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reno fevgi stis okto (The train leaves at eight: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노래: Agnes Baltsa, 음악: Milkis Theodorakis, 가사: Manos Eleftheriou,
그리스 가곡
그리스는 우리와 유사한 정서를 지닌 나라이다. 한때는 유럽을 제패하고 민주
주의를 꽃피운 문화대국이지만, 근대이후 외세의 침입을 많이 받아 투쟁의식
과 한(恨)이 어우러진 정서가 그리스사람들 가슴속에 깃들어 있다. 특히 그리
스가곡은 터어키(투르크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시절과 2차대전때 독일(나치)
의 침략을 받았던 시절에 그리스시민이 읊었던 저항의 노래라고 한다. 저항의
표현으로서 그리스가곡은 언론의 자유가 억압받던 환경하에서 만들어지다보
니 가사내용이 구체적이 아니고 분노의 직접적 표현이 아닌 간접적인 억눌린
사람들의 소박한 비애가 담겨져 있어 더욱 애틋하게 한다.
우리나라 SBS방송 드라마 '백야(白夜)' 주제곡으로도 사용되었던 '기차는 8시
에 떠나네'는 저항의 노래라기보다는 기차를 타고 떠난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언제까지나 기다리며 부르는 노래이다. 하지만, 떠난 연인은 조국을 위해 큰 일
을 하려고 떠난 투사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돌아오지 않은 연인을 언제까지
나 기다리며 매일같이 기차역으로 나가는 그리스여인의 여심(女心)...
카타리니행 기차는 언제나 8시에 떠나는군요.
11월은 영원히 당신의 기억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이 우오조(ouzo)를 마실 때 우연히 만났지요.
당신은 무슨 비밀인지를 간직한 채
밤에는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기차는 8시에 떠나지만,
당신은 카타리니에 홀자 남았겠지요.
가슴에 칼을 품고 안개속에서 시계를 주시하며
5시에서 8시까지...
*(주)우오조(ouzo):그리스지방의 anise라는 열매로 맛을 들인 음료
신경숙 새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조선2/18)
{좀 먹먹하다. 곧 봄이 온다는 것도, 올해가 20세기의 마지막 해라는 것도, 세
번째 장편소설을 묶으려는 것도, 손가락에 오래 끼고 다녔던 반지를 잃어버린
것도 먹먹하다. 아닌가. 그저 지난 밤, 잠이 모자라서인가?}.
소설가 신경숙씨가 신작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문학 과지성사)를 펴
냈다. 창작집 [오래 전 집을 떠날 때] 이후 3년만에 내놓는 책이다. 성악가 아
그네스 발차가 부른 그리스 민요 [기차는 8시에 떠나네]가 작가가슴에 남긴 파
장을 자양분으로 삼아 써낸 소설이다.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네. 11월
은 당신 기억 속에 영원히 남으리. 이제 밤이 되어도 당신은 비밀을 품고 오지
못하네…].
소리의 예술인 노래에서 착상한 소설답게 [소리]가 전체 분위기를 지배한다.
우선 첫 장을 펼치면 [이름도 없고 애칭도 없고 의미 있는 행동을 찾아내지 못
하는 익명의 내 목소리]란 작중 화자[나]의 메모가 등장한다. 라디오 성우인
[나]는 목소리만으로 다양한 인물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지만, 그녀는 늘 [제
존재를 만들어 주는 내 목소리]를 향한 갈망에 시달린다. 왜냐하면 그녀는 생
의 20대에 대한 기억을 상실한 채 30대 중반을 살고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나]의 기억을 찾는 마음의 여로를 따라간다.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과정을 추
적하기 위해 기존 신경숙 소설과는 달리 추리적 기법도 시도했다. 가령 [기차
는 8시에…]란 노래가 소설 제목에서 [7시]로 바뀌었는다는 것부터 수수께끼
다. 아련한 기억의 변주와 관련된 해답은 결말 부분에 등장하지만, 신경숙 특유
의 서정적 분위기는 성급한 독자들의 발목을 여러번 붙잡는다. 낡은 피아노치
는 여자의 손톱에 떠오른 열 개의 반달, 세종문화회관 외벽에 새겨진 공후인타
는 비천녀, 눈발 아래 잠든 밤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서 있는 성탄절 날 진열장
속 조그만 장난감들 등등이 존재의 심연 속에서 올라오는 시적 음향을 피어내
기 때문이다.
작가는 {기억 속에서 그리운 얼굴은 사라지고 소리만 남은 주인공을 다뤘지
만, 한 개인의 자아 찾기를 그린 것 만은 아니다}라며 {주인공 뿐만 아니라 여
러 등장 인물들이 각자 뭔가에 의해 훼손된 자신을 회복하려는 힘을 사랑에서
얻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나]를 사랑하는 진
서, 옛 애인 은기, [나]의 조카 미란, 친구 윤, 수화기 저편의 익명의 여자 등등
상처를 내면에 문신처럼 새긴 여러 인물들이 등장해서 다음향을 들려준다.
그리고 프롤로그 [슬픈 예감]에서 출발한 이 소설은 [나]가 옛사랑과 만나 다
시 헤어지면서 에필로그 [사랑했던 사람들이 살고있다고]로 끝낸다. 마치 [가
슴 속에 아픔을 새긴 채 안개 속에 5시에서 8시까지 앉아만 있네]라는 그리스
민요 가사처럼. 박해현기자
신경숙씨, 새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출간(연합2/19) 중견작가 신경숙씨
가 신작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문학과지성사)를 출간했다.
신씨가 장편을 낸 것은 95년 「외딴 방」 이후 4년만의 일. 이 작품은 80년대
의 상처가 얼핏 내비치는 그의 유일한 소설이다.
소설은 잃어버린 사랑의 기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줄거리로 해 사람과 삶을
성찰한다. 이런 이야기는 신씨 특유의 감성적 문체로 묘사된다.
이 작품에는 한때의 기억을 잃어버린 두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 김하진과 그
의 조카 미란이 그들이다. 김하진은 서른다섯 살의 방송국 성우이고, 미란은 자
살소동을 벌인 뒤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하진은 자신이 사회문제에 개입했던 스무살 무렵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는
80년대에 노동자 복직과 블랙 리스트 폐지 등의 구호문을 만드는 등 아픈 과거
를 갖고있다.
소설의 제목 '기차는 7시에 떠나네'는 그 당시 같이 운동하던 패거리들이 금요
일 오후마다 다방에서 만나 들었던 그리스 민요. 이들은 그주 일요일이면 함께
모여 구호문과 플래카드를 제작하곤 했다.
소설은 과거로 가는 여행을 통해 자아를 되찾고 그 기억을 하나하나 기워 현재
의 삶을 다시 시작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소설을 읽다보면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무엇보다 독자를 매료할만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맥과
대하는 아니더라도 가슴 뭉클한 여운의 실체를 가져야 하는데, 전체 를 관통하
는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스토리의 빈약과 소설 구조의 불명확함을 특유의 문체로 커버하려 하나 이 역
시 가슴을 치게 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문장의 상당수가 꼬리가 댕강 잘린
채 끝나기 일쑤여서 당혹감을 안겨주고, 어색한 쉼표의 남발도 읽는 맛을 반감
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