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중25.고23회 출신, 해남.광주.서울 세 지역 동기동창들이 5월 9.10일 이틀간 고향해남에서 26회째 연례모임을 갖는다. '해남녹우회, 광주해광회, 서울서림회' 해남신문지면의 모임광고를 접하고보니 마음이 더욱더 설렌다. 동기들은 어느덧 50대 중반에 이르는 중년이 되었다. 세월의 흐름에는 장사가 없는 것 같다. 20대 후반부터 가졌던 25년간의 동기동창체육대회가, 이번모임에는 문화탐방 및 관광지탐사행사로 바뀌었다. 모임장소인 우수영 울돌목, 공룡화석지, 고천암 들녘, 땅끝, 미황사, 대흥사, 윤선도고택 등이 눈에 아른거린다. 때묻지 않게 보존되어 있는 고향의 자연경관은 우리들에게 항상 풍요로운 삶의 양식을 제공했다. 동기들은 25년간 해남.광주.서울을 1년마다 순회개최하면서 젊음의 낭만과 우정을 만끽했다. 완숙한 50대 중년으로 변화된 이제는, 젊었던 시절을 더듬어 보고 노후에 대비한 친구들의 의미있는 만남을 설계해보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 26년 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있는 필자는 '빛 고을 광주'에서 해남의 박형석친구를 만났다. 친구들은 당시 20대 후반의 혈기 왕성한 청년들이라 해남과 서울친구들의 축구시합을 제안했다. 같이 동석했던 광주의 윤석하친구가 끼어 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광주에서 우리 빼놓고 해남.서울친구 느그들 끼리 공을 차야?"하고 큰 눈을 부라리며 애교스럽게 협박했다. 그 날의 만남이 발단이 되어 한해도 거르지 않고 벌써 26회 째 를 맞이했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며 당찼던, 가장 활발한 세대였던 30.40대 젊은 시절. 친구들과 쏟아 부었던 희로애락의 추억시간들을 되새겨 보면 감개무량하다. 우리동기들의 세지역모임은 활성화되고 동문들에게도 귀감이 되었다. 그로 인해 각 지역의 동기들은, 동문들의 중심에 우뚝 서있었던 것을 큰 자부심으로 알고 동문모임을 이끌었다. 지금의 많은 선후배 동기들도 같은 형식의 행사를 진행하고있다. 체육대회가 개최되는 운동장에서 으뜸이었던 세 지역 동기들이, 세월을 견디지 못해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켜 주고있다. 이제는 우리들의 특성화된 만남을 갖기 위해 변화된 모임의 형식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마음은 청춘인데 어느새 반백으로 변했다. 잊을 수없는 많은 추억들이 스친다. 중.고등학교 재학시절 은사님들을 모시고 함께 했던 지난 모임들. 우리들의 학창시절 때 펄펄 나셨던 은사님들께서는 힘에 부대껴 제자들 앞에서 넘어지고. 호랑이처럼 무서웠던 선생님이 동문선배님이었던 사실을 새삼 알게 된다. 경기승부에 더 극성이었던 친구부인들. 동심으로 돌아가 천진난만 하게 부인응원에 집중하는 남편들. 뼈없는 문어처럼 흐느적거리며 '개다리' 춤을 민망할 정도로 흔들어 대는 친구. 밤 세워도 다나누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몇몇의 친구들은 더 이상 이세상에서는 만날 수없다. 뭐가 그리 급했나 50회 이상 갖을 모임을 완주하지 못하고, 그리움을 남기고 안타깝게 저 세상으로 먼저 갔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우리동기들은 해남중.고 재학생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있다. 세 지역 100여명의 친구들이 개인당 1만 원을 성금한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멈추지 않고 해년마다 100만 원의 장학금을 수여하는 것이 무척 대견스럽다.
지면을 통해 친구들에게 건강관리를 당부하고싶다. 필자는 지금보다 더 젊은 시절 너무나 건강했다. 운동이면 운동. 노래면 노래, 물불의 가릴 줄 모를 정도로 힘이 넘친 '뿌사리'친구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작년 행사도중 갑자기 찾아온 사고와 더불어 몸의 여러 곳이 항의했다. '너무 관리하지 않고 써먹었다'면서 '근신하라'고 한다. 25년째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앞장서 참석했던 죽마고우들의 만남. 이번 한 번만은 쉬려고 한다. 개근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그지없지만, 모임50회 째 를 완주하기위해서는 잠깐 쉬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다. 시골에 계신 팔순노모께서는 "1년에 몇 십 번이고 집에 들르는 셋째 아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무척 걱정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5월 '돌발성 난청'사고직후 1년 동안 1번 밖에 못 뵈었으니 그럴 만 하다. 작년 10월 개최했던 해남중.고등학교 총동창회 체육대회, 지난 5월1일 해남군민의 날, 이번 동기동창들의 모임. 고향에서 개최하는 큰 모임이든 작은 모임이든 단골 개근했던 '海南馬夫'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필자가 어느 날 갑자기 결근을 밥 먹듯이 하니 염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투병 중인 정연근교감의 모친 장례식일자가 겹쳐 더불어 모임에 참석하려고 무척 노력했다. 큰맘 먹고 영양제주사를 맞기도 하고 밤새 몸을 뒤척이고 고민하고 거듭했으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접었다. 다음만남을 위해 친구들 귀향길 이른 아침 출발시간에야 잠을 이룰 수있었다.
언제나 만나고 헤어져도 그리움이 한없이 남는, 10대 소년시절의 중.고등학교 동기동창들. 그리고 친구부인, 은사님. 소중한 1박2일의 만남이 인생의 충만한 한 페이지로 저장되길 기원합니다. 만남을 같이 하지 못했어도 내년의 값진 만남을 기약하며 동기동창 가족들과 항상 같이하겠습니다. 항상 함께 동행했던 서울 서림회친구들. 1년 동안, 한 번만이라도 만남의 자리를 같이해야 할 광주 해광회친구들. 이번모임에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종가집해남의 문훈식 녹우회장과 집행부임원,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억척스러울 정도로 야무진 친구부인들에게는 더더욱 감사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