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남원에서 문경세재도립공원을 향하여 달립니다. 상태 점검을 해봐야죠!
0. 시간 : 점심을 끝내니 오후 3시
0. 취기 : 약간 남아 있음
0. 경치 : 달리는 차창 밖은 너무 좋음
0. 여자 : 없음
0. 맥박 : 별로 뛰지 않음
0. 현금 : 아직은 염려 없음
0. 운전 : 나와 초보운전자를 제외한 2명이 번갈아 가면서 함(조금 미안함)
<여행 수칙1: 여행지에서 운전을 하기 싫으면 생명의 소중함을 확실히 환기시킬 것>
0. 방향 : 남원-함양-거창-김천-상주-문경세재 도립공원
0. 체력 : 차를 타고 가면서 보충하면 될 것 같음
0. 기분 : 물어 볼 필요 없음
음! 이만하면 되었군... 자! 가자구...
차는 문경세재를 향하여 갑니다.
아니 [태조왕건촬영장]으로 향합니다. KBS-1TV의 대형세트 촬영장이 있는 문경세재 도립공원의 안내표지는 전방 4~50km부터 아예 [...촬영장]으로 바뀌어있더군요!
매스미디어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사진 촬영이 불편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대충 몇장을 찍고, 그야말로 황혼속에 도립공원을 배회했습니다.
백제궁.고려궁.서민집.귀족촌.도성.투석기 그리고 맑은 물. 공기... 등 등을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혼자 돌아 다니는 것도 괞챤더라구요!
나중에는 뿔뿔히 흩어진 덕에 휴대폰으로 연락을 해서 만날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시간은 어언 저녁 8시 반...
당장 시급히 해야 할 문제는 저녁식사와 잠자리...
장년 네명이라 의견도 가지각색이었지만, 근처(예천)가 고향인 한 일행의 강력한 추천사 한마디
"여기서 20분이면 수안보라는데가 있어요! 거기에는 남자들은 바지 가랑이만 걷고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전설이 지금도 내려 온답니다."
뭐 볼 것 있겠습니까? 수안보를 향하여 돌진...!
<여행 수칙2: 여행지에서는 가급적 믿을 만한 가이드를 동반할 것. 학실한...>
일단 수안보 한가운데 동양호텔에 여장을 풀고 그 호텔에서 운영하는 한정식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보통의 한정식과 비슷한 가운데 '꿩 샤브샤브'*가 눈에 띄더군요!
(* 샤브샤브:생고기를 뜨거운 물에 살짝 뎊여 먹는 요리로써 수안보의 명품임)
하루종일 운전을 해서 술이 곺은 일행 두명이 참이슬과 샤브샤브를 급하게 주문했죠!
아! 우리는 거기에서도 충청도 양반들의 느긋함과 여유로운 모습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밑반찬 하나 나오는데 10분.
술 한병 나오는데 10분.
그런식으로 나오는데에는 할말이 없더라구요!
결정적으로는 참이슬이 없다는데에 화가 치밀었지만, 일행들은 약속들이나 한 듯이 꾹 참았습니다. 왜냐구요?
<여행 수칙3: 여행지 식당에서 화를 내면 낼수록 본인들에게만 손해라는 것>
인내심에 한도가 이른 4~50분 정도 지나니까 꿩 고기가 나옵디다.
무지무지하게 배가 곺았죠!
게걸스럽게 먹어댑니다.
배도 고팠지만 가슴살로만 만든다는 꿩 샤브샤브는 확실히 맛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부족한 감이 들을 찰라, 꿩 속으로 만든 만두, 꿩 육회, 꿩 로스구이, 꿩 다리구이 4개가 줄줄이 나옵디다.
그러니까 우리가 시킨 45000원짜리 요리는 정확히 꿩 두 마리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최후에는 꿩 매운탕의풀코스로 나옵니다.
허기진 장정 4명이 다 못먹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여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
<여행수칙 5: 객지에서는 무슨 일이든 성급하게 판단 말 것. 그리고 첨언한다면 수안보 여행객들에게는 이 요리를 추천할 것>
일행이 그런 포만감과 참이슬에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검은 양복을 말쑥히 차려 입은 청년이 접근해옵니다.
"맥주 1박스, 안주 3개와 노래방시설이 되어 있는 특실룸이 13만원에 어떻습니까? 물론 아가씨 팁은 한 3만원선에서 해결 될 것입니다."
뭐! 이렇다는데에 이견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검은 색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들과 동행하여 마시고 춤추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뭐! 변명같지만, 춤이나 노래에는 완전 젬뱅인 저는 중앙 홀로 나와 다음날 조각전을 연다며 학부생 제자들과 동행한 노교수와 대작을 하였습니다.
그것도 좋더라구요! 어차피 그 젊은 학생들의 그 교수에의 접대가 의례적인 냄새가 풍겼던지 둘은 자연스럽게 예술이 어쩌구 인생이 어쩌구 하면서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다음날 개막하는 초청장을 받은 체로 말입니다.(그런데 미리 하는 말이지만 저는 그 다음날 그 전시회에 갈 입장이 절대 못되었습니다... ). 하여 우리가 여행지에서 절대 지켜야 할 것...
<여행수칙 6 : 지키지 못할 약속은 절대 하지 말 것>
그리고는 적적한 밤거리를 혼자 걷는 맛도 새삼스럽구요(그런데 저는 이것이 병이랍니다)
그러다 다시 일행에게 끌려 와 술과 노래와 춤에 파묻혔습니다.
그렇게 있자니 카운터가 잠시 소란스럽습디다.
일행과 처음 약속했던 돈보다 20만원을 더 요구를 했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확인을 하니 아가씨들에의 T/C를 3만원 말고도 그 술집에 따로 각자 5만원씩 계산해야 하는 것을 미리 말을 않했던 모양입니다. 뭐! 바가지라면 바가지를 멋지게 쓴거죠!
하여 일곱 번째 여행수칙은 <여행지에서 달콤한 미끼는 절대로 믿지 말 것>
그래도 별탈 없이 계산을 마무리하고 우리는 단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가 있어 좋고... 여행이 기다리고 있고... 자유감으로 충만한 내일이 있어 좋은... 그렇게 기다려지는 내일의 아침을 위하여 우리는 잠을 청했습니다.
<여행지에서의 검은 양복을 입은 조폭과 검은 드레스의 흑장미는 절대 주의할 것> 이라는 여덟 번째 수칙과 <수안보에서 바지가랑이 걷는 다는 것은 이미 전설이 되었음>이라는 마지막 경구도 접어 둔 체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