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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언 무신 벌. 자네도 함께 끌세.” 그것을 끌고 한참을 내려오다가 옹녀 년이 강쇠 놈을 돌아보았다. 따라서 앉으며 강쇠 놈이 입을 열었다. 아프기 전에는 늘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겨 들고 있어 사타구니가 불룩했는데, 계집의 손길에도 놈은 잠잠했다. 강쇠 놈을 만나 몇 달 사는 동안에 놈의 그런 꼴은 또 처음이었다. 방금 방사를 하고 나서도 돌아서면 금방 고개를 치켜들고 껄덕거리던 놈이 쥐죽은 듯이 조용한 것이었다. 아니, 날 잡아잡수, 하고 고개를 쳐박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계집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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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얼 매라우?"
“글씨, 그랬당만. 쪼깨만 늦게 봤어도 그냥 초상얼 치루는 것인디.”
“사람 명줄이 그리 쉽게사 끊어진다요. 서방님이 애먼 사람 하나 베렸는갑소이.”
“베리기넌 외려 좋아졌구만. 박가 성님이 원래 문전에다 싸는 사람이었는디, 주모헌테 잘 배와가꼬, 인자넌 성수님얼 극락에도 보내고 근당만. 제우 구름타는 맛얼 알았는디, 서방님이 밖으로만 나돌라고 헌깨, 열불이 났겄제.”
강쇠 놈이 흐흐흐 웃었다.
‘웃음도 나오겄소. 모처럼 서방님얼 만내 살방애나 실컷 찔라고 했는디, 이것이 시방 먼 꼴이다요?’
옹녀 년이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강쇠 놈을 방바닥에 앉히고는 바지춤부터 열었다.
“시방 멋허는 짓인가?”
강쇠 놈이 물었다.
“머허는 짓언요? 서방님 물건얼 검사허고 있는 중이제요.”
“물건얼 검사해?”
“얼매나 다쳤는가? 참말로 영영 못 써묵게 생겼는가? 어쩐가 보고있당깨요.”
옹녀 년이 고개를 팍 숙이고 있는 거시기 놈을 손으로 쓰다듬어도 보고, 손바닥으로 감싸쥐고 위 아래로 흔들어도 보았으나, 놈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야가, 탈이 나도 단단히 났는갑소. 끄떡얼 안허요이.”
“내가 머라든가? 요넘언 믿지 말고 자네넌 딴 방도럴 찾아보게.”
강쇠 놈이 기가 죽어 허리춤을 여미며 일어섰다.
“딴 방도럴 찾다니요?”
“하루 세끼 밥만 믹여주게. 자네가 으떤 짓얼 해도 탓허지 안헐 것인깨. 난 개장국 끓일 장작이나 팰 것인깨, 자네넌 좀 쉬소.”
“장작언 패겄소?”
“패다가 안 되면 말제. 하도 오래된 것이라서 푸석푸석허니, 잘 패지겄드만.”
“무리허지넌 마시씨요. 자칫 다친 허리 더 다치면 고태골로 가는 것 보담 못 헐 수가 있소. 흐기사 그것이라도 패야 개장국얼 끓이제요. 이녁언 장작얼 패씨요. 나넌 밥얼 해야겄구만요.”
옹녀 년이 걱정이 되면서도 그렇게 말하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겨우 한 끼 밥을 익힐둥말둥한 나무가 부엌 나무간에 남아있었다.
‘게으른 서방땜이 얼어죽기 딱 맞겄구나. 낼언 인월에 나가 금가락지럴 팔아서 쌀도 사고, 나무도 사고, 약도 사고 그래야겄구만. 서방님만 믿고 있다가는 굶어죽고 얼어죽겄구나.’
옹녀 년이 구시렁거리면서도 남은 쌀로 밥솥에 김을 올렸을 때는 강쇠 놈도 장승 두 개를 장작으로 만들어 부엌 나무간에 쌓아놓고, 흡족한 낯빛으로 흐흐흐 웃다가는 옹녀 년을 뒤에서 가만히 안아주었다.
“애쓰셨소. 그만허면 서방님 허리가 아조 절딴이 난 것언 아닌 것 같소. 밥이나 묵읍시다.”
“그러세, 그러세. 자네가 온깨 집안에 화기가 도는구만. 밥얼 안 묵어도 배가 부르구만.”
“이년도 서방님께 온깨 좋소. 어서 방으로 드십시다.”
옹녀 년이 밥상을 들고 방으로 먼저 들어갔다.
강쇠 놈이 펑퍼짐한 옹녀 년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받치듯이 떠 받들고 따르는데, 동상,하고 부르면서 박가가 사립을 들어섰다.
“성님, 오시오?”
“응, 밥상 들여가는가?”
“한 술 한 숟가락 함께 뜨실라요?”
“내가 자네 집 사정얼 다 아는디, 그럴 수 있는가? 개럴 두 마리 사놨구만. 한 마리에 두 냥언 돌라고 허든디. 어뜨케허까? 낼이라도 잡으까?”
박가의 말에 밥상을 방바닥에 내려놓은 옹녀 년이 윗목에 던져놓았던 보따리를 풀어 엽전 한 뭉치를 강쇠 놈에게 넘겨 주었다.
“개값언 될 것이구만요. 애쓰신 김에 나무도 몇 짐 디려돌라고 허시씨요. 방이 냉골이요. 벅수 팬 것언 저녁에 군불로 땝시다.”
“허허, 임자가 엽전도 벌어왔는가? 생긴것허고넌 달리 조선비가 씀씀이가 괜찮았는개비구만. 살려두고 종종 엽전이나 얻어쓰세.”
“글라고 안 잡아묵고 그냥 뒀소.”
“그랬는가? 잘 했네. 성님, 애쓰신 짐에 나무도 몇 짐 사주씨요. 한 잠에 두 푼이면 되겄제라?”
“두 푼얼 줌사, 내가 해다 줌세.”
“그러실라요? 고맙소, 성님.”
“자네넌 밥얼 묵게. 군불언 내가 때주고 감세.”
박가가 몇 푼 엽전에 감지덕지하여 군불까지 때주겠다고 나섰다.
옹녀 년이 그런 박가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첨 뵙소만 겁나게 고맙구만요. 앞으로도 종종 우리 일얼 도와주시씨요. 내가 섭섭케넌 안 허겄구만요.”
(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