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오련'
시/가현/김병수
카페 '오련' 찾아가는
시루메산 허리춤, 훠이훠이 송진내음 풀냄새가 그윽하다
오르고 내리고 휘돌고 나무숲 터널 사이로
해탈의 길
깨달음의 길
아미타불이 영생하는 서역 十萬億佛土
괴로움없이 안락한 極樂淨土 가는 길
켜켜이 쌓인 세파의 고뇌 씻어 주려니
향그린 산바람으로 안아주는 붓다의 사랑이여
백련사 아랫 마당엔 사바세계를 품은 푸른 연못이 있고
삼사백년 됨직한 느티나무, 은행나무들이 신처럼 서 있다.
절간은 잠들어 염불소리도 목탁소리도 없고
인경이라도 울어야 하련만 그 소리 마저도 없구나
고려조에 인도승이 창건했다는 고찰 백련사
희미한 단청빛은 천년세월을 품었고
은은한 향기 순백의 연꽃들은
천년고찰 백련사의 상징임을 소중하게 간직한 채
올 해도 불심처럼 고운 꽃을 피우고 또 피우고 있구나
카페 '오련’
한 여인이 외롭게 카페를 지키고 있다.
왠지 조금은 엄숙함이 흐르고 있지만
수더분한 시골처녀 같은 전통찻집
마음은 상상도 못할 비싼 차값에 으아하지만
숲속 아름다운 향기랑 차를 마실 수 있어 좋다.
따끈한 원두차향이 온 몸에 스민다.
잠재해 있던 지난 추억들이 깨어나는 걸까
카페의 분위기에 취해가고 있는 걸까
잔잔하던 찻잔이 일렁거리고
어느새 주인 없는 카페 줄리궁 감나무아래 앉아서
찻잔속에 잠자던 추억을 그려 넣고 있다.
그리움과 고뇌의 시간이 흐르고
흐릿한 달빛조각들이 눈물처럼 떨어지는 밤
찻잔은 식어버리고 말문을 닫은채 가슴만 울었 던
하나둘 풀어지는
아픈 단상들....
두두려도 대답없는 돌아앉은 빈 카페
찻잔으로 전하는 메아리마저 삼켜버리는구나
사립문 열어주는 사람없는 빈 카페
찻잔에 덜 아픈 추억이라도 담아보냈으면
카페 밖엔 아직도 뜨거운 여름햇살이 내리고 있고
연꽃위에 앉아있는 파란 개구리 한 마리
기도하듯 무릅꿇고 앉아 먼 산 을 하양 바라보고 있다
2023. 8. 10
강화 카페오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