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7 - 서영남
2월 25일(목)
비가 내립니다. 오후 2시 조금 지나서 헌법재판소의 사형제도 합헌이라는 판결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람은 하느님의 모상입니다. 생명은 하느님의 것입니다.
내일 서울구치소에 가서 사형수 한 명을 면회해야 하는데 가슴이 아파서 어떻게 만나야 할지...
2월 26일(금)
쉬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서둘렀습니다.
간단하게 떡국을 끓였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아침을 서둘러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갈 준비를 했습니다.
베로니카께서도 오늘은 함께 가는 날입니다. 모니카도 삼촌들 만나기 위해서 함께 갑니다.
면회 예약을 오전 11시 40분에 해 놓았습니다. 혹시 길이 막힐지 몰라서 오전 10시에 집을 출발했습니다.
제2경인고속도로에 들어가자마자 길이 막혔습니다. 10킬로정도를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서창을 지나자 다행스럽게도 길이 뚫렸습니다만 속이 타기 시작했습니다. 11시 32분에 서울구치소 정문에 도착했습니다. 민원실로 달려갔습니다. 겨우 면회시간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베로니카께서는 모니카와 함께 최고수(사형수)인 프란치스코 형제를 면회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안드레아 형제를 면회하기로 했습니다.
베로니카께서 10분간 모니카와 함께 최고수 형제를 면회했습니다. 프란치스코의 얼굴이 해맑아서 참 좋다고 합니다. 프란치스코는 점점 얼굴이 아기처럼 해맑아집니다. 참 희한합니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때문에 마음아파하는 우리를 위로합니다.
안드레아형제와 5분 정도 만나고 있을 때 베로니카께서 모니카와 살짝 들어왔습니다. 마침 안드레아와 면회하는 곳에는 감시 카메라만 있고 교도관은 없기에 오분간 함께 면회할 수 있었습니다. 최고수 형제를 면회할 떄는 옆에 교도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타이머의 시계가 0이 되자마자 가차없이 마이크가 꺼져버렸습니다.
민원실로 나와서 영치금과 음식을 조금씩 사서 넣어주었습니다.
얼마전부터 아주 이상한 논리로 교도소에서 의류를 받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속옷이라든가 양말을 외부에서 받게하면 고급품 때문에 재소자들 간에 서로 위화감을 조장할 수 있다면서 모든 재소자들은 필요한 옷이나 물건을 교도소 안에서 자기 영치금으로 구입하겠끔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돈 없는 가난한 재소자는 어떻게 하지요. 그렇게 생기는 위화감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교도소의 논리대로라면 재소자들이 자기 영치금으로 속옷이나 수건 그리고 양말 등을 구입하게 해서 서로 위화감을 느끼게 할 것이 아니라 군대처럼 국가에서 공평하게 지급해야 올바르지 않은지 묻고 싶습니다.
교도소에서는 재소자가 200만원 한도 내에서 돈을 영치시켜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돈이 없는 사람도 거의 10% 이상이나 됩니다. 300원이 있는 사람, 15원이 있는 사람, 한 푼도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은 속옷도 양말도 치솔도 치약도 화장지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주 속이 상합니다.
꽃피는 오월에 다시 면회오기로 했습니다.
첫댓글 '국회보'에 실린 환한 수사님의 얼굴을 보고 행복했습니다. 자랑스러웠습니다!! 어렵고 힘든 세상, 민들레 국수집이 있어 살 만한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