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기력(氣力)이 떨어졌을 때 한약을 찾는다. 기력을 보강하기 위해 전통방식으로 섭취하는 약재를 한약 또는 보약이라고 한다. 한약은 흔히 한의사들에 의해 조제된다. 과연 한약, 그러니까 보약은 떨어진 기력을 보강해주는 걸까?
인체에서의 기력(氣力)은 무엇인지부터 구체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기력은 인체 안에서 분자 수준의 많은 물질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생명활동과 같은 것이다. 인체 안에서 생명활동이라는 현상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서 숨을 쉬고 움직일 수 있다. 이같은 생명활동에 의해 생명이라는 현상이 만들어지는 곳은 인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세포 안이다. 다시 말해서 세포 안에서 분자 수준의 수많은 물질들이 동원되어 생명현상이 만들어진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는 수십 조 개나 되고 그 크기가 너무 작아서 우리의 육안으로는 관찰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생명활동은 말도 안 되게 작은 세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작은 세포 안에서 생명활동이라는 일련의 사건들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살아 숨 쉴 수 없다. 세포는 다양한 분자들의 집합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분자들의 집합체는 역시 분자로 이루어진 물질들을 이용하여 생명현상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세포를 이루고 있는 분자들의 집합체나 분자들의 집합체가 이용하는 모든 분자 수준의 물질들을 한 마디로 '기(氣)'라고 하며, 세포 안의 분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생명활동을 '기의 운동(氣機)'이라고 한다.
"기력(氣力)이 떨어졌다"라는 말은 세포가 생명활동을 왕성하게 수행해내지 못해 생기는 무력감 같은 것이다. 세포가 생명활동을 왕성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세포가 생명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분자 수준의 물질들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세포가 생명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분자 수준의 물질들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을 통해서 공급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행동을 하게 된다. 세포 안에서 만들어지는 생명현상은 여러 가지의 분자 물질들이 일으키는 화학반응에 의해서이다. 분자들은 탄소, 수소, 질소, 산소라는 원소가 주를 이루고, 이들 네 가지의 원소들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명활동과 관련된 여러 가지의 사건들을 만들어 낸다. 탄소 수소 질소 산소는 스스로 화학반응을 발생시킬 수 없기 때문에 효소와 조효소 그리고 보조인자가 반드시 도와줘야 한다. 세포 안으로 유입되는 분자들은 이러한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포 안에서의 화학반응은 제대로 일어나지 않게되고 이의 결과는 생명활동이 왕성하게 수행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면 무력감을 느끼고 현기증이 나타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해지고 때로는 두통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기력이 저하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삼시세끼를 통해서 세포들이 생명현상을 만들어내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분자 물질들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분자 물질들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를 '영양소의 결핍'이라고 한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물에는 세포가 생명활동을 만들기 위한 필요한 물질들이 원소들의 화합물로 함유되어 있고, 이들 화합물들의 화학반응을 촉매시켜주는 효소와 조효소 그리고 보조인자들이 유기물 또는 무기물로 포함되어 있다. 이런 물질들을 영양소라고 하며 이들 영양소들이 충분히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경우 영양소가 결핍되었다고 한다. 영양소가 결핍된 음식물을 습관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세포 안에서의 화학반응, 즉 생명현상이 원활하게 만들어지지 않는 불행한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영양소가 결핍된 음식물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이 지나치게 가공처리되었기 때문이다. 천연의 식품을 지나치게 가공처리하게 되면 세포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 특히 무기물질들이 가공 과정에서 모두 소실되어 버린다.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은 인스턴트 식품, 패스트 푸드와 같은 가공된 식품들을 섭취함으로써 영양의 불균형 또는 영양의 결핍에 따른 몸의 불편한 증상이 유발되고 있다. 세포가 정상적인 화학반응, 즉 원활한 생명현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포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인 무기물질들이 분자의 형태로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분자들의 농도가 세포 안에서 적정하게 유지되고 있을 때 세포는 정상적인 생명현상을 만들 수 있고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 숨 쉴 수 있는 것이다.
세포 안에서의 필수 영양소의 결핍 또는 불균형의 상태를 바로 잡아 건강을 유지하려는 조치를 '분자교정의학'이라고 한다. 세포를 이루고 있는 분자들의 농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처치가 바로 '분자교정의학'인 것이다. 분자교정의학은 40여 년 전 미국의 과학자인 라이너스 폴링 박사에 의해서 제창되었다. 폴링 박사는 화학의 아버지라 일컬어질 정도로 화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여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오늘날 전 세계의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폴링 박사가 정립한 화학이론을 교과서로 채택하고 있기도 하다. 폴링 박사는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하기도 했는데 한 사람으로서 노벨상을 두 개나 수상한 사람은 아직까지는 그가 유일한 존재이다.
폴링 박사는 평생을 화학발전에 기여하다가 만년에는 비타민 C 연구에 여생을 바쳤다. 비타민 C 를 고용량으로 섭취했을 때 인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유익한 점들을 규명해 냈다. 비타민 C 의 고용량 복용으로 암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냈으나 의학계와 제약회사의 갖은 음해로 현재까지도 상용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폴링 박사는 세포 안에서 세포가 생명활동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질들이 여러 가지의 비타민과 무기물인데, 이런 물질들이 적정한 농도로 유지해야 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했으며 세포의 분자농도를 일정하게 맞추는 처치를 분자교정의학이라고 했던 것이다. 폴링 박사의 분자교정의학의 제창으로 언젠가부터 미국에서는 종합영양제로 알려진 건강기능식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보다 훨씬 뒤늦게 기능성 건강식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폴링 박사의 분자교정의학의 영향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40여 년 전에 분자교정의학의 영향 아래에서 기능성 건강식품들의 개발로 영양의 불균형과 결핍을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수천 년이나 앞서 분자교정의학과 같은 처치법이 있었다. 기력이 떨저졌을 때 복용했던 한약이 바로 그것이다. 한약은 전통의학에서 말하는 여러 가지의 약재들로 만든 종합영양제와 같은 것이다.
한의학에서 다루는 약재들은 세포가 필요로 하는 물질들이 다른 어떤 식품보다 몇 갑절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옛날 사람들은 숱한 경험을 통해서 인체에 유익한 식물들이나 식품들을 알아냈으며 식물이나 식품 속에 들어있는 유용한 물질들을 일컬어 기(氣)라고 했다. 이러한 기가 많이 들어있는 약재를 보약이라고 했고 보약을 복용하면 약재 속에 있는 기가 기력을 보강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것을 현대과학의 생물학적 측면에서 보면, 약재 속에 들어 있는 무수한 비타민류(유기물)와 미네랄(무기물)들이 세포 안에서의 화학반응을 활발하게 촉진시켜 생명현상이 원활하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약의 효능은 세포의 분자농도를 적정하게 유지시켜 건강을 도모하는 데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약의 효능은 옛날의 효능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바로 알아야 한다. 옛날의 한약으로 쓰일 약재는 산과 들에서 야생으로 자란 초근목피였다. 야생의 초근목피에는 세포가 필요로 하는 영양물질인 비타민류와 미네랄류가 충분히 함유되어 있었다. 그래서 옛날의 보약은 효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의 한약으로 사용하는 약재는 거의 재배된 것이다. 재배된 약재에는 미네랄류가 턱없이 부족하다. 토양이 척박하여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해 간신히 자라난 그야말로 무늬만 약재인 것이다.
토양이 척박하다는 말은 땅의 지기(地氣)가 약하다는 것이며 땅의 지기는 곧 토양 속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의 유기물질들과 무기물질들을 말하는 것이다. 작물들을 한 곳에서 반복적으로 재배하다보면 토양이 척박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농민들은 화학비료를 써서 어거지로 농작물들을 재배하는 것이다. 재배되어진 약재에는 세포가 필요로 하는 무기물질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재배되어진 약재들은 한약으로서의 효능이 거의 없다.
그리고 한약으로 쓰여질 많은 약재들은 수입산이며 수입품에는 유통기간을 길게 하기 위해 인체에 해로운 여러 가지의 화학물질들로 처리되었으므로 불신이 항상 따라 붙는다. 이런 이유로 지금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한약에 대한 호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약이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비타민류와 많은 미네랄이 충분히 함유된 약재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천연상태의 약재이거나 가공을 최소화 한 식품이어야 한다. 한약으로 쓰일 약재가 특정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세포가 생명현상을 만들어내는 데 반드시 필요한 비타민류와 많은 미네랄이 고스란히 함유된 식품이라면 그것이 한약이며 보약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