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커플들의 사진을 찍으며 생계를 꾸려가는 흥신소 직원 오상우(이정재)는 거의 연을 끊고 살던 아버지의 부음과 함께 그 빚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접한다. 때마침 악질 경찰인 정 반장의 뒷돈 독촉으로 궁색해진 상우는 조로증으로 특수학교에 있다는 또 다른 상속인이자 이복동생인 봉구(이범수)를 찾아나선다.
■ Review
이상한 말이지만 <오! 브라더스>는 한국영화에서 흔치 않은 본격 가족영화다. 가족을 소재로 하고 또 그것이 주제의 위치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결론이기도 한, 가족을 하나의 매직 워드로 사용하는 영화라는 의미에서 그렇다. 다른 의미에서는 ‘가족주의 영화’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장르에 상관없이 가족영화는 분명 갈등의 발생과 진화 그리고 해소를 목표로 하는 드라마이며 가족은 갈등이자 진화 촉매이고 또 해결의 열쇠이자 결론이다. 그래서 모두들 그 결론을 알고 있으며 어디로 향해 가야 할 줄을 안다. 다만 요구되는 것은 그것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풀어내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관객에게 무척 친숙함에도 불구하고 (따라서 손쉬운 흥행의 코드가 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에서 뜻밖에도 극장영화로서 이러한 가족물이 많지 않은 것은, TV드라마가 상당히 견고하게 그 역할을 대신하는 탓에 자칫하면 비싼 돈 주고 보는 ‘연속극’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며 또, 이미 단단한 장르와 문법을 갖춘 할리우드의 미국식 가족주의 영화와도 달라야 한다는 부담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한국인에게 가족의 존재는 삶과 매우 가깝긴 하나 일방적으로 ‘가족만세’를 외치기에는 너무 무거운 테마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문제이자 해결’인 가족영화는 필연적으로 낯간지러운 할리우드 가족영화나 TV드라마의 아류가 되고 만다. 더구나 코미디일 경우 결국 가족을 비틀거나 조롱하는 유가 아니라면 흥행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이마에 달고 나오기 힘들다. 심지어 TV드라마 <앞집 여자>는 그 역할까지 잠식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오! 브라더스>의 미덕은 TV 연속극과 미국 가족영화와 다른 ‘한국형 가족영화’가 되기 위해 필요한 ‘플러스 알파’도 찾아내고 어차피 결론이 빤한 가족영화에서 핵심에 해당하는 ‘감동 주는, 설득력 있는 진행’에도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하여 과장스러운 몸짓이나 억지스러운 상황 전개로 웃음을 짜내는 ‘하수’(下手) 코미디의 함정에서도 벗어난다. 적어도 형제가 게이 커플로 오인받는 장면이 나오는 초반을 지나면 그렇다.
단편 <자반고등어>로 로체스터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은 신예 김용화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오! 브라더스>는 그러나, 기대만큼 새로운 관점의 ‘플러스 알파’를 보태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새롭거나 혹은 새로이 갈고 닦은 그 무엇을 보여주며 장르를 재생하고 있다기보다는 익숙한 것들을 잡탕밥으로 섞어 한데 모아넣는 쪽을 택한다.
마치 <레옹>에서 마틸다에게서 어린아이와 연인의 두 얼굴을 한꺼번에 집어넣어 중의적이고 복합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냈듯이 <오! 브라더스>는 <하면 된다>의 그로테스크한 캐릭터의 얼굴을 한 열두살짜리 소년을 통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 영화 최대의 화제였던 이범수의 조로증 환자 설정은 복합적인 드라마를 통해 가족영화의 상투성을 돌파하려는 고민의 결과인 셈이다. 영화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기본적으로 <레인맨>의 구도에 <태양은 없다>를 겹쳐놓고, <레옹>의 악덕 형사의 캐릭터도 그대로 반복한다. 유약하지만 겉멋이 잔뜩 들고 비겁하지만 미워하기 힘든, 파트너를 이용하면서도 교감을 나누는 캐릭터의 이정재는 <태양은 없다>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러나 <오!(Oh!) 브라더스>가 오씨 형제들의 이야기란 뜻에서 <오(吳) 브라더스>일 수 있다는 식의 이런 중의적 재주는 열두살 아이의 장난을 험악한 협박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처럼 이 영화가 주로 기대는 유머의 원천이지만, 참고가 되었던 원본들을 잘 섞었다는 상업적 계산을 제하고 나면 태만한 인용들의 종합선물세트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영화가 드라마적 설득력에 도달하는 것은 가족애의 재발견을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상처와 그 치유라는 한 개인의 구원으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불륜 사진 전문인 상우가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주는 전문으로 바뀌는 대목이 찡한 것은 아버지들의 죄악으로 참을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진 최근의 가족 담론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다만 군데군데 과도한 편집으로 드라마의 한축인 악덕 형사 정 반장과의 팽팽한 긴장 구조가 가족 화해 속에서 어물쩍 사라지는 것은 어쩐지 석연치 않다.
김용화(33) 감독은 중앙대학교 영화학과를 졸업했으며, 단편 <자반고등어>(2000)로 로체스터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며 각광을 받았다. 이후 제작사 백두대간에서 스릴러 <오르페우스>의 시나리오를 쓰며 감독의 길을 준비해왔던 그는 올해 초 <오! 브라더스>의 메가폰을 잡아 충무로에 입성했다.
조로증(早老症)이라는 설정이 독특하다. 정신은 그대론데, 몸만 늙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이끌렸다. 개인의 불균형한 상황을 극대화해서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았고, 여기에다 상대역인 상우와의 불균형한 관계도 강조되는 것 같아 적극적으로 썼다.
영화 속에서 ‘가족’은 절대적인 가치처럼 보여진다. 통속적인 가족영화를 만들려고 한 건 아니다. 상우나 봉구나 그들의 아버지나 모두들 불안정한 개인들이다. 왜 그런 것 있잖나. 한때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상황에 봉착한 사람들. 잃어버리고 훼손된 인간들이 어떤 희망을 되찾고 복원하고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가족은 결과적으로 부상한 가치 중 하나라고 봐달라.
과감한 클로즈업이 빈번하게 사용된다. 정서를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관객이 보고 싶어하고 마주하고 싶은 감정들을 굳이 에둘러서 갈 필요는 없다고 봤다. 시점 숏을 비롯해서 기존 드라마에서 좀처럼 쓰지 않는 표현들로 갔던 것도 그런 이유다. 물론 스스로 리듬이나 호흡에서 완벽하다고 보지 않는다. 편집하다보니까 1시간40분 안에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 아닌가 싶다. 자르다보니 평균적인 느낌들만 남은 감도 없지 않다. 사건 이면의 감정들이 많이 손상됐는데, 예를 들면 상우의 변화하는 감정들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차기작은. 좀 ‘쎈 ’ 영화를 하고 싶다. 특히 1년 넘게 붙잡고 있었던 <오르페우스>를 마치고 싶다. 액션스릴러인데 굳이 표현하자면 <쎄븐>과 <트루 로맨스>가 결합한 상업적인 영화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