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 접근법 447 - 거짓말과 아방가르드
평면에서 입체라는 공간을 느껴야 하는 것은 필연적 거짓이다. 입체중독자들에게나 나타나는 기현상이다. 미술가에게 삶이나 인간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작품을 제작하라고 하면 이미 허구적인 거짓을 제작할 수밖에 없다. 지금에 존재하는 상황에 대해 종교의 힘으로 정신과 미래를 믿는다. 귀신의 존재를 믿으면서 공포를 배우는 자학증상을 강조한다. 예술은 거짓에서 시작한다는 말을 되새기자. 생각은 자신에게만 존재한다. 남에게는 나이 정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실화 시킨 말이나 글, 어떤 표현방식을 통해 존재시킬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예술은 가상에 근거한 거짓에서 출발한다.
아줌마들을 표적으로 삼는 아침드라마는 악역이 강할수록 시청률은 높아진다. 뻔하고 속된 거짓이라도 주인공만 모른다. 아침드라마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 않는다. 스스로 극복하고 인내하면서 독립 하여야 한다. 약하고 착하고, 속없는 주인공이 살아갈 방법은 악역에 의한 수없는 탄압과 폭정에서 견딘 이후에야 독립이 시작된다. 비극에서 존재로의 변환이다. 아침드라마 시청자들은 주인공의 미래를 잘 알고 있다. 악역을 맡은 배우의 말도 안 되는 행동과 거짓, 불합리한 상황과 의미 없이 지속되는 뒤끝, 주인공에게 절대로 사실을 말하지 않는 주변인들의 가식이 주인공의 사는 보람을 일깨워준다. 목적을 상실한 주인공의 삶이다.
예술은 이기적으로 시작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의 이야기라 우긴다. 지극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그럴법한 위선을 표현한다. 좋으면 외면한다. 자기부정과 현실에 대한 불만족에서 삶의 의지를 밝혀간다. 미술가의 작품에는 주인공이 없다. 주체도 없다. 산을 그리거나 장미를 그리거나 형이 없는 무작위적 칠을 하면서 무엇인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면 자신의 애호가 아니다. 그것을 알아주면 예술성 있는 지식인이 된다. 새로운 문화, 새로운 유형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사람이어야 함에도 사람이 없다. 인간의 가치가 재현되거나 표현되어야 함에도 예술을 위한 예술을 시작한다. 우리는 그것을 아방가르드라 부른다. 도덕이나 가치에서 벗어난 예술이다. 찾아야 하는 삶의 가치나 인문학적 소양이 아니다. 지난 예술의 형식을 벗어나고자 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총애하는 예술사조가 된다.
낭만주의에 열광하고 예쁘고 착한 미술품에 관심을 두지만 예술표현 그 자체를 고민하는 예술지식인으로서 그것을 표현하면 안 된다. 늦은 밤 희미한 조명과 폭탄주가 오가는 자리에서 원초적 본능을 찾는 이들의 낮 모습이다. 예술은 자율적이지 못하다. 무엇인가에 얽매여 있거나 스스로의 거짓된 가치를 확인하려 든다.
예술은 꿈과 환상을 현실화 시켜주는 마법의 약이 아니다. 앞선다는, 무엇에 대해 아무생각없이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예술의 특권이긴 하지만 꿈의 세계를 현실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꿈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 몽환의 영역이다. 그곳에서는 현실의 이상을 드러내지만 가상의 유희로서 황홀에 도취한 예술행위를 수용할 수는 없다. 거짓이라고 다 책임 질것도 아니다. 전위예술이라고 예술충동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학문과 같이 합리성과 이성, 지식만을 기반으로 하는 것 또한 아니다.
삶의 예술은 거짓말과 아방가르드의 절묘한 교배에서 시작된다. (조금 어렵다요. 머리쓰게 만드는...)
정수화랑(현대미술경영연구소)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41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