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8월 18일 말씀]연중 제19주간 토요일(아빠와 크레파스)

[십이폭포]

시작기도

기억 속의 주님, 당신의 저를 사랑하시는 그 마음을 깨닫기에 제 마음은 너무나 무뎌져 있습니다. 당신이 정말 좋으신 분임을 고백하기엔 제 기억 또한 많은 걱정이나 욕심들에 가려져 있습니다. 성경을 읽는 의미를 다시 새롭게 할 수 있도록 저의 희미한 기억을 일깨워주시어, 기억을 되새김으로써 당신을 더욱더 사랑하는 마음이 샘솟게 하소서.

오늘의 기도지향

병든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치유자이신 하느님, 고통 속에 있는 많은 이들과 함께 하시어 아픈 곳을 낫게 하시고, 그들을 돌보는 의료진들에게도 지혜와 사랑으로 함께 하소서.

오늘의 말씀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마태 19,13 - 15 13그때에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들에게 손을 얹고 기도해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사람들을 꾸짖었다. 14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이르셨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15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주시고 나서 그곳을 떠나셨다.

크레파스와 색연필이 좋았습니다.
스프링 달린 하얀 스케치북 한 장 한 장이 아까웠습니다.
첫눈 오던 날, 아직 한 사람도 밟지 않은 눈밭 같습니다.
누군가 가야 할 꿈이 소중히 펼쳐 있었습니다.

천호동 성당 떠나던 날, 유치원 아이들이 책을 줬습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 묶음입니다.
어떤 녀석이 사람 비슷한 걸 찍찍 그려놨습니다.
구부러진 지렁이 글씨로 간단히 적었습니다.
‘쉰부님, 씨씨카세요.’
어렸을 때 뭘 그렸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 꼬마들을 보면 저도 비슷했겠지 싶습니다.
어린이의 상상력은 무한합니다.
우주도 가고 바다도 갑니다.
로봇도 타고 하늘도 납니다.

어른은 다릅니다.
더 이상 로봇이나 공주를 그리지 않습니다.
순수하면 바보 됩니다.
먹고살기 위해 따질 줄 알아야 하고 계산해야 합니다.

그래서 더 신통방통합니다.
아이들의 현실은 곧잘 이상과 연결됩니다.
한때는 모든 어른이 가졌을 그 능력.
우린 그걸 ‘투명함’이라 부릅니다.
하느님께 가까이 가려면 그래야 합니다.
박사학위나 장군 계급장, 무슨 조건 자격 딱히 필요 없습니다.
순수하고 단순하게 가서 강아지처럼 그냥 안기면 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사실 하늘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이석균 신부(서울대교구 돈암동천주교회)

기억 되새기기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기도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성경을 가까이 하면서 주님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고 한다. 성경과 꽤 친숙하게 되는 그다음 단계에서는 새로운 정보도 얻게 되지만 그리 대단한 것은 못된다. 기도를 하고 전례에 참석하면서 이러한 것들과 점점 친숙해지다보면 성경을 읽을 때 새로운 통찰을 얻는다기보다는 마음에 무엇인가 반향이 일어나고 기억이 일깨워지는 것을 알게 된다. 성경은 우리가 아는 무엇이 되고, 거듭거듭 기억을 되새김으로써 더욱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게 된다.

이는 앞에서 내가, 아버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좋은 것들을 기억하면서 그분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한 것과 같다. 이처럼 우리는 복음사가들이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들을 들으면서 더욱 주님을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복음사가들이 얘기해주는 것들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며,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것들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성경을 읽는 것은 이전 단계에서 한 것처럼 묵상이나 관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기억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