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이후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으로 신용불량자 수가 폭증하였고 그 뒤 경기회복과 함께 조금씩 줄어들다가 2002년에 들어서도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폭증하여 사회불안 요소로까지 부상하자 정부는 신용불량자 기준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약 25만명의 신용불량자를 구제했지만 이내 급증하였다. 이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과 은행연합회의 신용불량정보 등록대상이 확대됨과 신용카드 사용인구의 급증 및 청소년 층을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 발급 확대등으로 사회문제가 커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배드뱅크제가 도입되었다.
1. 배드뱅크의 개념
배드뱅크는 원래 부실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정리를 원활히 하기 위해 자산을 우량자산과 부실자산으로 나눈 후 이중 부실자산을 인수하여 관리하는 부실자산 관리은행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때 우량자산은 우량은행(good bank)에서 정리 또는 계속 영업을 하게 함으로써 우량 은행의 건전성이 제고되며, 부실자산은행은 전문적으로 부실자산을 정리함으로써 효율적 자산관리를 가능케 한다는 원리로 1988년 미국의 American Savings Bank가 이 모형을 처음 도입한 이후 각지에서 부실은행 정리에 널리 응용되고 있다.
이 모형에 근거하여 국내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신용불량자의 연체자산을 인수ㆍ관리하여 이들을 구제하자는 것이 우리 정부의 배드뱅크인 것이다. 이를 간단히 하여 정의하자면, 배드뱅크는 정부가 갈수록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신용불량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용회복 의지가 있는 신용불량자에게 제공하는 금융기관 공동의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이다.
신용불량자의 빚(부실채권)을 금융기관에서 싼값에 넘겨받아 이를 회수하거나 팔아버리는 금융회사인 배드뱅크의 채무재조정 대상은 2004년 3월 10일 기준으로 은행연합회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사람 중 2개 이상 금융기관에 연체 채무를 부담하는 다중 채무자로서, 1개 이상 금융기관에 6개월 이상 연체 중이고 총 채무액이 원금 기준으로 5000만 미만인 채무자이다
신용불량자는 배드 뱅크를 이용하면 자신들의 채무를 최장 8년 동안 분할상환을 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생긴 연체이자는 내지 않아도 되며, 또 최소 1년 이상 성실하게 빚을 갚아나가면 원금 감면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또한, 현재 배드뱅크 이용가능 대상자는 전체 신용불량자의 절반을 넘는 180만명, 금액 면으로는 28조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의 신용불량자 구제와 부실채권 해소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합해 정리해 보자면, 이러한 배드뱅크는 채권자들로서는 버린 돈으로 여겨지던 채권에서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채무자들에게는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나는 데다 장기 분할 상환과 이자 경감 등의 채무재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또한 국가적으로는 자꾸 늘어만 가는 신용불량자의 수를 줄여 경제회생과 내수경기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2. 배드뱅크의 문제점
그러나, 이렇게 장밋빛으로만 보이는 배드뱅크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의 문제다. 현재 발생한 많은 수의 개인신용불량자는 채무자 자신들의 채무 변제 능력이 없으면서도 과도하게 빚을 만들어 나감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것이다.
본래 신용불량자제도란 것은 이러한 악성채무자들의 금융거래에 있어 경제활동에 대한 제재를 가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나, 현재의 배드뱅크 시스템은 그 원리를 정면에서 역으로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즉,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러한 신용불량자만을 면하기 위해, 자신의 노동이나 노력을 통해 그 동안 성실하게 채무를 갚아오거나, 그 외에도 고금리의 대환 대출이나 사채로 금융기관 채무를 간신히 갚아오던 선량한 채무자들보다 그 동안 빚을 제 때에 갚지 않았던 신용불량자들이 정부가 제시한 배드뱅크 시스템에 의해서 값싼 이자와 장기간에 걸친 분할상환등의 실질적인 여러 가지 경제적 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의 ‘신용불량자 구제’라는 커다란 슬로건 아래에서 쥐어짜듯이 나온 정책의 하나인 ‘배드뱅크’가 선량한 채무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경제적 형평성에 커다란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신용불량자 대책으로는 이미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지원하고 있는 개인워크아웃제도와 산업은행 중심의 다중채무자 공동추심 프로그램, 단일 금융기관 자체 프로그램 등이 있다. 여기에 덧붙여 정부는 신용불량자 대책 완결판으로 ꡐ배드뱅크ꡑ를 또다시 내놓았다.
이처럼 각종 대책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다보니 신용불량자들 사이에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ꡑ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자신이 진 빚을 스스로 갚아나가기 보다는 "기다 리면 정부에서 해결해 준다ꡑ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구제조치는 없다고 하지만 그 말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렇게 되면, 그 동안 채무를 꾸준히 잘 상환하던 사람 역시 채무상환에 대한 의욕이 전보다 훨씬 낮게 형성되어, 성실한 채무자가 오히려 악성채무자로 변질할 수도 있다.
열심히 일 한 사람이 혜택을 받아야 함에도, 신용불량자들이 건전한 채무자들에 비해 오히려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은 오히려 그 역의 현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 빚을 안 갚으면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면서 더 많은 연체자와 새로운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될 우려가 크다.
또한, 신용불량자의 발생은 개인과 금융기관의 채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며, 금융기관의 잘못된 판단 아래 대출이 성립된 개인이 채무변제에 있어 발생하는 문제를 정부차원에서 개입할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무분별한 카드사용과 카드발행의 악성채무자와 카드사는 이러한 점에 있어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할 부분도 있는 것이다.
3. 대 응 방 법
배드뱅크에 참여하고 있는 신용불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이 채무상환을 중도포기할 시에는 과거의 연체이자 부활, 고율의 연체이자 추가, 연체 사실을 금융기관 및 개인신용정보업자에 통보, 재신용 회복의 불가능 등의 구체적이고 짜임새 있는 대비책 마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보다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접근하여 보자면,
정부의 배드뱅크 설립 발표 이후 이미 저축은행업계에서 연체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연체채권 회수율은 평소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채무자들이 이들 저축 은행들이 배드뱅크로 채권을 넘기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 저축은행이 막상 배드뱅크에 참여할 경우, 대손상각에 따른 막대한 손실이 예상돼 최악의 경우 퇴출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사실상 배드뱅크 참여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연체자 상환액 3%를 포함, 원금의 8%만 현금으로 돌려주고 나머지 10%를 출자지분액으로 인정해주는 배드뱅크 골격상 금융회사는 연체채권의 82%를 손실로 인정, 충당금을 쌓아야한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7∼75%의 추가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한 것이다. 또한, 오는 6월 결산부터는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현행 4%) 미달할 경우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배드뱅크에 참여, 충당금 추가적립으로 자본 손실을 입을 저축은행은 사실상 없을 수 밖에 없다.
이에따라 저축은행업계는 배드뱅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배드뱅크식 채무재조정을 추진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여야 하며, 정부 역시 배드뱅크 정책 발표 후, 조속하게 세부적인 정책을 마련하여 배드뱅크를 시행함에 따라 조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연체채권을 막아야 할 것이다.
배드뱅크 참여기관과 비참여기관간의 형평성에 관한 문제이다. 배드뱅크를 할 것이라면, 가급적 모든 금융기관들이 참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현재 신협,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들은 배드뱅크 참여에서 제외됐고 외국계 금융사들의 참여 가능성도 낮다. 이처럼 일부 기관들이 배드뱅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배드뱅크 참여 금융기관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예컨대 채무자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빚을 갚아도 되는 배드뱅크 참여 금융기관 보다 강력한 추심이 가능한 배드뱅크 비참여 금융기관에 진 빚을 우선적으로 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신용불량자 입장에서도 참여 금융기관과 비참여 금융기관에 모두 빚이 있다면 배드뱅크가 설립되더라도 여전히 신용불량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배드뱅크 참여 은행에 대한 지원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하며, 배드뱅크에 참여한 회사들에 대해 참여하지 않은 은행과의 차별된 지원 역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금융기관들이 공동으로 출자배드뱅크의 부실화 대비 경기부진이 지속될 경우 Bad Bank가 보유하게 되는 연체자산의 건전성이 더욱 악화되고, 매각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결국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배드뱅크의 잠재적 손실에 대한 정부(KAMCO) 부담은 궁극적으로 국민부담과 직결되어 이는 또 다시 국민세금의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게 만든다.
현재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배드뱅크를 독립적 자산관리회사에 자산 매각을 맡기고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며 배드뱅크의 운영도 시장 원리에 충실한 민간 전문 경영인으로 하여금 경영하게 하여 손실을 처음부터 방지하자는 의견이 있다.
현재 이외에도, 향후 배드뱅크의 잠재적 손실에 대한 정부와 민간 금융기관간 또는 민간금융기관간의 이해상충으로 인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이에 맞게 정책 입안시에 손실분담의 원칙이 명확하게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4. 결 론
결국, 정부가 신용불량자 구제의 완결편인 ‘배드뱅크’를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데에는 신용불량자 자신들이 얼마나 신용회복의 의지를 가지고 참여하느냐와 얼마나 효율적이고 적절하게 정부가 세부적인 정책을 마련하여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신용불량자 문제는 근본적으로 경제성장과 고용 및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아가는 것이 최선의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