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내음이 풀풀 나는 한산모시
모시만큼 손이 많이 가는 작업도 없을 것이다. 모시풀을 껍질을 벗겨내고 태모시를 만들고 물에 다섯 번을 적셔 햇볕에 말린 후 이로 일일이 쪼개내어 모시째기를 하고 쩐지라는 버팀목에 걸어 놓고 한올씩 빼어 무릎위에 맞이어 손바닥으로 비벼 연결하고....그 외에도 여러 직조과정을 거쳐 한산의 세모시가 탄생된다..
모든 공정이 기계가 아니라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산모시는 인간내음이 풀풀 묻어나고 있다. 숙련된 장인이 꼬박 1주일 걸려야 모시 한필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힘겨운 노동력이 필요하다. 화려하고 값싼 섬유가 쏟아져 한산모시는 그 명맥만을 유지했지만 천년을 세월을 한결 같이 버틴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모시옷 한벌 가격이 50만원을 호가하지만 그 힘든 공정을 알게 되니 그다지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근사한 예술품을 몸에 걸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한산 모시는 인체에 전혀 해가 없는 천연섬유로 만든다. 백옥같이 희고 잠자리 날개처럼 가볍기 때문에 여름철 옷감으로 최고로 친다. 깔끔하면서도 까칠까칠한 촉감은 고결한 기품을 더해준다.
한산모시관은 모시풀 재배부터 태모시 만들기부터 모시짜기까지 모시의 전 제작과정을 볼 수 있으며 서천의 농경 유물까지 전시하여 조상의 슬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모시짜는 것을 보았다. 어찌나 동작이 빠르던지 카메라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다. 빠른 발놀림과 정확한 손놀림이 합치되어야 모시가 끊어지지 않는다. 작업하는 동안에는 아무 말씀이 없다. 노동이 곧 수도다. 가느다란 실을 엮어내며 집합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구도자의 모습만큼이나 경건하다.
"하루에 몇시간이나 일해요?"
" 쉬엄쉬엄 일해유."
수줍게 미소짓는 모습이 전형적인 충청도 아낙이다. 하긴 장인에게 노동의 강도를 물어보는 것처럼 우매한 질문이 어디있을까? 선녀의 옷처럼 가볍고 견고한 세모시를 만들어내는 것이 장인이 할 일인 것을....
수만 번의 손놀림, 발놀림으로 만들어낸 세모시 옷이다. 화려함은 도무지 찾을 수 없다. 기품있고 우아한 자태만 보일뿐이다. 어쩌면 백제 유민의 통한의 눈물이 백옥같은 빛깔을 만들어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나라 잃은 설움에 찌는 듯한 더위까지 더해졌다면 이 땅의 민초들을 홧병에 죽어갔을 것이다. 그나마 시원한 모시옷 덕에 기나긴 여름을 이겨냈을 것이다.
일제때 한산의 모시는 보부상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 땅의 민중들이 흰 옷을 입으면서 백제의 유민마냥 국권회복을 꿈꾸었을 것이다.
한 올 한 올 이로 뽑아내어 한산의 모시에는 침과 땀방울이 서려 있다. 이 땅에 살아있는 예술의 경지를 나는 세모시에서 발견했다.
첫댓글 대장님의 새로 발간된 가이드북인양 꼼꼼히 정보 체크하며 읽게되네요
감사해요
올만에 출타 하셨네요
코로나는 극성을 부리고
사진보니 답사가 그리워지네요~~~
울 할머니, 외할머니.엄니 ᆢ참 모시 많이 삼으셨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