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하느님의 어지심을 저희 위에 내리소서.”(시편 90(89),17ㄱ)
음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며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가족 간의 따스한 정을 나누며 먼저 돌아가신 가족 친지들의 영혼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설 명절의 아침, 우리가 듣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나날의 우리의 삶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일러줍니다.
우선, 오늘 제 1 독서의 민수기의 말씀은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모든 백성에게 당신의 축복을 내려주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전합니다. 하느님은 모세와 아론 그리고 그의 아들들을 통해 이스라엘 모든 민족에게 다음과 같은 축복의 말씀을 전하십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민수 6,24-26)
민수기의 이 같은 말씀은 매년 새 해를 맞으며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며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과 동시에 삶의 무게로 인한 부담과 두려움을 느끼는 우리들에게 위로의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이 말씀이 마치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들에게 하느님이 언제나 함께 해 주실 것임을, 그 함께 함으로 우리에게 복을 내려주시고 우리의 앞길을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겠다는 약속의 말씀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하느님은 이렇게 약속해 주십니다.
“그들이 이렇게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민수 6,27)
모세와 아론 그리고 그의 아들들이 이스라엘 민족들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그 기도를 들으시고 이스라엘 모든 민족들에게 복을 넘치도록 베푸신다는 이 약속의 말씀은 분명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들의 마음에 든든한 의지처가 되어 줍니다.
한편, 오늘 제 2 독서의 야고보서의 말씀은 주님이신 하느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우리 삶은 그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마는 한 줄기 연기와 같음을 이야기함으로서 비유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야고보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 이제, “오늘이나 내일 어느 어느 고을에 가서 일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하고 말하는 여러분! 그렇지만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다름입니다.”(야고 4,13-14)
새 해를 시작하며 새롭게 시작되는 일 년의 삶을 미리 계획하며 살아가려 하는 우리들에게 야고보서의 이 말씀은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삶은 우리 마음대로 계획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며 우리 삶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와 다름없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야보고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하고 말해야 합니다.”(야고 4,15)
야고보서의 이 말씀처럼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닌 주님이신 하느님 그 분으로부터 비롯됨을 또 그 분과 함께 함을 통해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일러줍니다.
아울러 오늘 복음의 말씀은 루카 복음의 말씀으로서 잠시 떠나간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비유 말씀을 전합니다. 잠시 집을 비운 떠나간 주인을 기다리는 종은 언제 올지 모르는 주인을 언제나 깨어 준비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함을, 그래서 주인이 집에 돌아와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문을 열어 주인을 맞아야 함을 이야기하는 비유 말씀을 통해 오늘 복음은 우리 각자의 삶은 주인이신 그 분, 주님께서 오실 때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삶임을 이야기합니다. 복음은 그 사실을 이렇게 말합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루카 12,37-38)
항상 깨어 준비하는 마음으로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종은 주인이 돌아왔을 때, 주인을 기다리는 그 합당한 자세를 통해 놀라운 일을 겪게 됩니다. 주인이 종의 모습으로 허리에 띠를 매고 종을 주인의 자리에 앉게 한 다음 그의 시중을 들게 된다는 놀라운 일, 충실한 종의 그 성실함이 주인과 종의 입장이 바뀌는 있을 수 없는 일을 생겨나게 한 것입니다.
이처럼 오늘 설 명절을 보내며 새 해, 새 출발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들려지는 두 독서와 복음의 말씀은 공통되게 한 목소리로 우리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 그리하여 삶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일러줍니다.
우리 삶의 주인은 그 삶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는 결코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을 나의 권리로서 누군가에게 청하여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루하루의 삶은 주님이신 그 분께서 우리에게 선물로서 주시는 삶, 그래서 그 선물을 무상으로, 거저 부여받은 우리가 그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며 그 삶을 허락하신 그 분의 뜻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며 삶을 대하는 우리들의 합당한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그저 내게 하루의 삶을 허락해주시는 그 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실히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며 주인이신 그 분을 합당하게 섬겨야합니다.
오늘 화답송의 시편저자는 다음과 같은 구절로 이러한 깨우침을 잘 드러내줍니다. 화답송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 하느님의 어지심을 저희 위에 내리소서.”(시편 90(89),17ㄱ)
산들이 솟기도 전에, 땅이며 누리가 생기기도 전에 영원에서 영원까지 주님이신 하느님께서 먼지와도 같은 우리를 돌보아주시고 우리에게 하루의 삶을 선물로 주시기에 우리의 삶이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음력으로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오늘, 우리에게 들려지는 이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그 뜻을 마음에 아로새겨 올 한 해의 삶을 우리에게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분께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힘을 주시어 우리의 앞길을 열어주시고 그 길에 언제나 함께 해 주시길 청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이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의 삶을 감사하며 살아가시길, 그래서 여러분의 올 한해의 삶이 우리 삶의 주인이신 하느님과 언제나 함께 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루카 12,3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