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과 부활절을 맞이하여 교회 공동체와 기독교인이 보면 좋을 영화들을 필름포럼에서 꼽아봤습니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주님과 하나님나라를 바라보고, 이 땅의 현실들을 넘어보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기를 소원합니다.
몬스터 콜 (A Monster Calls, 2017)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 출연 루이스 맥두걸(코너 역), 시고니 위버(코너 할머니), 펠리시티 존스 (코너 어머니), 리암 니슨(몬스터 목소리) | 108분 | 15세 관람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엄마와 12살 아들 코너, 그리고 밤 12시 7분이면 코너의 앞에 나타나는 괴물. 괴물은 코너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후에는 코너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한다. 일견 아이들에게나 들려줄 법한 동화 같지만, 실상 어른이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진실한 믿음은 무엇인가? 억누른 분노는 정당한 것인가? 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이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나에게 다가올 무렵, 마지막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진실한 내면의 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소년 코너는 마주쳐야 한다. 괴물과 소년의 사투를 벌이는 듯한 대화의 장면은 우리가 드리는 기도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사순절 기간 동안 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직면하며 참 신앙인의 길을 걸어가기를 기도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영화다.
올드 마린보이 (Old Marine Boy , 2017)
감독 진모영 | 출연 박명호, 김순희, 박철준, 박철훈 | 85분 | 전체관람가
‘이웃’의 사전적 정의는 ‘가까이 사는 집. 또는 그런 사람’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의 가까이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이웃이라 불러야 한다. 그런데 현실의 우리는 어떠한가? ‘가까이’가 아니라 ‘친한’ 사람을 나의 이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하기에 가까이 있음에도 나와 친하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돼버린다. 그런 사람 중에 하나가 바로 ‘새터민’이다. 영화 ‘올드 마린보이’는 강원도 고성군의 재래식 ‘머구리’ 박명호 씨의 목숨을 건 가족부양기이자 새터민 남한 정착기이다. 날마다 60kg의 장비에 자신의 체중까지 합쳐 120kg의 무게를 달고 심해로 들어가는 박영호 씨의 삶을 통해 우리는 현란한 도시의 삶에 더 깊이, 빠르게 편입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욕망과 무절제함의 풍경이 외면한 ‘이웃’의 소리를 듣게 된다. 자신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대학생 둘째와 자신을 돕는 첫째, 그리고 아내의 남겨진 삶이 염려되어 하루하루를 극한의 고독 속에 살아가는 가장의 담담한 고백은 이 천년 전, 유대 땅 곤고한 이웃들의 삶을 헤아리며 천국복음을 전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가늠해 보게 한다(마 14:10, 예수께서 나오사 큰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사).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이웃’의 정의를 넓혀가는 사순절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아이엠 호프맨 (I Am Hopeman , 2017)
감독 나현태 | 출연 임만호 김용순 | 77분 | 전체관람가 캄보디아 최대 빈민지역 프놈펜 ‘언동마을’에서 ‘희망학교’를 세워 사역하고 있는 임만호 선교사의 이야기다. 초등학생 때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유흥가에 나가는 소녀부터, 넝마주이였다가 교사가 된 소년의 삶까지, 변화의 중심에 ‘희망학교’가 있었다. 절망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법한 곳에 복음의 씨앗이 심겨지자 견고한 콘크리트 같던 어둠의 땅에 생명의 빛이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는 십자가의 길에 따르는 희생과 아픔을 생략하지 않는다. 정면으로 응시하며 ‘이것이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의 현실임을 임만호 선교사의 파킨슨 병과 사랑하는 첫째 아들의 죽음을 통해 증언한다. 그러나 또한 ‘기쁨으로 단을 거두는’ 자의 소망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으며 그것이 믿음임을 고난 속에서도 피어오르는 임선교사 부부의 감사와 평안한 웃음으로 일깨워 준다.
원더 (Wonder, 2017)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 출연 제이콥 틀렘블레이 (어기 역), 줄리아 로버츠 (어기 어머니), 오웬 윌슨(어기 아버지) | 113분 | 전체관람가
27번의 안면기형수술을 받은 ‘어기’라는 한 소년이 있다. 그는 헬멧 속에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가정에서 자라왔다. 마침내 학교라는 다른 세상 속에 첫 발을 내딛은 ‘어기’에게 세상은 예상과 다른 환대를 보내는 듯 했다. 하지만 할로윈 데이에 친구에게 깊은 상처를 받고, 다시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려 한다. 그 때 또 다른 구원의 손길이 어기에게 찾아오는데... 영화는 ‘어기’의 성장기만 그려내기에도 모자랄 시간에 사려 깊은 시선의 전환을 통해 ‘모두’의 성장기를 보여준다. ‘친절’과 ‘이해’, ‘배려’와 ‘용기’는 관계의 지옥을 천국으로 바꿔주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영화는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특별히 영화 마지막에 19세기 노예폐지에 앞장섰던 실존인물 헨리워드 비처가 설립한 학교가 모델임을 드러내며 자신에게 드리운 억눌림을 깨뜨리고 진정한 자유인으로서 첫발을 내딛은 것을 축하하는 메달이 ‘어기’에게 선사된다. 부활의 기쁨과 함께 전교인이 함께 관람해도 좋을 베스트 무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