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이른바 '집콕'의 여파가 깊어진다. 집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집에서 하는 일이라 해봤자, 뭘 보는 것, 아니면 혼자 술마시기 등의 '혼술,' 뭐 이런 것밖에 더 있겠는가. 아내와 더불어 단둘히 사는 나이먹은 처지라 더욱 그렇다. 이런 처지에서는 아무래도 뭘 보는 것에 치중하는 시간이 더 많다. 보는 것은 다양하다. 책도 있을 것이고 신문이나, TV도 그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제는 책이나 신문 등의 뭘 읽기는 시력이나 척추 등 체력이 따라주질 않는다. 결국 소파에 앉아보는 TV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TV도 매일 보는 뉴스도 그렇고 딱히 볼만한 게 별로 없다. 무슨 '미스트롯'이나 하는 대중가요 프로도 식상감이 든지 오래다. 이런 식상감을 그 나름대로 풀어주는 볼거리가 있다. 바로 넷플릭스(Neflix)'다. 한달 시청료에 비해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 처음에는 빠져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넷플릭스 또한 마찬가지로 그저 그렇다. 그 이유는 넷플릭스를 통해 보는 영화가 그닥 재미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있지 않다는 건, 나의 주관 그러니까 나에게 국한되는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넷플릭스의 영화가 다양하다지만, 그동안 본 느낌으로 나에게는 재미보다는 그저 시간 때우는 식으로 본 게 많았다는 얘기다. 그래도 집에서 볼 만한 건 넷플릭스니까 하루에 몇번 씩은 들어가 본다. 그러나 대개는 서핑(surfing)하는 식이다. 떠있는 영화들을 끝까지 보는 게 없이 집적거리는 것이다.
넷플릭스에는 친절(?)하게 내가 보고있는, 정확하게는 내가 집적거린, 영화들의 목록이 나온다. 대충 그 영화들을 보면 모가디슈, 개와 함께, 비룽가(Virunga), 어나드 라이프(Another Life), 샐베이션(Salvation), 어둠 속의 미사, 렛 힘 고, 나로코스... 몇몇 한국영화도 있다. 오징어게임, 지옥 등 소문에 이끌리어 맛만 본 영화다. 외국영화 등은 소개되는 내용을 보고 들어가 보지만 거의 대부분은 중간에 보기를 집어 치운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이나 지옥 등 엄청나게 소문난 한국영화들도 그렇다. "무슨 말도 안되는..." 이런 생각이 들어 보다가 안 본다.
근자에 좀 인내심(?)을 갖고 본 영화가 있다. '글리치(Glitch)'라는 영화다. 이 영화제목을 왜 '착오'라는 우리 말로 붙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죽었던 사람들이 스스로 무덤을 허물고 다시 살아난다는 영화광고에 이끌리어 봤는데, 3편까지 보다 그만 뒀다. 무슨 이런 영화가 있나라는 생각 때문이다.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컨셉의 주제가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차라리 종교적이든지, 아니면 공포를 주제로 한 것이었다면 그런대로 컨셉의 흐름에 이끌리어 볼 수가 있었을 것인데, 이 영화는 이도 저도 아니고 도무지 주제를 종잡을 수 없다.
3편 에피소드의 '지옥'이니 '기적'이니 하는 소제목도 무슨 낚시 같으다. 소제목을 다른 차원에서 생각하고 보면 적당히 들어 맞기는 하다. 대충의 영화 스토리가 다시 살아나 이런저런 인간사에 부대끼며 사는 것 자체를 '지옥'으로 여기는 듯한 연출자의 의도가 보여지기 때문이다. 죽었으면 그냥 죽어있는 그 자체가 다시 살아나는 것 보다 났다는 메시지 하나는 그런대로 전달하고 있는 듯 하다. 어쨌든 3편까지 보고 난 느낌은 개운하지가 않고 괜히 시간만 보냈다는 생각에 그 쯤에서 보기를 집어치웠다.
영화광고의 낚시에 이끌리지 말자는 나름의 대안이 배역이다. 넷플릭스 영화들의 주인공은 대개 내가 잘 모르는 배우들이다. 내가 나이가 들고 시대에 뒤쳐졌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내가 잘 알고있는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자는 것이었고, 그래서 어제 본 영화가 산드라 블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더 언포기버블(The Unforgivable)'이다. 영화는 예전 '미스틱 리버(Mistic River)' 풍으로 시작되면서 나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갖고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본 후의 느낌은 역시 실망적이다. 스토리의 연결이 엉성했고, 도대체 영화의 주제에 대한 감을 주지 못했다.
영화제목인 'Unforgivable,' 그러니까 '용서할 수 없는' 그 대상과 주체가 누군지도 혼란스러웠다. 살해당한 경찰관의 자식 입장에서 보자면 그런 영화제목이 맞을 수 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산드라 블록이라는 점에서 앞뒤가 맞질 않았다. 산드라 블록이 주체라면 더 그런 것이고. 그리고 유아시절의 어린 동생이 저지른 살인을 대신해 옥살이를 했다는 것도, 유아는 형사처벌이 되질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잘 납득이 되질 않았다.
물론 이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도 그리 좋은 건 아니다. 그래도 산드라 블록의 최신작이라는 점에서 그저 볼 만은 하다는 얘기를 듣는 영화다. 나 또한 페이스북에서 이 영화를 본 어떤 분이 하도 좋다고 하길래 그에 이끌리어 본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저 그런 것이 아니라 실망했다. 이런 점에서 나의 영화를 보는 관점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영화감상에서 나의 주관적인 관점이 많이 개입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말하자면 영화의 내용을 영화적인 관점에서 일반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질 않고, 그에 나의 주관적인 상식을 갖다 붙인다. 예컨대 SF나 초자연적인 호러物 영화에 상식적인 관점을 들이대는 게 어디 가당찮은 짓인가. 그런데도 나는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하니 영화 자체가 싱겁고 만화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고, 내 스스로 영화에 빠져들지를 못하는 것이다. 이 또한 나이 들어감의 한 증상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있을 뿐더러 그러지 말자는 생각 또한 갖고있다.
집에서 볼 마땅한 게 없으니 앞으로도 나는 넷플릭스 영화를 계속 보기는 볼 것이다. 보기는 볼 것이로되 어떤 '훈련'을 쌓아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영화는 현실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저 영화일 뿐'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주지시키는 훈련이다.
첫댓글 영화하면...
단체관람한 강남극장에서의 독수리요새 생각이 난다.
6본 츄럭(6 트랙) 시네마스코프의 웅장한 음향과 더불어....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