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의 조감독 이있던 류장화 감독의 첫번째 상업 영화 <꽃 피는 봄이 오면>은 사람이, 사랑이, 계절이 변화듯 모든것이 변해가는 모습 속에서 상처가 치유되어져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류장화 감독은 아주 뜨겁게 가슴을 달아 오르게 만드는 것보다는 관객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추운 겨울날 교실한켠에 켜 놓은 훈훈한 난로처럼 따뜻한 온기가 계속 퍼져 가는 영화를 만들기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점에서 볼때, <꽃 피는 봄이 오면>은 겨울철에 만나게 되는 난로처럼 따뜻한 온기가 계속 퍼져나오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한 남자가 마음의 상처로 부터 치유되어져 가는 모습을 가을과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계절을 통해 표현해 내었다는 점도 새롭다.
이 영화는 KBS인간극장과 강릉KBS 특집 다큐에서 방영되었던 도계중학교 아이들과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룬 2편의 다큐멘터를 바탕으로 제작이 되었다. 이 코드에 류장화 감독은 계절처럼 만나고 헤어짐의 반복속에서 한 남자의 변해가는 과정을 그려 내게되었다. <꽃 피는 봄이 오면>은 긴 런닝 타임 시간이 소비 되는 만큼 풍성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해 준다. 주인공 현우(최민식)을 통해 만나게 되는 여러 사람들과 그 속에서 현우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것만으로도 시간가는줄 모를 것이다. 여기에 최민식이라는 걸출한 스타의 색다른 연기 변신도 큰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휴먼 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성상 감정의 곡선이 짜여진 틀안에서 그려질것이며 눈물샘을 자극할것이라는 뻔히 보이는 결과로 다가와 지루함이 먼저 떠오를지도 모를일이지만 휴먼드라마의 특성상 내러티브한면과 그 속에서 이야기 되는 것들이 강조되는 만큼 머리로 생각하기 보다는 가슴으로 느끼며 영화를 즐기기를 바란다. <꽃 피는 봄이 오면>에서 가장 매력적인 점은 OST에 있는데 특히, 최민식이 직접 부르는 메인 테마곡과 트럼펫 협주곡 중 3악장, 김현식의 다시 처음이라오, 올드 랭 싸인등 총 4곡의 연주를 감상하는것도 큰 묘미이다.
늘 변해가는 배우 최민식 주인공 현우역에 최민식은 이번에도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그의 연기가 갈수록 빛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첫 영화 구로 아리랑에서 부터 연기의 절정을 보여주었던 올드보이를 비롯해서 최민식은 늘 다른 모습으로 연기를 한다. 해피엔드의 민기, 파이란의 강재, 취화선의 장승업, 올드보이의 오대수 등 아무리 다시 봐도 최민식 이였기에 이런 캐릭터들이 탄생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이다. <꽃 피는 봄이 오면>에서의 현우역은 기존의 최민식이 맡아왔던 역활과는 상당히 떨어져 보이는듯한 캐릭터이다. 류장화 감독이 최민식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을 정도로라니 현우라는 캐릭터에 거는 기대치가 커지겠지만 딱 잘라말하면 아주 심심하면서 지루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 지루한 현우라는 캐릭터가 최민식을 만나면서 전혀 다른 모습의 현우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최민식이라는 이름 파워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우라는 캐릭터에 관객들은 빨려들어가게 된다. 현우 자신은 음악가 이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문화센터에서 아줌마들을 대상으로 트럼펫을 가르치고, 오케스트라 단원 오디션에서는 계속 떨어지고, 집에서는 부모님에게 구박받고, 여자 친구는 다른 사람과 결혼 하는것을 지켜만 보는 그의 모습 속에서 희망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자신의 곡을 카바레에서 연주하는 친구가 천박해 보이기만 하는 그에게 있어 인생은 그저 지루한 일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자기멋에 살지만 결코 남들앞에 당당하지 못한 모습의 현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저 지루한 캐릭터일 뿐이다. 그러나, 최민식이 연기하는 현우는 재미가 있다. 친구와의 대화속에서 상황속에서 보여지는 최민식만의 스타일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꽃 피는 봄이 오면>은 현우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소통하고 화해하는 과정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있는 영화이니 만큼 그 속에서 이야기 되는 재미꺼리도 놓칠수 없다. 여기에 최민식만의 특유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유쾌하지 않는가. 파이란의 강재가 최민식이 아니면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외국영화에서는 느낄수 없는 그것 현우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강원도 도계 중학교 관악부 임시 교사로 부임하면서 만나게 되는 시간부터 그에게는 꿈꾸어왔던 모든것들이 낙엽처럼 떨어지는 늦 가을의 시작이다. 옛날에는 상도 많이 탔는데 지금은 엉망진창인 관악부에 임시 교사로 온 현우를 통해 대회에 나가게 되고 상을 타게 된다 라는 진부한 스토리를 생각하겠지만,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우회를 한다. <꽃 피는 봄이 오면>을 보면 외화 브래스드 오프, 시스터 액트, 홀랜드 오퍼스, 죽은 시인의 사회가 잘 믹스된 영화인듯 보이지만 볼수록 그런 생각이 틀렸음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전형적인 플룻을 따라가는건 어쩔수 없는듯 영화는 기존 외화를 답습하듯 흘러간다. 아이들을 통해서 잊고 지냈던 어린시절의 꿈을 찾게 되고 음악에 대한 순순했던 열정을 다시금 갖게 된다라는것과 반대하는 부모님과 혹은 집안 사정이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 준다는 뻔한 이야기 전개로 말이다. 하지만, 외국영화에서 느낄수 없는 그 무엇가가 하나 있다면 그저 감동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만 감정선을 한순간에 위로 치솟게 만드는 이야기꺼리가 아닌 현우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여러 상황들의 조화에 있다. 떡파는 할머니, 약국여자 수연(장신영), 자동차 수리공 주호(김강우), 옛 애인(연희), 관악부 아이들과의 소통속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 낸다는 점이다. 아이의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탄광촌으로 찾아가 비를 맞으면서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속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가슴뭉클한 느낌이 든다. 현우를 연기하는 최민식이 웃음 띤 얼굴로 지휘하는 모습과 짐짓 조심스러운 표정의 아이들 그리고 그들을 무심하게 지켜보다가 서서히 미소로 바뀌어가는 광부들의 모습속에서 그 어떤 영화에서도 느끼지 못한 감동을 맛볼 수 있을것이다. 연계되어지는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서서히 변해가는 현우의 모습이 비에서 눈으로 바뀌는 배경으로 표현됨으로서 봄을 위해 기다리는 겨울임을 나타내는 장면에서는 류장화 감독의 센스까지 엿볼수 있다. 이렇듯 급격한 감정선 보다는 탄탄한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잘 그려진 감정의 곡선이 고스란히 살아있으며, 결과에 치중하기 보다는 아이들의 노력과 무엇이든지 결과만 좋으면 그만인 세상에 일침을 가하듯 현우가 내뱉는 말 한만디 "니네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지, 상 탈라고 시작했어? 뭘 바라고 음악하면 안돼."라는 말이 <꽃 피는 봄이 오면>에는 있다.
no more sense, no more wit ! <꽃 피는 봄이 오면>에서는 위트한 대사와 센스 있는 연출력이 돋보이는것을 볼 수 있다. OST는 근래에 나온 한국 영화 중에서 최고다라고 칭찬해 줄 만큼 반복되는 멜로디 라인을 피하고 OST를 연출에 의해 사용했다는 점이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이다. 예를 들면, 현우가 여러 악보를 한장한장 넘길때 마다 그 악보에 맞는 노래가 나오는것과 OST를 라디오에서 나오게 하는 장면이다. 이런점들은 결국 상황에 맞게 적절한 OST의 사용으로 이어지고 좀 더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의 계기가 된다. 여기에 최민식만의 위트한 대사와 표정, 상황성들이 가미해 짐으로서 천박하지 않으면서도 웃음을 유발하게 만든다. 또한, 여러가지 재밌는 상황을 집어 넣음으로서 지루해질수 있는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 넣는 센스까지 보이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 할까.
<꽃 피는 봄이 오면>은 주연 배우뿐 아니라 조연 배우들과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보기드문 휴먼드라마 임에는 틀림 없다. 거기에 잘짜여진 구성과 내러티브, 위트, 감독의 센스 까지 곁들여 졌으니 흠잡을 틈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아쉬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긴 런닝타임 140분 시간속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루즈해 진다. 중반 이후 비를 맞으면 탄광촌에서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까지는 분명 감정의 곡선이 잘 그려졌다. 그러나, 그 이후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보여 주려고 했던 탓일까. 사람들의 관계속에서 변화되는 모습이라는 틀에 갇혀 오히려 조연들과의 호흡이 흩어지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왕 140분 이라는 런닝 타임을 가지고 갈 것이라면 그들의 관계속에서 뭔가를 좀더 파고 들어 가거나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좀더 표현해 냈더라면 하는 아쉼움이 남는다. 마지막 부분에 보여지는 봄에 대한 설득력도 좀 부족한듯 싶고 훈훈한 열을 내던 난로의 장작이 다 떨어졌는지 후반부에는 너무나 미지근한 영화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누구나 '웰메이드 영화다' 라고 말할수 있을 뻔했는데, 아쉽다. 하지만, 근래에 나오는 한국 휴먼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드는 느낌은 점점 진화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앞으로 나올 영화들의 기대치가 크다.
당신에게 있어 인생의 '꽃피는 봄'은 언제입니까? 잊어버렸던 꿈은 없습니까? 가슴을 계속 훈훈하게 데우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