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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사진방 스크랩 운무가 중첩하여 더 아름다운 경기 가평 운악산
기산들 추천 0 조회 110 08.08.26 07:20 댓글 10
게시글 본문내용

장대빗속에서도 아름다웠던 골산, 경기 가평 운악산(935m)
[글.사진  雲嶽 / 기산들 ]

 

 

문경새재를 나오자 비는 다시 억수같이 퍼붓는다.

애마 앞유리엔 차량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굵은 빗줄기가 때려 덜컥 겁이나 필자의 호와 같은 경기 가평 포천의 운악산

만나려 가는것을 포기할까 망설이다가 오랫만에 길을 나선 필자가 걸음을 돌리기엔 너무 먼 거리에 서 있다.

가다가 비가 계속내리면 산마루에 걸린 구름처럼 휴게소에서 여유롭게 쉬어가리라.

바쁠것도 없으니 오늘 닿지못하면 내일 닿으면 되고 그도 아니면 그 다음날 홀로 닿으면 어떠리...

이름도 기억이 나지않는 휴게소에 들리자 "2008 베이징 올림픽"중계방송에 몰입한 군중속에 섞여 작지만 큰 나라 내조국

대한민국의 선전을 기원해본다.

 

 

해거름인 오후7시경 운악산 부근인 경기 현리에 닿아 북적거리는 막국수집에서 저녁을 든후 인근 모텔에다 우중 운행의

피곤함을 뉘이고 다음날 이른 아침 객지의 식당에서 홀로 아침을 들면서 미지의 백운산 초등에 흥분이 된다.

산으로 가는 도중 군부대를 지날때마다 아들 얼굴이 뭉개구름처럼 떠올라 사뭇 그립다.

얼마후 운무를 정수리에 걸친 운악산으로 추정되는 산릉이 길손의 눈앞에 턱 버티고 서서 어서오라 손짓한다. 

산 초입 현등사로 가는길 작자의 이름도 없는 커다란 백운산의 시조비가 정감이 있어 한번 더 적어본다.

운악산 망경대는 금강산을 노래하고 

현등사 범종소리 솔바람에 날리는데 

백년초 무우폭포(舞雩瀑布)에 푸른안개 오르네  

 

 

평일인데도 현등사 일주문으로 등산객들이 오른다.

국립공원의 입장료가 폐지 된지가 언제인데 이곳은 무슨 영문인지 입장료를 징수해 영 기분이 개운치 않다.

문화재 관람료도 아닌것 같아 더욱 의구심이 생기지만 바리케이트를 치고 내라면 내야지 별도리가 있나.

당초 계획도 없었던 산행이라 순전히 비서 "네비"만 믿고 이곳으로 왔으니 당연히 산행지도도 한장 없어 매표소에

비치된 산행 안내도를 받아보니 경기의 진산들이 소개된 꽤 괜찮은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어 안심이 된다.

    

 

햐 !

이곳에 이렇게 절경의 심산유곡이 있었다니 놀랍다.

청정계류다.

반석위에 흐르는 계류는 옥빛이고 그 물소리는 은쟁반위로 돌돌돌 굴러가는 명쾌한 물방울 소리로 들려 청아하다.

역시 산은 우리네 삶에 푸른생명을 불어넣는 터 임을 입증해주니 어찌 우리 산과 한시라도 연을 끊고 살수 있을까? 

설악.지리의 계곡과 견줄만한 이 맑은 계곡에 먼곳에서 혼자 원정온 길손이 발을 담구지 않고는 갈수가 없다.

운악은 경기의 소금강 답게 기암절경과 맑은 계곡을 간직한 옹골찬 그리고 이 지방 오악답게 어지간한 돌산들이 

울고 갈 정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산이다.    

   

 

도심의 황폐한 심성들을 치유하기 위해 청류 옥류는 그렇게 흘러간다.

웅장하게 떨어지고 요란하게 급히 그리고 가만히 정지한듯 명경수를 모아 생명수가 되기위해 속세로 간다. 

오늘 필자는 경기도 포천군 화현면 즉 현등사가 있는곳으로 길을 잡았다. 

운악교가 놓인 개천을 지날때 버드나무가 늘어져 있던 고향 영천강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시 잠겨 보기도 했다.

  

 

 

 

폭염에 엄청난 땀을 쏟아내며 현등사 불이문옆을 지난다.

현등사는 신라 23대 법흥왕때 인도에서 온 마라아미 스님을 위해 창건한 절이라 전한다.

그 후 수백년 동안 폐허된것을 고려 21대 희종때 보조국사 "지눌"이 운악산 중턱 불빛이 비치는곳을 보고 찾아가보니

석등위에 옥등이 달려 있어 그곳에 절을 중건하니 바로 지금의 현등사다.

그 뒤 조선 태종때 함허대사가 중수 하였으나 순조때 불이나 전소된것을 순조30년에 개축한 고찰이다. 

현등사를 지나 너른 공터에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고 된비알길을 만나 씨름을 하며 올라 기도터에 닿았다.

아직은 운악산의 조망은 없다.

암벽을 타는 클라이머들이 좋아할만한 암장을 보면서 산 무던히도 그리는 달빛 선배님이 생각나고 특히 지리산길에서

뱃살 넣는 동작을 생각하다가 혼자 필자의 배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절고개를 지나 코끼리 바위를 만났다.

코끼리가 살지 않는 땅이라 그런지 이 땅엔 코끼리를 닮은 바위들이 참 많다.

특히 바닷가에 사는 코끼리들이 ...

 

 

드디어 능선에 올랐다.

먹장구름 아래로 마을들이 보이고 고향강을 생각케한 냇가도 보인다.

계곡의 물소리도 멀어졌고 폭염속에서 매미 울음소리만 지친 기색도 없이 들려온다.

예전 우리 어린 시절 여름방학때 들었던 매미소리도 저렇게 시끄러웠을까?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길손을 향해 다가오는 저 검은 구름이 날 생쥐로 만들줄 어찌 짐작이나 했을까? 

 

 

 

우락부락하게 생긴 운악의 남근석이 보이는 조망터에 홀로 서 사람들을 기다리는 일송(一松)이 그림같다.

좌측 능선으로 기암괴석이 어렴풋이 보이고 먼저 올라선 사람들의 재잘거림이 메아리로 들려 산객의 발걸음을 재촉해

남근석과 소나무에서 눈을뗀 길손은 무거운 발걸음 이지만 정상을 향해 간다. 

근데 남근석 옆에 서 있는 저 바위를 사람들은 무엇이라고 부를까?

 

 

운악산 정상에 닿자마자 먹장구름은 굵은 빗줄기를 내려보낸다.

출발전 너무 화창해서 미쳐 우중을 대비하지 못한 준비에 자책을 해보지만 이미 떼늦은 후회다. 

푸른 하늘에 뭉개구름까지 두둥실 띄워 마치 가을하늘을 연상케하던 날씨가 느닷없이 장대비라니...

비는 정상에 모여 있던 사람들을 부산하게 하며 해산을 명한다.

굵은 빗줄기는 펼쳐놓은 도시락을 일순간에 적셔 낭패를 주지만 유쾌한 웃음소리는 정상 옆 숲에서 계속 들린다.

운악산도 경기의 소금강이라 했다.

망경대.신선대.아기바위.미륵바위.병풍바위.남근석.코끼리바위등 그렇게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참고로 경기의 오악을 들자면 파주 감악산,가평의 화악산,개풍의 송악산,서울 관악산,그리고 오늘 필자가 초등한

바로 운악산이다.

  

 

비는 필자의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이 비가 그치지 않으면 나는 오늘 이 땅 끄트머리에서 여기까지 줄창 내달려온 의미가 없다.

눈앞에 펼쳐진 저 기암의 비경들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고 내려 간다면 언제 또 올련지 기약이 없어 서운한 것이다.

비에 젖은 바위들이 미끄러워 하산길은 매우 성가시고 바위에 박아놓은 디귿자의 철받침대는 조심하지 않으면 바로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미끄럽다. 암봉에서 잠시 주춤하며 미륵바위를 보다가 비경에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무심

한 비는 추적추적 전신을 다 적셔 주흘산때 처럼 길손은 생쥐꼴이 되고 말았다. 

     

 

아쉽지만 미륵바위를 뒤로하고 암봉과 철계단을 조심하며 내려선다.

그런데 하늘이 길손의 마음을 안것일까?

바위에 구멍이라도 낼듯이 들어 붓던 빗줄기가 가늘어 지더니 병풍바위 위로 하늘이 새파랗게 보이며 어느새 뭉개구름

이 두둥실 떠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 미륵바위와 병풍바위를 담았다.

여기 이 자리 운악의 최대 조망처인 전망대서 병풍바위를 보며 늦은 점심 김밥을 먹는 이 황홀하고 행복한 기분은

산을 그리는 사람들이 아니면 전혀 느낄수가 없다.

 

 

 

그리고 운악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설악의 공룡을 휘감는듯한 운무의 유희는 아니지만 먼곳에서 온 길손의 발품을 생각해서 인지 병풍바위와 미륵을 향해

운무는 비단결 같은 너울이 되어 감싸 한폭의 그림이 연출된다.

돌아가야할 길이 멀어 오래 머물수가 없는게 아쉽지만 산객은 서둘러 일어섰다.

가파른 바윗길 수십미터의 밧줄과 철계단을 위태위태 번갈아 잡고 내려서고 수직절벽의 철사다리 갈라진 바위사이의

철계단을 힘들게 내려섰다. 예전에는 바위지대가 너무 험해 종종 안전사고가 났으나 97년 가평군과 맹호부대등이 철

받침과 철사다리 48개를 놓아 안전사고가 거의 없게 만들었단다.

      

 

 

 

 

 

정상에서 장대비를 만나 한북정맥의 주능선과 주변 길매봉,청계산,귀목봉,명지산,화악산의 마루금을 조망할수 없어 서운

하고 하판리 분지위로 장쾌하게 펼쳐진 연인산 그 오른쪽으로 우정봉, 남동으로 매봉, 약수봉,대금산을 갸늠하지 못해

섭섭하다. 위안이라면 장대비가 그쳐 운악의 암릉지대를 조금은 여유있게 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 서해대교를 따라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면서 기름 유출로 전 국민의 애간장을 태웠던 서해바다가 다시 푸르게 살아서

우리 곁으로 오고 있는지 만나고 가야겠다. 집으로 가는 길목이니까. 

 

 

 

 

필자의 산행길

운악교-운악산 등산로 입구-두부촌-매표소-현등사 방향-절고개-백년폭-현등사-코끼리바위-절고개-915봉-헬기장-정상-철다리-미륵바위-매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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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8.26 07:31

    첫댓글 제몸 숲으로 가린 8월의 아름다운 산을 다녀오셨군요.

  • 08.08.26 10:06

    가신김에 아드님 불시면회 함 하시지 그랬습니까 경기 오악 중 파주 감악산은 군대시절 유격을 받은 곳입니다. 기암과 소나무 운무와 파란하늘 뭉게구름까지 참 아름답습니다

  • 08.08.26 10:31

    안개낀 산은 너무 아름답네요. 저도 하번 가 봤었는데 계단이 많아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너무 아름다워요.

  • 08.08.26 10:51

    참 선배님 다치신 데는 다 나으셨는지요. 등산 가신걸 보면 다 나으셨나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 08.08.26 11:49

    설마하니 골무 얼굴 모자로 가리고 댕기는건 아니재요? 다 나았으리라 믿습니다. 서해대교 지나갈터면 바로 우리집 앞인데 아쉬워라...내가 그만 박달재 친구네 있었으니....그 친구 다쳐서 주말마다 밥하러...뱃살넣기, 운동보다 맥주 안마시기가 낫다는거 아시져? 운악은 서울살때 참 어지간히 다녔는데....

  • 작성자 08.08.26 12:03

    한달간 목운동을 한번도 안했더니 배가 쑥들어갔네요. 참 돈 많이 든 배인데... 그래도 이제 30인치로 살렵니다. 흉터는 남았지만 댕깁니다.

  • 08.08.26 12:29

    좋은글 좋은그림 감사히 잘 봤습니다...코끼리바위는 정말 코끼리를 닮았습니다.

  • 08.08.26 20:21

    선배님 거기서 부터 처 내려 오세요 좀 있다 난 처 올라 갈태니................... 하여간 안다는곳이 없네요? ?

  • 작성자 08.08.26 21:10

    그래요 후배님 올라 오세요 쭈욱 위서 아래서 훍어가게

  • 08.08.27 17:52

    행님의 "산길 묻거들랑"의 산행은 가는 곳곳이 절경들이군요. 작품성 사진에 해설의 글들은 가히....놀랍습니다. 늘 행복한 산행되십시오.즐산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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