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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랑사랑 봉우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이봉우(일향)
제 11장,
허용수는 그까짓 아파트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도매상을 정리한 오억을 유하영에게 준 것이 생각이 난다.
“아!”
그 돈도 유하영이 가지고 떠난 것이다.
“이런 바보!
그까짓 돈을 가지려고 나를 떠나?
내일이면 더 큰 돈이 들어오는 줄을 알면서............“
그러다 문뜩 허용수는 뭔가 집히는 것이 떠오른다.
허용수는 최덕만의 전화번호를 찾아내어 전화를 한다.
최덕만의 전화 역시 통화중지 상태인 멘트만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야?
이 사람의 전화는 왜 통화중지인 것이야?“
허용수는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그제야 느끼는 허용수였다.
서울로 돌아오려고 승용차를 타고 핸들을 잡았지만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온 전신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진정이 되지를 않는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 둘이 서로 짜고 할 리가 없어!
이건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허용수는 간신히 자신을 달래고 추슬러 시골 동네를 빠져나와 약방을 찾아 청심환을 사서 먹는다.
한참을 지나서야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나서 서울로 출발을 한다.
허용수는 내일 약속을 믿으면서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분명히 어떤 사연이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그렇게 자신을 달래가며 가까스로 서울에 도착을 한다.
그러나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술을 마실 수도 없다.
행여 술이라도 취해서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할까봐 술을 마시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하얗게 밤을 지새우는 것이다.
점심도 저녁도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고프지도 않다.
밤이 새도록 유하영과 최덕만의 전화를 하고 또 해 본다.
같은 맨트만 흘러나오는 전화기를 하고 또 한다.
전화기에 무슨 이상이라도 있나 싶어 하고 또 하면서 그렇게 전화가 통화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약속시간에는 틀림없이 나타날 거야!
그 액수가 얼마인데 하영이가 나타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자신에게 주문을 걸듯이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것이다.
허용수는 애꿎은 냉수만을 마신다.
갈증이 자꾸만 허용수의 입안을 메마르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나서 허용수는 또 다시 오늘 약속시간을 기다린다.
시간이 이렇게 느리고 답답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는 허용수는 마치 시간이 정지된 느낌을 갖는 것이다.
허용수는 다시 또 전화를 해 본다.
두 사람의 전화가 똑같은 맨트만 흘러나온다는 것을 수십 번 수백 번도 더 들었건만 이번에는 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허용수는 누워서 시간만을 보고 있다가 일찍 준비를 하고 호텔을 나선다.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로 가면서 그들이 나와 있기만을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또 빌어보면서 도착을 한다.
허나 아직 약속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아 있어서 그런지 아무도 눈에 뜨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혼자 차를 몇 잔이나 시켜 마시면서도 자꾸만 시간을 보고 문을 바라본다.
문이 열리는 것을 보면 유하영이나 최덕만의 모습이 아닌가 하며 눈길을 주곤 하는 허용수의 얼굴은 실망이 잔뜩 담겨져 간다.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허용수는 시간이 다 되어가도 나타나지 않는 그들에게 다시 전화를 해보지만 역시 같은 소리만 흘러나온다.
허용수는 시간이 지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 쪽만 뚫어지게 바라본다.
이미 약속시간이 한 시간이상이나 지나버렸다.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허용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승용차로 가서 핸들을 잡는다.
건물의 등부기 등본을 열람하러 가는 것이다.
등기소의 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간 허용수는 등기부 등본을 열람하면서 얼굴이 사색이 되어간다.
이미 등기부 등록 상에 건물주가 바뀌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도 불과 열흘 전에 매매로 인한 소유권 이전이 되어 있는 것이다.
“아!”
그대로 철썩 바닥에 주저앉는 허용수였다.
그렇게 허용수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고 무엇을 해야 된다는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은 채 한참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이미 허용수의 온 몸에는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리도 많은 땀을 흘리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허용수 자신도 자신이 왜 땀을 흘리고 있는지 감각조차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아무도 그런 허용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제 각각의 볼일을 마치고 그대로 자리를 뜨곤 한다.
“아!
하영아!“
한참만에야 허용수의 입에서는 하영이를 부르는 말이 밖으로 나온다.
그것은 유하영을 그리워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 절규였다.
하영이가 비로소 배신을 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부르짖는 절규였다.
그러나 그 음성은 자신의 입 주변에서 맴돌 뿐이다.
허용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승용차로 간다.
허용수는 다시 호텔로 들어간다.
이젠 몸에 힘이 너무 빠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는 아무리 부인을 하려고 해도 유하영과 최덕만이 자신에게 사기를 친 것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이다.
최덕만을 어떻게 알았는지 생각을 하니 자신이 너무 유하영은 믿은 것이다.
유하영의 말만 믿고 그들이 해 달라는 서류를 한 번의 의심도 없이 모두 해 주고 말았던 것이다.
그동안 모든 것을 갖추고 정상적인 매매가 이루어졌는데도 유하영을 믿었기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저 만날 장소와 시간과 날짜만을 믿고 기다려왔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유하영이 대리점을 넘기라고 성화를 했을 때도 충분히 의심을 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허용수는 꿈에도 유하영을 의심해보기는 커녕 그저 사랑했고 믿었다는 것 밖에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허용수는 유하영이 제주도에 가고 싶어 했다는 것을 생각해 낸다.
어쩌면 제주도에 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날 첫 비행기로 제주도로 간다.
그러나 막상 어디로 가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암담해진다.
시골 촌구석에 숨어 살고 있다면 아무리 제주도가 섬이라고는 하나 찾을 길이 없는 것이다.
허용수는 유명한 관광지부터 돌기 시작한다.
자신의 승용차를 놔두고 왔기에 렌터카를 빌려서 그들을 찾으러 다닌다.
모든 사람들을 하나하나 눈여겨보면서 그들을 찾기에 혈안이 된다.
처음에는 유명한 관광지부터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돈이 많기에 최고의 호텔 앞에서 그렇게 그들을 찾으러 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이 다 되어가도록 그들을 찾기는커녕 그림자도 보이지를 않는 것이다.
허용수는 이제 시골구석을 찾아 헤맨다.
행여 자신의 모습을 먼저 발견해서 숨어버릴 것 같아 조금의 변장을 하고 그렇게 찾아 헤매는 것이다.
제주도가 아무리 섬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무작정 찾아다니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은 것인지도 깨닫지 못하는 허용수였다.
허용수는 그렇게 한 달이 넘는 동안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이제 수중에 가지고 있던 돈이 바닥을 보인다.
그동안 적지 않았던 돈이 모두 바닥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허용수는 그렇게 초조하지도 않게 느긋하게 제주도 구석구석을 돌고 또 돌면서 끈질기게 찾아다니는 것이다.
아직 은행 잔고는 적지 않은 금액이 남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낸 것이다.
달포가 지났을 때야 비로소 허용수는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도망을 가면서 자신의 행선지를 알려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를 비로소 생각하면서 허용수는 피식하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비웃는다.
그러고 보니 제주도에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허용수는 다시 서울로 되돌아온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모든 것을 생각해야만 한다.
허용수는 일단 다시 호텔로 들어가 그동안의 피로했던 몸을 쉬기로 한다.
어차피 끈기를 가지고 찾아야 할 것임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허용수는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호텔에서 며칠을 죽은 듯이 먹고 자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제 자신의 체력과의 싸움인 것이다.
더구나 대리점을 넘겨버렸으니 허용수에게는 남는 것이 시간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으면 아내의 횡포가 날로 극심해질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또한 청주에 있는 건물을 사기당해서 고스란히 날려버렸다는 것을 알기만 하면 아마 죽이려고 덤벼들 것이다.
이래저래 집에 들어갈 염치와 용기가 없다.
허용수는 그렇게 사날을 먹고 자고 하는 일만 한다.
어느 정도 자신의 체력이 회복이 되고 나서야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생각해 보는 허용수는 문득 유하영이 해외로 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해외로 나가기 위해 여권과 비자를 신청하러 다닌 것이 생각이 났던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놈이랑 짜고 해외로 날랐군!
멍청하게 그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동안 제주도에서 수많은 시간과 돈과 정력을 낭비해 버렸으니 내 이년을 잡기만 하면 목줄을 잘라버릴 것이다.“
이제 허용수는 독기가 시퍼렇게 돋아난다.
그동안 제주도에서 그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해 버린 것이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너무 화가 나고 기가 막히는 것이다.
그런 년을 믿고 모든 것을 다 주었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자신이 어쩌다 그렇게 감쪽같이 유하영에게 속았는지 너무 허망했다.
믿고 또 믿었던 유하영이다.
자신의 인생과 모든 것을 주었던 사랑했던 여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하영에 대한 증오와 배신만이 허용수의 가슴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
네 년이 어디까지 숨어 살 수 있나 한 번 해 봐!
내가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가서 네 년을 죽이고 나도 죽을 테다.“
허용수는 이대로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돈도 돈이지만 유하영을 믿고 모든 것을 준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에 더욱 몸을 부르르 떠는 허용수였다.
배신의 아픔과 상처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 허용수였다.
허용수는 호텔을 나선다.
그리고 출입국 관리소로 가서 유하영과 최덕만의 출국여부를 알아본다.
두 년 놈이 일본으로 출국을 했다는 것을 알아내고 허용수는 빙그레 웃음을 짓는다.
멀리 가지도 못하고 겨우 일본이라는 사실이 허용수에게는 조금의 마음의 여유를 주게 되는 것이다.
일본이라면 아직은 경비를 충분하게 충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허용수는 일본으로 떠난다.
그들이 내렸다는 일본 도코 비행장에 내린 허용수는 그제야 암담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허용수는 한참을 그렇게 공항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다시 일본의 출입국관리소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허용수로서는 난감한 일이었다.
허용수는 모든 준비기 미미한 상태로 무작정 일본으로 날아온 자신을 또 다시 후회를 한다.
그러나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일이다.
허용수는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다 한국인 일행이 나오는 것을 보자 그들 앞으로 가서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도와 줄 것을 청한다.
다행이 그들은 일본어를 아주 잘 하는 한국인들이었다.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한국의 기업체에서 일이 있어 출장을 온 사람들인 것이다.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호텔로 돌아가 생각을 해 봅시다.”
그들은 그렇게 허용수를 도와주려는 뜻을 밝힌다.
허용수는 그들과 함께 그들이 묵을 호텔로 간다.
룸을 정하고 나서 허용수는 그들 일행들에게 간단히 술을 대접한다.
그들은 기꺼이 허용수가 대접하는 술을 마신다.
“내일 내가 아는 일본인을 만나 출입국사무소에 연락을 해 보지요.
그들이 아직 이곳에 체류하고 있는지 알아보면 되겠습니까?“
“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사례라도 해 드리겠습니다.“
허용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호텔에서 묵은 허용수는 그들의 연락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볼일을 마치고 저녁때가 되어서야 돌아온다.
허용수를 보자마자 그들은 자신들이 알아본 것을 전해준다.
“그들은 이곳에서 일주일가량 체류하고 있다가 다시 홍콩으로 출국을 했습니다.”
“네?
홍콩으로?“
허용수는 다시 유하영의 뒤를 따라 홍콩으로 간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본에서 만난 그들이 알려준 대로 홍콩에 있는 영사관을 찾아가는 허용수였다.
제발 홍콩에서 머물러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안고 영사관을 찾는 허용수의 마음은 참담한 것이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에효^^ 돈 다 털리는 신세가 되었군요. 어쩐더냐 이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