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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편지 294) 드라마 '토지' 세트장-하동 평사리 글/사진: 이종원 문학기행은 깊은 이야기가 묻어 있어 좋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며 그들의 던진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의 흔적을 더듬어 가는 재미가 솔솔하기 때문이다. 한국문학의 금자탑인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지인 악양의 평사리를 찾았다. 악양평야가 내려다 보이는 최참판댁, 김환과 별당아씨가 사랑을 꽃피웠던 별당, 귀녀와 칠성이가 밀회장소로 이용했던 삼신당, 서희의 체취가 묻어 있는 안채등 소설 속에 나온 인물들이 금방이라도 환생할 것 같다. 별당을 거닐다보면 "찢어 죽이고 말려죽일거야" 라고 복수를 다짐했던 서희의 독기어린 일갈이 귓전에서 지워지지 않을 정도다.
솔직히 드라마 '토지' 세트장이 이곳 평사리인줄은 몰랐다. 주차하는데 어찌나 애를 먹었던지 마을에 들어서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운 좋게도 한창 촬영하는 모습을 접하게 되었다. 대사 하나 하는데 몇 번을 찍어대는지 모른다. 서희역을 맡은 김현주...고운 한복과 잘 어울린다. 이용역의 박상원과 봉순역의 이재은이다. 촬영이 끝나고 스텝진이 개나리를 뿌리채 뽑고 있었다. 생화인 개나리도 소품이었다. 하긴 개나리가 활짝 피기엔 아직 이를텐데..... 저걸 일일이 심으려면 무척이나 힘들었을텐데... 최참판댁 고택 아래에는 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 평산집, 용이집, 월선네 주막등이 세트로 꾸며져 있다. 푸른 보리와 초가집이 잘도 어우러진다. 촬영이 끝나면 세트장은 여행자의 차지다. 소설, 드라마속의 장면들을 상상하며 주인공이 되어 본다. 정한조의 집에 걸린 옥수수와 약초들. 정한조는 조준구의 모함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다. 매화가 활짝 피었다. 매화는 소품이 아님.^^ 하동군은 30억원을 들여 최참판댁을 소설속의 그대로의 모습으로 재현해 놓았고, 초가 18채와 물레방아까지 만들어 놓았다. 만석꾼답게 이 고래등같은 기와집이 바로 최참판댁이다. 앞에는 30만평이나 되는 들녁이 펼쳐져 있고 뒷편엔 문수골, 피아골, 화개골등 지리산의 유명한 골짜기가 쉴새없이 이어진다. 작가는 이 멋진 경치를 보고 작품구상을 했다. 그러나 작가는 정작 평사리를 스쳐 지나갔을 뿐 직접 평사리에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고 한다. "아. 참말이라카이. 귀녀가 봤다 안카요. 구천이 총각하고 별당아씨가 밤마다 찰떡맹키로 붙어갖고 . 끌어 안고..." 소설 속의 풍문들은 이 빨래터에서 퍼저 나간다.
서희의 생모인 별당아씨가 머물렀던 별당이다. 시동생인 김환과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지만 결국 병으로 죽고 만다. 서희와 길상의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서희는 독기어린 결심을 한다. "나는 죽지 않을게요. 죽으라고 빌어도 절대나는 죽지 않을게요. 살아서 반드시 살아서 네놈들을 죽일게요. 찍어 죽이고 말려 죽일게다. 반드시 그럴게야." 한 여인의 처절한 복수가 간담을 서늘케 만든다. 영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 스칼렛이 있다면 우리의 '토지'에는 서희가 있었다.
대문을 활짝 열면 악양벌판이 한 눈에 펼쳐진다. 여행자도 드라마 속의 감동에 벗어나지 못했나보다. 대문에 기댄 채 깊은 상념에 빠진다. 최치수가 머물렀던 사랑채다. 드라마속의 소품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최참판댁을 지키고 있는 문화 해설사는 이곳 터가 좋으니 빨리 기를 받아 가라고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최치수의 마른 기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고택 뒷편에는 귀녀와 칠성이의 밀회장소인 삼신당이 서 있고 무성한 대숲이 볼 만하다. 한 커플이 지게를 지며 타임머신으로 빠져들어간다. 마당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닭을 보니 백숙이 생각난다. 아이고 배고파. 여행자들은 주로 박제화된 세트장만 찾는다. 평상리의 숨어 있는 보물인 고소산성은 애써 외면하는 것이 아쉽다. 실은 이곳이야말로 악양들녁과 섬진강을 가장 멋지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악양은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소개될 정도로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이름이 나 있다. 북서쪽으로는 지리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서쪽으로는 섬진강이 갈之자처럼 굽어 흐르는 곳이다. 악양은 중국 호남성 도시 약양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나당연합군의 소정방이 백제를 치러왔다가 이곳에 들러 경치에 반한 나머지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아름다운 곳이건만 6.25때는 빨치산과 국군간 치열한 격전지이기도 하다.
악양들녁의 소나무 두그루. 서희와 길상의 인생역정을 보는 것 같다. 근래 도로를 새로 닦아 놓아 쉽게 고소산성을 찾아갈 수 있다. 섬진강을 따라 가는 길이 일품이다. 하동포구 팔십리- 남대우 하동포구
팔십리에 물새가 울고 하동포구
팔십리의 굽도리 배야 하동포구
팔십리의 물결이 고아 평사리 공원 평사리 들어가는 초입에 평사리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여러 시비가 놓여 있다. 섬진강을 바라보고 있는 장승공원도 볼 만하다. 은모래빛 백사장은 연인과 걸어 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재첩잡이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은 영화 피아골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하동송림 평사리에서 섬진강따라 하동읍내 쪽으로 가다보면 300년생 소나무 750여 그루가 있는 하동송림이 나온다. 영조 21년 당시 부사를 지낸 전청상이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소나무 숲을 조성한 것이 오늘날 국내에서 제일가는 노송숲이 된 것이다. 섬진강 백사장과 더불어 여름철 휴식처로 적합하다. 섬진강을 따라 자전거 하이킹 도로가 잘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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