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 고통의 진실, 몬티 라이먼, 2021, 박선영 옮김 2022, 총350쪽
몬티 라이먼은 이 책에서 고통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며 그 중심에는 두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 중요한 주제로 등장한다. 가소성은 두뇌가 변화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는 고통의 경험과 그 처리 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라이먼은 이 책을 통해 고통이 단순히 감각적인 문제가 아니라, 두뇌의 예측 처리(prediction processing)와 관련된 복잡한 인지적 문제임을 설명한다.
먼저, 라이먼은 두뇌가 고통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두뇌는 끊임없이 외부 환경에 대한 예측을 만들어내며, 고통도 그 일부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손을 불에 가까이 가져갈 때, 두뇌는 미리 고통을 예측하고 그로부터 회피하도록 신호를 보낸다. 이는 두뇌의 가소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두뇌는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을 수정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며 고통을 처리하는 방식도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두뇌는 신경 회로를 재구성하여 고통을 관리하는 방법을 계속해서 학습한다.
이 책 114쪽을 보면 종달새형 인간( lark)과 올빼미형 인간(owl)이 빛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색깔을 다르게 구분하는 예시가 나온다. 이것은 뇌의 예측 처리 모델 가설이다. 종달새형 인간은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어떤 드레스가 흰색과 금색이 섞인 드레스로 보이고 올빼미형 인간은 인공 조명 아래에서 오래 노출되었기 때문에 그의 눈에는 파란색과 검은색 섞인 드레스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원리는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을 수정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뇌의 가소성이라고 보는 것이다. 최신 신경 영상기술을 이용해 예측 처리 모델을 시험하는 신경 과학자 라스 머클리 교수는 인간의 시각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각은 곧 보게 될 것에 대한 예측으로 시작한다."
예측 능력은 우리의 지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독사가 득실대는 아마존 우림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은 자기 집 뒷산에서 산책할 때보다 정체 모를 길쭉한 물체를 만났을 때 🐍뱀으로 판단할 확률이 높다.(115)
이 책은 만성 통증 환자들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만성 통증은 신체의 외부 상처나 자극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두뇌가 고통을 계속 인식하는 현상이다. 이는 두뇌의 고통에 대한 예측 모델이 고착되었기 때문이며, 이 역시 가소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고착된 고통 경로는 두뇌의 유연성을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고통을 끊임없이 재현하게 만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경 치료나 인지 행동 치료(CBT) 등은 두뇌의 가소성을 활용하여 이러한 경로를 재조정하는 데 중점을 둔다.
라이먼은 고통이 단순한 생리학적 반응을 넘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감정적인 상태, 그리고 삶의 경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고통이 개인의 주관적 경험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두뇌의 가소성을 바탕으로 고통을 다루는 방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고통은 우리의 두뇌가 어떻게 학습하고, 변화하며, 적응하는지의 과정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창구이며, 라이먼의 책은 이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
몬티는 만성통증을 줄이는 확실한 방법 몇 가지를 제시하며 이 책을 맺음한다.
1. 운동, 뜨개질을 포함하는 창의적 몰입활동
2. 5초 들이마시고 7초 내뱉는 긴 호흡하기
3. 변화하기: 심신과 환경에 안정감 제공
4. 시각화하기: (1)통증 상태의 뇌, (2)만성 통증 상태의 뇌, (3)통증이 전혀 없는 뇌 등 3가지 사진을 펴놓는다. 통증을 느낄 때마다 눈을 감고 (1)사진을 보다가 통증이 점점 줄어드는 (2)사진을 본다. 이것을몇 주 몇 달간 보상이 없어도 꾸준히 훈련한다.
5. 교육하기: 통증은 뇌에서 생성되고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며 조직 손상에 대한 정보가 아니다.
우리는 외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볼 때 뇌의 예측대로 심지어 그 대상을 보기도 전에 내려진 예측에 따라 본다.(115)
기억할 명언 한 가지
"motion is lotion" 몸을 움직이는 것은 몸을 위한 윤활유가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