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년 한 해가 몇 일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 이브 날.. 날씨가 미쳤는지 흡사 4월 초봄의 날씨를 보인다.. 오전 일찍 애들이랑 마나님을 이마트 놀이방으로 출근시키고 오늘도 홀로 사랑하는 애마의 머리를 성주 쪽으로 돌린다..
성주 가는 길에 잠시…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의 순천 박씨 집성촌인 묘골 육신사六臣祠일대를 먼저 돌아보고… 오후 3시쯤 한강 정구선생을 주향한 성주 회연서원에 도착을 했다..
회연서원檜淵書院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학문을 이어받았던 한강 정구 선생을 주향한 유서 깊은 서원이다.. 경북 성주군 수륜면 신정리 소재로 경상북도 유형문화제 제51호로 지정되어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한강 선생을 뵈러 들어간다..
서원의 문루인 견도루見道樓 앞에 애마를 주차하고 우측 출입구를 향해 걷다 기와를 얹은 흙돌담 너머로 서원일대를 훔쳐본다..
누런 황금빛의 넓직한 잔디마당이 먼저 시야에 들어오고 다음으로 담장 바로 너머 오와 열을 맞춰 가지런히 심어져 있는 매화나무가 눈에 띈다..
겨울느낌이다…
흙담이 끊기면서 서원 마당으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나타난다. 출입구 바로 우측에는 최근에 세워진 향현사鄕賢祠라는 사당이 보인다.. 이곳 향현사에는.. 신연 송사이, 용재 이홍기, 육일헌, 이홍량, 모재 이홍우, 동호 이서 선생의 위판이 봉안되어 있으며 매년 향촌사림에서 춘추로 향사를 올리고 있다는데.. 향촌사림의 현인들을 모시는 공간인 것이다..
황금 빛의 겨울 잔디를 밟으며 서원 입구에 다다르니 늘 그러하듯 한 그루의 노거수老巨樹가 객을 반기며 서 있다..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 한 그루…
일반적으로 서원에는 그 옛날 공자께서 은행나무 아래에서 강의를 했다는 유래에 따라 은행나무가 가장 많이 심어져 있다.. 은행나무 다음으로는 느티나무, 회화나무, 팽나무 등이 심어져 있는데…
수령 400년 느티나무의 풍채를 유심히 살피다…문득 도동서원 수월루 앞에 서 있는 수령 400년 은행나무가 떠올랐다..
이 은행나무는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주향한 도동서원의 건립을 기념하여 한강 정구선생께서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은행나무이다.. 김굉필 선생은 정구 선생의 외증조부가 된다..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 한강 정구선생은 외증조부를 위해서는 은행나무를 심고,, 자신을 위해서는 느티나무를 심었다…
왜 그랬을까??
건방진 비유겠지만 나 였다면… 느티나무를 심었을 것이리라~~
유가儒家에 있어 은행나무는 곧 공자의 문파를 의미하는 것 같다.. 술이부작述以不作이라 했던가?? 공자의 가름침에 기술은 하되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고…
그렇다면 느티나무는 무엇인가?? 생각컨대 느티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다. 두 팔을 넓게 벌리고 자라는 특성이 있어 그늘을 만들어 주는 재주에는 느티나무를 따를 수 있는 나무는 없다.. 목재로서도 상급에 속하는 나무이고..
김굉필선생이 누구인가?? 포은, 야은 길재, 김숙자, 점필재 김종직, 한훤당 김굉필, 정암 조광조로 이어지는 한국 도학의 정통을 잇는 분이다.. 곁 가지를 인정하지 않은 정통 유학자의 맥을 잇는 분이였다..
반면 한강 정구선생은 외증조부이신 한훤당 김굉필 선생의 학맥을 바탕으로 하여 그 위에 퇴계학과 남명학을 두루 섭렵하여 통합한 토대 위에서 실학의 기초를 마련해주신 학자이다..
술이부작하라는 공자의 은행나무와…. 곁 가지를 인정하고 아낌 없이 주는 나무 느티나무…
눈 앞에 서 있는 이 느티나무 노거수를 바라보며 잠시 두 손을 모은다..
마음 속에 또 한 그루의 튼튼한 느티나무를 심었다…
도심지를 벗어나 교외로 빠져 나가보면 산자락이나 또는 마을 어귀에 이런 안내문을 세운 큰 나무들을 볼 수가 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건만… 한 생각만 돌리면…. 그건 죄악이다…. 살아서 몇 백 년을 이 땅 위에 묵묵히 서 있는 神적인 존재인 것이다… 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나랑 동시대를 같이 호흡하고 있는 이런 영물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신이 아니겠는가???
담 너머로 보이는 건물이 회연서원의 강당이다.. 처마에 가려져 잘 보이진 않지만 회연서원이라 적힌 힘찬 필체의 현판은 한호의 글씨란다..
동재인 명의재明義齋이다..
서재인 지경재持敬齋….
“敬을 잡고,,, 義를 밝힌다…”
“敬과 義”
이 두 글자는 남명 조식선생의 가르침에 있어 가장 중심이 되는 키워드이다. 경은 마음을 다스리고 밝힌다는 의미를 지녔으며 의는 현실세계에서 단호하게 행동함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敬으로써 마음을 다스리고 義으로써 행동하라는 가르침이 바로 그것인데…’
서원 부지 내에서 가장 서쪽에 자리한 숭모각崇慕閣이다.. 선생의 저서 및 문집의 각종 판각 등 유물, 유품이 보존되어 있다는 기념관인 듯한데…
숭모각 바로 뒤 편에 자리한 서원관리인의 거처인 듯한 집이다.. 시간이 늦은 관계로 오늘은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사람만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못된 병 탓에….. 쯧쯧…..
서원 뜰에 많이 심겨져 있는 매화나무의 꽃눈이 곧 터질 듯… 붉게 부풀어 올라 있는데… 백매白梅가 흐드러지게 핀 회연서원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객은 잠시 황홀경에 빠져든다…
사당 쪽에서 바라다본 서원의 동쪽 모습이다.. 우측에 보이는 건물이 향현사이고 좌측이 서원 문이 된다..
서원 동편의 외벽을 따라 소나무, 느티나무가 한데 어우러진 자그만 겨울 숲길을 걸어본다.. 성주군의 생명수인 대가천을 보기 위해서 이다.. 이 숲 속에는 소나무,느티나무가 한 뿌리로 연리되어 있는 희귀한 나무가 있다..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허물어진 흙 돌담 너머로 한강 정구선생이 주향 되어 있는 사당이 보인다.. 잠시 도둑고양이 마냥….. 살금 살금 ,,,,,, 무너진 담을 넘어 금단의 지역으로 들어갔다.. 廟宇묘우인 사당은 제사를 모실 때를 제외하고는 출입을 금하는 지역이다.. 만약 나 외의 일행이 있었다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나 역시 출입을 삼가 했을 것이다.. 그것도 허물어진 담을 넘어 금단의 지역에 발을 딛는 것은…..
참고로.. 사당은 신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이렇게 담장이 허물어져 있어서야….. 어서 빨리 보수를 하는 것이 옳다…
대가천이다… 좌측으로 살짝 보여지는 암벽이 바로 무흘구곡의 제 1곡인 봉비암이다.. 한강 정구선생은 주자가 학문을 하면서 시를 짓던 무이구곡을 본 떠 이 곳 회연서원 옆을 끼고 도는 성주 대가천의 절경 아홉군대를 시로 읇었으니.. 이것이 바로 한강 정구선생의 무흘구곡武屹九曲이다..
참고로 무흘구곡 중 제 1곡(曲)은 수륜면 신정리 양정의 봉비암(鳳飛岩), 2곡(曲)은 수륜면 수성리 갓말의 한강대(寒岡臺), 3곡(曲)은 금수면 무학리의 배바위(船岩 : 무학정([舞鶴亭]), 4곡(曲)은 금수변 영천리의 선바위(立岩 : 소학봉), 5곡(曲)은 금수면 영천리은지골의 사인암(捨印岩), 6곡(曲)은 금릉군 증산면 유성리의 옥류동(玉流洞), 7曲(곡)은 증산면 평촌리의 만월담(滿月潭), 8곡(曲)은 증산면 평촌리의 와룡암(臥龍岩), 9곡(曲)은 증산면 수도리의 용소(龍湫 : 완폭정[阮瀑亭])이다.
이 곳 무흘구곡은 여름철이면 몰려드는 피서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피서지이다.. 풍부한 수량.. 티 없이 맑은 계류수.. 기암절벽….
서원 동남쪽에 서 있는 백매원白梅園 신도비神道碑이다..
신의 길이라~~~~ 神道라……. 무지 큰 돌거북이 인상적이다..
2부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