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통합이 내부 지분싸움 등으로 혼돈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통합을 강력히 주문해 온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제3지대 대통합신당(가칭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창준위의 출범을 앞둔 지난달 초순 범여권 대선주자를 연쇄면담하면서 “대통합에 기여하는 사람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며, 대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지도자는 내년 총선에서도 실패할 것”이라며 대통합의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았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제3지대 신당 창준위에 합류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탈당을 결행한 박광태 광주시장과 자신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 등도 사전에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등 범여권 통합구도가 제3지대 신당 형식으로 수렴되는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져왔다. 김 전 대통령은 이처럼 지난달부터 범여권 대통합의 메시지를 적극 발신해왔지만, 정작 제3지대 신당 창준위가 내부 지분싸움과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으로 흔들리고, 열린우리당과 중도통합민주당의 합류 문제로 범여권이 혼란스런 상황이 도래하자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 대한 김 전 대통령측의 `무언'의 메시지는 단순명료하다는 지적이다. 김 전 대통령은 단일정당, 단일후보로 대선에 임해야 한다는 범여권 대통합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강조해왔고, 통합의 방식이나 대선주자 문제 등은 현실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측은 “DJ는 특정주자를 지지, 반대하거나 특정한 통합방식에 대해 언급한 바가 없다”며 “범여권 대통합을 해야 국민들이 대선국면에서 선택하기 쉽다는 원칙적인 메시지만 되풀이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교동계 내부에서는 대통합신당 창준위 출범 이후 혼란스런 상황이 지속되자 다소 당혹스런 표정으로 범여권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하지만 `DJ의 침묵'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대통합신당 내부의 지분다툼이나 통합민주당의 독자경선 문제와 관련,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다. 대통합 신당의 대표로 김 전 대통령과 가까운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오는 11일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배기선 문희상 이강래 정동채 의원, 윤철상 김옥두 설 훈 배기운 전 의원 등 범동계동계 인사 40여명이 모여 `도쿄 피랍 생환 34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대통합과 관련한 DJ의 메시지가 주목되고 있다. 이성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