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감별과 생명존중 2002년 11월 19일
최근 우연한 기회에 "정종집"이라는 곳을 몇 번 연속하여 가게 되었다.
회사 후배들이 저녁에 술먹자고 오라는 곳이 정종집이었다.
겨울에 한 잔의 따뜻한 청주(정종)을 마시는 정취도 별스런 맛이 있지만(아
쉽게도 정종은 내 몸에는 맞지 않았다), 그곳은 안주가 다양하다는 점이 유인
요소였다(생각외로 계산이 많이 나와 의아했는데, 원인은 안주를 많이 먹
어서였다).
그 안주중에 "참새 구이"가 있다. 애고 불쌍한 것들!.
예전에 이 참새 구이가 진짜냐 가짜냐 하는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전국에 그 많은 정종집의 수요를 감당할 만한 참새가 잡히느냐가 논란의 단
순 근거였다.
그래서 "아마 수평아리(숫 + 병아리, 아시죠)일거다"는게 속설이었고, 이
게 수평아리로 밝혀졌다는 얘기도 들린 적이 있었다. 지금은 어쩐지 모르겠
다.
그럼 일단 사실인 것으로 가정하면, 수평아리의 공급은 어떻게 이루어지느
냐 하는 문제만 남는다.
원래 계란을 가지고 암수를 구별할 방법이 없으므로, 그냥 모두 부화시킨
다. 부화된 병아리의 암수를 구별한다. 암놈은 양계장으로 보내고, 숫놈은
폐기시킨다(불쌍한 숫놈들). 그런데 폐기되는 수평아리가 껍질이 벗겨져
"참새"로 둔갑한다는 얘기다. 정설이 아니므로 사실로 생각지는 마시라.
참새구이 맛,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니까. 참새라고 생각하고 먹어야 맛이
있다. *^-^*
이러한 병아리의 암수를 구별하는 사람을 "병아리 감별사"란 이름으로 불리
우고, 예전에 이민갈 때 이것도 대단한 기술로 인정받았다는 얘기를 들었
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다.
갑자기 감별 이야기를 하는 것은, "태아 성감별"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우리나라 법이 성감별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거다.
다른 나라의 경우, 미국의 일부 주의 경우에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부모에게 자식의 성별 선택권을 허용하고 있단다. 그리고 최근 영국에서 자
식의 성별 선택권을 인정해주는 입법을 계획하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얘기는 없다. 그러니까. 여전히 성감별은 처벌되고
있고, 사회적인 인식도 그렇다.
성감별 금지에 대한 법률은 의료법이다.
의료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제19조의2(태아의 성감별 행위 등의 금지)
제1항 - 의료인은 태아의 성감별을 목적으로 임부를 진찰 또는 검사하여서
는 아니되며, 같은 목적을 위한 다른 사람의 행위를 도와주어서는
아니된다.
제2항 - 의료인은 태아 또는 임부에 대한 진찰이나 검사를 통해서 알게 된
태아의 성별을 임부 본인, 그 가족 기타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도
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이를 어긴 경우 3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진다(의
료법 제67조).
최근 산부인과 의사 1명이 자신의 병원에서 딸 셋을 둔 임신 7개월된 산모
에 대한 초음파검사때 화면에 나타난 태아의 성기를 가르키며 "이것은 고추
다"다라고 말하는 등 2회에 걸쳐 태아의 성별을 알려줬다가 적발돼(누가 고
발을 했을까나. *^-^*) 보건복지부로부터 면허정지 7월을 받자 소송을 제기
하여 제1심에서 승소했으나, 항소심에서 패소한 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판
단이 있었다.
결론은 성감별의사에 대한 면허정지는 정당하다였다.
그 판결문을 보면 성감별에 대한 입법취지 등이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태아의 성감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의료법 제19조의2 제2항의 입법취지
는 남아선호 사상에 경도돼 태아의 생명을 침해하는 낙태행위가 성행하는
현실을 감안, 낙태의 전제가 되는 태아의 성별여부를 임부 또는 그 가족들
이 알지 못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 적정한 남
녀성비를 유도하는 데 있다."면서,
"원고가 태아의 성감별에 대해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고 낙태 가능성이
거의 없었으며 또 실제 정상분만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이 태아 성
별고지행위 자체의 위법성 및 사회적 위험성과 낙태로 이어질 생명경시사상
을 예방하고자 하는 공익성에 우선하는 비교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없다"
고 판단하였다.
저의 경우 딸이 둘인데, 또 한 명이 더 준비중이다. *^-^*
딸인 것 같다. *^-^*
의사는 결코 알려주지 않지만 미안합니다라는 얼굴이란다. *^-^*
그 얘기를 듣고도 하나도 섭섭하지 않았다.
하느님의 계획(plan)이 아니겠느냐(이것을 일부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알
려진 "밥그릇 타고 난다"는 생각과 같다라고 오해할 지 모르지만, 분명히
차원이 다르다) 하는게 내 생각이다.
오히려 어떻게 키워갈까 더 걱정이다.
두 놈(주로 우리는 이렇게 얘기하죠)을 키워보니까. 진짜 제각각이다.
어찌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첫 놈 보다 둘째가 더하니, 셋째는 아마 막
무가내(그래서 줄여 막내라는 유력한 설이 있다)일 것 같다.
자식 넷을 키운 우리 엄마 아빠를 진짜 존경한다(사실 지금도 우리 형제들
은 스스로 컸다고 주장하고 있다. *^-^*)
문제는 성감별 그자체보다 낙태라 할 수 있다. 언젠가 또 다룰 기회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낙태의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고
있다. 출산으로 인하여 여자의 몸이 망가짐을 바로 옆에서 보고 느끼고 있
다.
어머니의 희생은 정신적인 것이 아닌, 육체로부터 시작한다는 말은 100% 진
실이다. 낙태는 살인 여부를 벗어나 여자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망가지게
한다.
물론 이러한 논의 속에는 각가지 사건들이 개입될 수 있다.
사건들에 따라 차원이 다른 논의들이 분분할 수 잇다.
하지만, 생명존중에 대한 부분은 우리가 결코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논의의 바탕은 항상 이것이 되어야 한다는게 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