돼서 52편 상영)
53.5%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2003년엔 80편 제작해서 65편만이 극장에 걸렸습니다.
2004년엔 82편 제작에 74편 상영됐군요.점유율은 사상 최대인 59%입니다.
제작되고도 극장에 걸리지 못하는 영화가 10~20% 가까이 되네요.
그나마 이건 점유율이 50% 이상 나올때의 경우고,그 전에 더 많습니다.91년엔 무려 35편이 개봉을 못했네요.
문제는 그 해 개봉을 못하면 다음 해에라도 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2002년에 단 한번뿐이고,그외엔 계속해서 극장에 못걸리고 사라지는 작품이 해마다 10~20편씩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비디오,DVD시장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극장에 못걸리면 그야말로 제작비는 100% 날리는 셈이죠.
스크린쿼터로 연간 40%의 상영을 보장받는데도 극장에 못걸리는 영화가 이렇게 많다는 게 놀랍습니다.
상황-2
2002년,한국영화는 78편이 제작됐고 82편이 상영됐으며,5,082만명의 관객수,48.3%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굉장한 선전입니다.그럼 영화계 전체로 봤을때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렸을까요?
전국 관객수는 최근 들어 어느 정도 조사가 되고 있지만,이때만 해도 서울 관객수 이외엔 정확하지 않았습니다.그래서 당시엔 서울:전국의 비율을 대략 39:61로 잡고 추정을 했습니다.
당시 한국 영화의 평균 제작비를 33억을 보고,손익분기점이 되는 관객수를 잡으면 서울관객 50만 7천명 이상,전국관객 130만명 이상이 들어야 손해를 면합니다.
그럼 2002년 상영된 82편중 서울관객 50만을 넘어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몇 편일까요?
가문의 영광,집으로,공공의 적 을 포함 12편입니다.15%정도의 비율이군요.
물론 극장상영 외에 다른 수익이 없는건 아닙니다만,비디오와 DVD 시장이 협소한 우리나라 현실상 큰 부가수입은 없을것 같습니다.(게다가 금융비용과 경상비 제외한 수치랍니다)
2002년 통계를 보면 335억원의 적자를 봤고,경상비 등을 포함하면 500억원에 가까와진다고 합니다.
영화 투자조합의 절반이상이 꾸준히 자본잠식되고 있는 상태이구요.
겉으로 대박도 있고 화려해보이지만 사실상 매우 취약한 수익구조임을 알수 있습니다.
요새 많이 나오는 경기실사지수 BIS를 보면 영화계에서 보는 앞으로의 전망을 알수 있는데요.
2002년 조사된 제작,기획,내수,수출 등의 지수는 100을 넘어서 긍정적인 반면,막상 돈을 댈 투자자들의 자금사정이나 경상이익은 심하게는 66까지 떨어집니다.
충무로에 돈은 모이고 제작은 활발하지만 투자자들의 전망은 '매우 심하게 불안한 상황'이라 볼수 있겠습니다.
(표로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번글에선 원래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각 나라의 문화 다양성 수호를 위한 정책과 미국의 문화산업 침투의 현황을 살펴보려 했는데 그건 다음으로 미뤄야겠군요.
감사합니다.
보충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신중현의 인터뷰 기사와,조희문이 최민식에게 던진 질문에 대해 아무래도 얘기를 해야 할것 같아서요.
1.
우선,신중현의 13일 인터뷰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신중현의 의견은 제외하고 사실 위주로 얘기하겠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아온 영화와 달리 대중음악은 규제에만 시달려왔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은 적 없다"
이게 과연 맞는 말일까요?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현재 방송위원회의 고시에 따르면, "국내제작 대중음악: 해당 채널의 연간 전체 대중음악 방송 시간의 100분의 60 이상" 이라고 고시하고 있습니다.쿼터율이 60%네요.
방송의 경우 방송의 공공성 때문에 외국자본의 유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국내 프로그램을 80% 이상 편성해서 방영해야 하는 방송 쿼터제도 있다네요.
(참고로,주요 방송사는 영화 편성시간의 25%를 한국영화로 채워야 한다는 한국영화 방송쿼터제도 있습니다.그런데,억지로 한거 티나는 게 기준시점이 끝날 즈음 집중적으로 한국영화 틀었네요.^^ 그리고 방영시간도 한국영화는 심야시간에 주로 방송했군요.)
2.
같은 날인 13일,상명대 영화학부 교수이자 영화평론가인 조희문이 뉴라이트에 글을 올렸더군요.
사실은 동아일보에서 봤는데 전문을 보기 위해 할수 없이 뉴라이트닷컴에 들어가 봤습니다.
(서프 대문과 편집이 상당히 유사하더군요)
최민식이 네티즌과의 토론을 제안한 게 별로 안좋았나봅니다.최민식에게 5가지 질문을 던졌네요.
글 전체의 맥락상 첫번째 질문이 가장 핵심내용이라 생각되서 그것만 보고 나머지는 생략합니다.
외국영화 수입 자유화와 일본영화 수입개방 조치가 이루어졌을 때 스크린 쿼터 제도가 있는데도 영화인들은 무조건 개방을 반대했습니다. 개방을 하기만 하면 한국영화는 곧 망할 것이라고 외치면서요. 하지만 한국영화는 오히려 성장과 발전을 거듭했고, 미국영화나 일본영화와의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한국영화 발전이 스크린 쿼터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극장 안에 뱀을 풀어 넣고, 불까지 냈던 영화인들이었지만 그 일에 대해서 누구도 잘못된 일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제라도 그때 일들에 대해 영화인을 대표해서 당시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사과할 용의가 있습니까?
최민식이 사과할 내용은 좀 아닌것 같지만 어쨌든,개방으로 오히려 성장했다는게 주된 논지같군요.
우선 외화 수입자유화 등을 비롯한 개방조치의 역사를 뒤져봤습니다.
외화 수입자유화가 시작된 건 85년입니다.그 전까진 정부가 허가해준 영화제작사에 수입권까지 주는 특혜를 베풀었으나 규제가 풀린 것이죠.
그럼 85년 이후 한국영화는 오히려 성장했을까요?
영화진흥위원회의 연감을 보면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84년 38.5%,85년 34.2%에서 93년엔 15.9%까지 절반도 안되게 꾸준히 떨어집니다.잃어버린 9년이라 할만 합니다.
(80년대 초반의 점유율이 거의 40% 나온다는 사실은 좀 의외였습니다.물론 외화 수입자유화 전이지만)
어쨌든 개방 이후 성장했다는 건 거짓말이란거죠.
94년부터는 다시 한국영화 점유율이 반등하기 시작합니다.94년 22%를 시작으로 95년 잠시 주춤하다가 99년 39.7%를 거쳐 2001년에는 드디어 50%에 도달합니다.
이 V자 반전의 가운데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85년 외화수입이 자유화되면서 대신 스크린쿼터가 1/3에서 2/5로 강화됩니다.개방에 따른 시장잠식을 일부 보상해준거죠.하지만 이당시엔 쿼터가 거의 지켜지질 않았습니다.
극장은 대충 편법운영하고 당국도 이를 묵인했죠.강화됐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 직배사와의 충돌 이후 93년 영화인들이 모여 스크린쿼터 감시단을 조직합니다.극장이 쿼터를 잘 지키는지 감시하고 위반시 고발하고 그랬죠.
스크린쿼터 위반사례 통계를 보면 이때부터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만 해도 50건 정도 있긴 하군요.이때는 안지켰다기보단 한국영화 숫자가 모자라서 못지킨것 같습니다.2001년인가는 제작편수도 적고 점유율도 약간 하락했습니다)
다시 말하면,개방 이후 성장한건 거짓말이고,개방이후 나름대로 경쟁했겠지만 약 10년동안 빠르게 시장이 잠식당하다가(이 때는 쿼터가 잘 지켜지지 않아 별 효과가 없었고),93년부터 쿼터 준수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점유율이 상승했고,그 여력이 지금의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볼수 있다는 겁니다.
조희문은 이런 속사정은 쏙 빼먹고 비겁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한거구요.
-좌회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