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기(19) : 역답사(신녕-화본-탑리역)
1. 중앙선 의성과 영천 사이에는 간이역 수준의 작은 역이 3개가 있다. 하지만 역이 있다는 것은 그 지역이 결코 외진 곳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오늘 방문한 역들도 주변에 식사할 수 있는 장소도 많고 사람들도 활발하게 오가는 곳들이다. 각기 다른 행정구역에 위치하고 있는 역들은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역의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2. 영천의 <신녕역>은 과거 일제강점기 건물의 양식을 하고 있다. 경부선의 <전의역>처럼 다른 역에서도 이런 구조의 건물을 제법 많이 볼 수 있다. 군위군에 속하는 <화본역>도 비슷한 모습이다. <신녕역> 앞에 있는 밥집은 ‘백반’ 한 가지만 취급하지만 반찬의 정갈함이 기분 좋게 해준다. 천천히 역 주변을 걸었다. 도로를 따라 지방의 기본 시설들이 눈에 들어온다. 평범하지만 조용한 마을이다. 그 가운데 버스터미널은 텅 빈 채, 지방의 쇠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3. 군위의 <화본역>은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제법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철길을 구경할 때 1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화본역은 건물의 색감이나 주변 환경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역은 연한 커피색을 띠고 있고 바로 옆에는 오래된 급수탑이 서있다. 녹슬은 급수탑은 흘러간 시간의 기억을 품고서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역 주변의 마을에도 ‘삼국유사의 고장’이라는 점을 알리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역에 있는 모든 것들이 ‘과거’를 추억하고 기념하고 있는 듯했다. 더구나 올해부터 군위는 대구광역시로 편입되었다. ‘군위’라는 지명도 이제는 다른 성격의 이름이 된 것이다. 폐교된 학교 운동장의 덩그라니 남아있는 공터 속에, <화본역>은 흘러가는 것들을 무심하게 보내는 담담한 노스탈지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화본역>을 지나 구리역 쪽으로 이동할 때 작은 폐역을 보았다. 차를 급히 돌려 역 앞으로 갔다. <우보역>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역이 사라지고 있었다.
4. 의성의 <탑리역>은 특이한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조잡한 서양 성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것같다. ‘탑리’는 의성군 금성면에 속하는 지역으로 특별한 모습은 없다. 전형적인 면소재지의 풍경을 하고 있었다. 오늘의 여행은 기차 대신 자동차를 이용했다. 오늘 답사한 역들은 기차로 이동하기에는 이른 시간과 늦은 시간밖에 열차가 운행하지 않아 낮 시간에 답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약간은 퇴색한 뿌연 공기가 겨울의 우울함을 동반한다. <신녕역>과 <탑리역>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다시 찾을 일은 없을 것같다. 다만 <화본역>은 역 앞에 ‘엄흥도’와 관련된 역사답사 코스가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조금은 낭만적인 화본역의 분위기 때문에 어쩌면 다시 찾을 것 같기도 하다.
첫댓글 - 이런 역도 있었구나!!! 이름은 처음이지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는 듯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천천히 흔적을 지우는 시골 풍경으로. 어느 누군가에게 비칠 내 삶의 흔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