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큰스님들에게서 마음 챙김의 지혜 100가지를 얻어낸 책. 처음으로 전파된 삼국시대부터 '자타불이(自他不二)', 즉 '나와 남은 둘이 아니다'의 대승적 이념을 표방해온 한국 불교는, 우리나라의 정신과 문화를 풍성하게 했으며, 일체 중생이 각성하고 참된 자아를 되찾아야 하며, 나와 남은 둘이 아니니 혼자 가지 말고 함께가자는 위대한 진리를 우리에게 새겨줬다.
이 책은 그러한 한국불교 1600년 역사를 만들어온 큰스님들의 법문 중 불교의 핵심인 '자신 안에 있는 참나, 즉 불성을 깨닫는 방법'에 대한 사자후 100가지를 번역하여 이해하기 쉽게 풀이했다. 인도, 티베트, 중국 등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한국 큰스님들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양장제본.
윤홍식: 철학자이자 명상가이며 문명탐구가이다. 연세대학교에서 사학과 및 동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공군장교 출신이다. 현재 홍익학당 대표로 있으면서, 동서양 정신철학 및 문명론에 대한 강의와 저술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학 인간의 길을 열다』, 『조선선비들에게 배우는 마음챙김의 지혜100』 등이 있다.
오병문: 홍콩출생. 연세대학교에서 역사학,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현재 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삼성SDI에서 치열한 세상을 배웠으며, 지금은 동양선인들의 지혜를 알기 쉽게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공저로 『조선선비들에게 배우는 마음챙김의 지혜100』이 있다.
001 부처와 중생의 차이는 오직 '욕망'에 달려 있을 뿐 002 모든 현상은 오직 마음의 나툼일 뿐이다 003 참 자아는 항상 존재하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004 진정한 삼매는 정신이 또렷이 깨어있는 것이다 005 한 마음의 참뜻
* 의상대사
006 일체의 현상계는 본래부터 고요하다
* 대각국사 의천
007 미혹하면 번뇌 생사요 깨치면 보리 열반이다 008 참 자아는 온갖 변화에 자유롭다 009 현상계를 대하는 중생 보살 여래의 차이점 010 자신을 바라볼 줄 모르는 자는 도에 들어갈 수 없다
* 보조국사 지눌
011 자신의 참 자아를 똑똑히 보고, 일체 중생을 제도하라 012 모든 성인들께서는 '돈오'와 '점수'의 길을 걸으셨다 013 단박에 깨닫는다는 것(돈오)의 참뜻 014 차츰차츰 닦아감(점수)의 참뜻 015 오직 모를 뿐! 016 '신령스러운 앎'은 어두워지는 법이 없다 017 내게 묻는 '그것'이 바로 그대의 참 자아이다 018 하루종일 움직이고 활동하는 자는 누구냐? 019 소리를 듣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 020 잡념이 일어나면 알아차릴 뿐이다 021 부처가 되는 길 022 '선정'과 '지혜'를 상황에 따라 처방하라 023 '선정'과 '지혜'는 참 자아의 2가지 모습이다 024 '선정'과 '지혜'로 차츰차츰 닦아 나가는 비결 025 참 자아의 본체는 시간 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한다 026 부처에 이르기 위해서는 한없는 복덕을 쌓아야 한다 027 참 마음이 성숙되면 희로애락에 걸림이 없다 028 참 마음과 망령된 마음의 차이점
* 백운화상 경한
029 마음이 있는 자는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 030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라는 것이 홀로 존귀하다 031 봄은 어떻게 생겼는가? 032 중생은 '참 자아'를 잃어버린 적이 없다 033 보고 듣는 그것은 무엇인가? 034 '나'는 우주가 생겨나기 전부터 있었다 035 마음을 비우면 일체만물에 두루 통하게 된다 036 지극한 도는 과거 현재 미래에 통한다 037 나의 본체는 허공과 같아 어떠한 모양도 없다 038 일체 만물은 있는 그대로 완벽하다 039 참 자아를 깨닫고자 한다면 시절인연이 도래해야 한다 040 뿌리만 투철히 알면 가지는 따라온다 041 마음은 경계에 의존해서 생겨난다 042 생각 감정만 비우면 그 자리에서 깨치리라 043 구름처럼, 물처럼 무심하게 살라
* 태고국사 보우
044 부처도 요순도 오직 이 마음을 밝혔을 뿐이다 045 나를 깨치고 남을 새롭게 하는 비법 046 조주스님의 무無자 화두를 타파하는 방법 047 태어나기 이전의 내 본래면목은 무엇인가? 048 아미타불을 생각하는 자는 누구인가? 049 장부의 기상으로 취모검을 휘둘러라 050 온갖 일을 내려놓고 길 끊어진 철벽을 대하라 051 텅 비어 있으면서도 신령스럽게 감응한다 052 이 물건은 온 우주가 소멸되어도 영향 받지 않는다
* 나옹화상 혜근
053 찾으려고 고심할수록 더욱 멀어지는 그것! 054 참 자아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살핀다 055 '악!'하는 외침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056 화두가 저절로 들리는 경지에 도달하라 057 아프다는 것을 아는 자는 누구인가? 058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나'는 무엇인가? 059 우리의 참 자아는 무너지는 일도 없다
* 서산대사 휴정
060 내 안에 '한 물건'이 있다 061 경전공부와 참선공부의 조화 062 참선공부를 완성시킬 수 있는 3가지 요소 063 한 생각을 넘어서면 생사를 초월한다 064 내 마음의 영감을 믿어라 065 단박에 깨닫더라도 차츰차츰 닦아야 한다 066 계율을 어기는 참선수행은 악마의 길을 닦는 것이다 067 군자는 항상 깨어있는 존재이다 068 마음이 고요할 때나 움직일 때나 항상 깨어있어라 069 텅 비어 신령스러운 신에서 천지?만물이 나왔다 070 텅 비어 고요하되 만물을 주재하라 071 나의 본래 모습은 텅 빈 종이와 같다 072 진흙 소가 물 위를 걷는구나 073 마음 다스리기는 거문고를 조율하듯이 하라 074 우리의 참 자아는 시간과 공간을 관통한다 075 오직 내려놓을 뿐!
* 사명대사 유정
076 오직 의심하라! 077 한 주먹으로 철로 된 성을 무너뜨려라 078 이 일이 본래 칼날을 희롱하는 것과 같다 079 스스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문득 돌아가리라
* 진묵대사
080 큰 도는 마땅히 나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081 긴 소맷자락 곤륜산에 걸릴까 걱정이라
* 경허선사 성우
082 이치는 단박에 깨치나 망상이 여전히 일어나도다 083 이 자리는 생생히 살아있고 또렷이 광명하다 084 오직 참 자아를 탐구하라 085 신통력에 관심두지 말고 부처 되는 일에 신경을 쓰라 086 화두나 염불이나 모두 '일념'으로 통한다 087 일 마친 사람의 자유자재한 해탈의 경지 088 불법이란 우리의 본성을 똑똑히 아는 것일 뿐이다 089 오감과 생각 감정은 모두 '원상圓相'의 나툼일 뿐 090 마음 달이 홀로 둥글도다 091 고양이가 쥐 잡듯, 닭이 알 품듯 간절히 공부하라 092 우리의 참 자아는 청정하고 광명하다 093 홀연히 생각하니 도무지 꿈속이로다 094 언제 어디서나 밝고 신령한 이것은 무엇인가? 095 깨달은 뒤 참 도인의 삶 096 경허스님의 단학시丹學詩
* 만공선사 월면
097 참 자아는 항상 그러할 뿐이다 098 참 자아는 생각으로는 꿰뚫어 알 수 없다 099 참 자아는 빼어나고 신묘한 존재이다 100 참 자아는 신령하고 광명하여 그 짝이 없다
각박한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사라져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찾기 위해 템플스테이 등에 참가하는 일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또한 자신의 내면에 있는 파워, 에너지를 발견하기 위한 동서양 현자, 구루들의 책들이 인기가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라마크리슈나, 라마나 마하르쉬, 오쇼 라즈니쉬, 달라이라마, 틱낫한 등이 최고 인기다. 특히나 물 건너 온 것들에 대해서 더 많은 호감을 표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그럼 도대체 우리나라에는 그런 강력한 포스를 지닌 인물들이 없단 말인가? 이 책은 인도나 티벳 등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한국의 역대 고승들의 법문을 통해 불교의 가장 핵심인 '참 나(佛性)를 깨닫는 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며, 한국의 풍토와 한국인의 정서에 더 맞는 새로운 '불교유신론'을 천명한다.
1. 불교의 핵심, 나에게서 구하라!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문제는 행복의 조건을 밖에다 둔다. 그들은 어떤 외적 조건이 성취되어야만 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하나의 조건이 성취되면 또 다른 번뇌가 밀려온다. 그리고는 또다시 새로운 욕망을 꿈꾸며 전진한다. 모든 일은 계속 반복된다. 이 끝없는 순환이 윤회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힘이다.
풀잎 위의 이슬처럼 반짝하고 사라지는 인생 속에서, 욕망과 번뇌의 사슬을 끊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 산과 들, 바다 그리고 우주까지 헤매고 뒤진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찾지 않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곳이 한 가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우리 인생은 '나'라는 것이 존재함으로써 펼쳐졌으며, 모든 것은 '나'에서 파생된 것이다. 따라서 '나'를 모르고서는 '남'도 이해할 수 없고, 삶의 터전인 이 현상계도 이해하지 못하며, 영원히 현상계와 윤회의 수레바퀴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나'는 남에게서 구할 것도 아니요, 현상계에서 구할 것도 아니다. '나'는 말 그대로 바로 '나'이니, '나'라는 존재 안에서 구해야 한다. 찾아야 할 장소가 이렇게 분명한데 왜 밖에서 찾으려고 하는가? 밖에선 '나'를 찾을 수 없다. 오직 '나'에게서만 구할 수 있다. '나'는 '나'에게서 찾아라. 이것이 바로 모든 번뇌를 끊고 영원한 대자유인이 되는 불교의 핵심이자, 이 책에서 초지일관 밝히는 내용이다.
2. 고승들이 전하는 견성에 이르는 비법(최고의 화두'나는 누구인가?'와 화두선의 비밀공개)
우리 안에 존재하는 보물인 '참 나'를 깨닫는 것을 '견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견성은 물론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를 체험하기 위해 수많은 스님들이 각고의 수행정진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네 중생들은 우리의 '본래면목'인 '참 나'를 알고 싶지만, 아주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고승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참선ㆍ견성이 진정으로 어렵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옛 사람들이 깨달아 증득한 그 자리! 불법이란 것이 원래 별다른 것이 아니니, 감정과 알음알이만 끊어 버릴 것 같으면, 당장에 깨닫고 인정할 것이다. - 백운화상 경운 -
대저 '불법'은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다.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움직이는 것과 같은 대단하고 특별한 작용도 아니다. 다만 망상이 본래 없으며, 우리 성품의 본체는 밝고 청정하고 안락하며, 함이 없고, 무겁고 가벼움도 없으며, 모자라고 남음도 없고, 오고 감도 없으며, 생사도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비추어 보는 것일 따름이다. - 경허선사 성우 -
그러면 이와 같은 특별한 일이 아닌 자신의 참 마음을 깨닫기 위해서, 이 책에서 고승들이 단도직입적으로 알려주는 최고의 비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회광반조回光返照'라는 것으로, 밖으로만 향하는 자신의 의식을 내면으로 돌려서 '나는 누구인가?'하고 의심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바로 자신의 '참 자아'를 투철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온갖 번뇌와 망상으로 잠시도 쉴 날이 없으며, 언제나 오감과 감정, 생각에 휘둘리면서 모든 관심을 밖으로만 쏟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내면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제는 정신을 하나로 모아서, 우리의 에고가 원하는 욕망이나 오감, 감정, 생각들을 턱하니 내려놓고, 밖으로만 내달리는 의식의 빛을 안으로 돌려, 무엇을 하는 나, 무엇을 소유한 나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 나'는 누구인가? 하고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홀연히 텅 비고 고요하면서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헤매는 제한된 존재가 아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원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견성이며, 가장 직접적인 참선공부라는 것이다.
만약 알기를 구한다면, 마침내 알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모른다는 것만을 똑똑히 안다면, 이는 바로 자신의 본성을 본 것이다. - 보조국사 지눌 -
의식을 안으로 되돌리는 한 생각 가운데, 온갖 사물이 모두 허망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허망하다고 여기는 것도 병이 되는 법이니 그 한 생각마저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고 또 내려놓으면 예로부터 존재해오던 타고난 본래 모습 그대로이다. - 서산대사 휴정 -
대저 이 현묘한 법문을 참구하는 이는 항상 반조(返照, 회광반조, "나는 누구인가?"하고 참 자아를 찾는 공부)에 힘써야 한다. - 경허선사 -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화두를 의심하여 견성에 이르는 간화선이 주류인데, 사실 가장 최고의 화두는 달마대사나 육조혜능이 "곧장 네 마음을 들여다보라!"(直指人心)고 하였듯이, 그냥 자신의 한 생각을 돌이켜 '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바로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이러한 직접적인 회광반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중생들로 하여금 보다 쉽게 자신의 참 마음을 알 수 있게끔 간화선이 등장한 것이다. 우리가 화두를 접하면, 가슴은 답답해지고 우리의 에고는 당황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머리는 이렇게 저렇게 따져보는 알음알이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그래서는 절대로 답이 나오질 않는다.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 화두선의 해결 포인트는, 우리의 에고의 기능으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머리의 기능을 쓰지 않고, '오직 모르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생각과 감정을 턱 놓아버려서 에고가 할 말을 잃고 침묵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텅 비어있으면서도 신묘한 우리의 본래면목이 드러나는 견성의 순간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3. 선정과 지혜를 아울러 닦아라
우리 전통적인 한국불교의 특징은 '선정'과 '지혜'를 아울러 닦는 것이다. 수행자가 자신의 이기적인 생각과 감정을 모두 벗어버리고 '참 나'를 온전히 꿰뚫어 볼 수 있게 되면, 선정과 지혜를 동시에 닦아야만 한다. 보조국사 지눌에 따르면 우리의 '참 자아'는 '공적영지空寂靈知' 즉 '텅 비어 고요하되 신령스러운 앎'이라고 한다. 여기서 선정은 바로 텅 비고 고요함을 맛보는 것이며, 지혜는 신령스러운 앎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선정과 지혜를 아울러 닦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요즘의 세태를 보면 일부에서는 오로지 선정의 즐거움에만 도취가 되어, 세상과 중생들의 아픔과 고민은 등한시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우리는 단순히 선정에만 안주하지 말고 나아가 세상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통찰력, 즉 세상과 사물들의 제반원리 및 모든 인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지혜를 끊임없이 닦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선정과 지혜는 동전의 앞뒤와 같아, 참다운 지혜는 선정에 기반을 둔 것이며, 참다운 선정은 지혜에 기반을 둔 것이다.
이렇게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아나가면서, 우리가 사는 이 현상계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번뇌 망상의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알고(苦), 따라서 선정과 지혜의 마음챙김으로 이러한 중생들의 고통의 '원인'을 투철히 꿰뚫어 알아야 하며(集), 실제로 그러한 중생들의 고통의 원인을 '제거'해야 하고(滅), 그리하여 중생들의 존재에서 일체의 고통이 모두 제거될 때, 우리는 바로 부처님께서 걸으신 참된 길을 걸을 수 있다.(道)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깨치시고 걸어가신 길인 것이다.
4. 견성, 그 이후의 길 (돈오점수)
지금도 한국불교계에선 견성이 돈오점수냐 돈오돈수냐 논란이 많은데, 이 책은 보조국사, 서산대사, 경허선사 등 한국불교의 쟁쟁한 고승들에 근거하여 돈오점수론을 주장한다.
돈오 점수의 2가지 문은 모든 성인聖人들께서 걸으신 길이니, 예전의 모든 성인들께서는 먼저 깨닫고 뒤에 닦으며, 그 닦은 바에 따라 경지를 증득하셨다. - 보조국사 지눌 -
이치(理)는 단박에 깨달아 알 수 있으나, 그릇된 행위(事)는 단박에 제거되지 않는다. - 서산대사 -
자, 그러면 참다운 인간인 부처가 탄생하는 노정을 한번 살펴보자. 어떤 중생이 쳇바퀴처럼 도는 현상계에 회의를 품고, 영원한 진리를 찾아 구도의 길을 떠나게 된다. 그는 무수한 수행과 고난을 거쳐 결국 그가 그토록 찾던 진리가 자신 안에 있는 '참 자아'라는 사실을 확연히 알게 된다. 이것이 바로 '견성'의 순간이며 '돈오'의 순간이다.
그런데 견성을 한 그 사람은 과연 그동안 자신이 지은 모든 업장에서 단번에 벗어날 수 있으며, 전지전능한 부처님과 바로 동격이 되었다고,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솔직히 선언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는 영원불멸의 '참 자아'를 각성함으로써 이제 부처의 세계에 태어났지만, 아직 갓난아기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부터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거이래의 수많은 습기와 무집과 아집의 때를 지워나가면서 끊임없이 성장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점수'의 과정이다. 그러나 요즘 일부에서는 조그마한 깨달음을 가지고 부처님과 어깨동무를 하는 망자존대妄自尊大의 경우가 빈번히 생기고 있다.
물론 선정을 통하여 '참 자아'와 만나고 있는 그 순간에는 현실계를 초월할 수 있을 것이나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에도 결단코 업의 굴레를 받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차라리 근래의 대선사인 경허스님처럼 자신의 심정을 담담하게 애기하는 것이 진정으로 솔직하고 위대한 것이 아닐까?
단박에 깨달아 내 본성이 부처님과 동일한 줄은 알았으나, 수많은 생애를 살면서 익힌 습기는 오히려 생생하구나. 바람은 고요해졌으나 파도는 여전히 솟구치듯, 이치는 훤히 드러났으나 망상이 여전히 일어나는구나. - 경허선사 성우 -
허공을 자유로이 넘나들도록 깨친 뒤에라도 끊임없이 자신의 업장?습기를 조심해야 한다. 인간은 언제라도 과오를 저지를 수 있는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란 존재이다. 인간이 타락하지 않았다면, 아니 타락할 수 없었다면, 부처고 해탈이고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 그래서 인간은 항상 겸손히 정진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닦은 만큼 계속 성장해간다. 우리의 어두운 업보를 정화시킨 만큼, 우리가 나와 남을 위해 공덕을 쌓은 만큼, 무수한 닦음을 통해 우리가 얻은 지혜와 자비의 수준만큼, 우리는 한 계단 한 계단 진화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모든 업을 정화시키는 날, 진정한 부처가 될 것이다. 오로지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가고 갈 뿐이다. 이것이 돈오점수이다.
5. 회통불교 전통의 부활 및 자타불이, 요익중생의 불교로 거듭나라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고 워낙 정보의 순환이 빠르다 보니 인도나 동남아시아, 티벳 등의 불교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전파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거 인도에서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건너오면서 왜곡된 불교의 원형이 지금에 와서 잘 알려지기도 한다. 또한 소승이냐 대승이냐 금강승(밀교)이냐 또는 위빠싸나 수행이니 간화선 수행이니 하면서 서로의 수행론들이 교류하기도 하고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논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그 핵심은 간단하다. 자신의 '참 나'를 투철하게 깨닫고, 선정에만 머물지 말고, 우리의 무지와 아집의 때를 지워나가면서 지혜를 얻어, 나와 남이 결국은 둘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을 알고, 자비의 마음으로 남의 입장을 헤아리며 중생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책에서는 특정 이론이나 계통에 얽매임 없이 불교에서 말하고자 하는 근본핵심을 바로 지적해 드러내는데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리하여 소승불교의 사성제(四聖諦 : 苦集滅道), 사법인(四法印 : 一切皆苦, 諸行無常, 諸法無我, 涅槃寂靜), 4선정禪定, 위빠사나와 대승불교의 중생구제론, 유식론, 간화선 그리고 밀교(금강승)의 호흡법과 차크라(에너지의 중심센터)수련법 등 다양한 불교의 수행과 지식체계를 일이관지로 절묘하게 조화시켜서, 부처님의 본래 주장을 온전히 밝히고자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리하여 이 책은, 원효대사 이래의 한국불교의 고유한 특색인 회통사상(선종과 교종의 조화를 추구)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자타불이(自他不二, 나와 남이 둘이 아니다)와 요익중생(饒益衆生, 중생을 넉넉히 돕자)이라는 한국불교 전래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이상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세상은 물질문명의 폐해로 날로 황폐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의 역대 고승들이 끊임없이 전해온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은 다시금 훌륭한 치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큰스님들에게서 마음 챙김의 지혜 100가지를 얻어낸 책. 처음으로 전파된 삼국시대부터 '자타불이(自他不二)', 즉 '나와 남은 둘이 아니다'의 대승적 이념을 표방해온 한국 불교는, 우리나라의 정신과 문화를 풍성하게 했으며, 일체 중생이 각성하고 참된 자아를 되찾아야 하며, 나와 남은 둘이 아니니 혼자 가지 말고 함께가자는 위대한 진리를 우리에게 새겨줬다.
이 책은 그러한 한국불교 1600년 역사를 만들어온 큰스님들의 법문 중 불교의 핵심인 '자신 안에 있는 참나, 즉 불성을 깨닫는 방법'에 대한 사자후 100가지를 번역하여 이해하기 쉽게 풀이했다. 인도, 티베트, 중국 등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한국 큰스님들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양장제본.
윤홍식: 철학자이자 명상가이며 문명탐구가이다. 연세대학교에서 사학과 및 동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공군장교 출신이다. 현재 홍익학당 대표로 있으면서, 동서양 정신철학 및 문명론에 대한 강의와 저술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학 인간의 길을 열다』, 『조선선비들에게 배우는 마음챙김의 지혜100』 등이 있다.
오병문: 홍콩출생. 연세대학교에서 역사학,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현재 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삼성SDI에서 치열한 세상을 배웠으며, 지금은 동양선인들의 지혜를 알기 쉽게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공저로 『조선선비들에게 배우는 마음챙김의 지혜100』이 있다.
001 부처와 중생의 차이는 오직 '욕망'에 달려 있을 뿐 002 모든 현상은 오직 마음의 나툼일 뿐이다 003 참 자아는 항상 존재하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004 진정한 삼매는 정신이 또렷이 깨어있는 것이다 005 한 마음의 참뜻
* 의상대사
006 일체의 현상계는 본래부터 고요하다
* 대각국사 의천
007 미혹하면 번뇌 생사요 깨치면 보리 열반이다 008 참 자아는 온갖 변화에 자유롭다 009 현상계를 대하는 중생 보살 여래의 차이점 010 자신을 바라볼 줄 모르는 자는 도에 들어갈 수 없다
* 보조국사 지눌
011 자신의 참 자아를 똑똑히 보고, 일체 중생을 제도하라 012 모든 성인들께서는 '돈오'와 '점수'의 길을 걸으셨다 013 단박에 깨닫는다는 것(돈오)의 참뜻 014 차츰차츰 닦아감(점수)의 참뜻 015 오직 모를 뿐! 016 '신령스러운 앎'은 어두워지는 법이 없다 017 내게 묻는 '그것'이 바로 그대의 참 자아이다 018 하루종일 움직이고 활동하는 자는 누구냐? 019 소리를 듣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 020 잡념이 일어나면 알아차릴 뿐이다 021 부처가 되는 길 022 '선정'과 '지혜'를 상황에 따라 처방하라 023 '선정'과 '지혜'는 참 자아의 2가지 모습이다 024 '선정'과 '지혜'로 차츰차츰 닦아 나가는 비결 025 참 자아의 본체는 시간 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한다 026 부처에 이르기 위해서는 한없는 복덕을 쌓아야 한다 027 참 마음이 성숙되면 희로애락에 걸림이 없다 028 참 마음과 망령된 마음의 차이점
* 백운화상 경한
029 마음이 있는 자는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 030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라는 것이 홀로 존귀하다 031 봄은 어떻게 생겼는가? 032 중생은 '참 자아'를 잃어버린 적이 없다 033 보고 듣는 그것은 무엇인가? 034 '나'는 우주가 생겨나기 전부터 있었다 035 마음을 비우면 일체만물에 두루 통하게 된다 036 지극한 도는 과거 현재 미래에 통한다 037 나의 본체는 허공과 같아 어떠한 모양도 없다 038 일체 만물은 있는 그대로 완벽하다 039 참 자아를 깨닫고자 한다면 시절인연이 도래해야 한다 040 뿌리만 투철히 알면 가지는 따라온다 041 마음은 경계에 의존해서 생겨난다 042 생각 감정만 비우면 그 자리에서 깨치리라 043 구름처럼, 물처럼 무심하게 살라
* 태고국사 보우
044 부처도 요순도 오직 이 마음을 밝혔을 뿐이다 045 나를 깨치고 남을 새롭게 하는 비법 046 조주스님의 무無자 화두를 타파하는 방법 047 태어나기 이전의 내 본래면목은 무엇인가? 048 아미타불을 생각하는 자는 누구인가? 049 장부의 기상으로 취모검을 휘둘러라 050 온갖 일을 내려놓고 길 끊어진 철벽을 대하라 051 텅 비어 있으면서도 신령스럽게 감응한다 052 이 물건은 온 우주가 소멸되어도 영향 받지 않는다
* 나옹화상 혜근
053 찾으려고 고심할수록 더욱 멀어지는 그것! 054 참 자아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살핀다 055 '악!'하는 외침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056 화두가 저절로 들리는 경지에 도달하라 057 아프다는 것을 아는 자는 누구인가? 058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나'는 무엇인가? 059 우리의 참 자아는 무너지는 일도 없다
* 서산대사 휴정
060 내 안에 '한 물건'이 있다 061 경전공부와 참선공부의 조화 062 참선공부를 완성시킬 수 있는 3가지 요소 063 한 생각을 넘어서면 생사를 초월한다 064 내 마음의 영감을 믿어라 065 단박에 깨닫더라도 차츰차츰 닦아야 한다 066 계율을 어기는 참선수행은 악마의 길을 닦는 것이다 067 군자는 항상 깨어있는 존재이다 068 마음이 고요할 때나 움직일 때나 항상 깨어있어라 069 텅 비어 신령스러운 신에서 천지?만물이 나왔다 070 텅 비어 고요하되 만물을 주재하라 071 나의 본래 모습은 텅 빈 종이와 같다 072 진흙 소가 물 위를 걷는구나 073 마음 다스리기는 거문고를 조율하듯이 하라 074 우리의 참 자아는 시간과 공간을 관통한다 075 오직 내려놓을 뿐!
* 사명대사 유정
076 오직 의심하라! 077 한 주먹으로 철로 된 성을 무너뜨려라 078 이 일이 본래 칼날을 희롱하는 것과 같다 079 스스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문득 돌아가리라
* 진묵대사
080 큰 도는 마땅히 나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081 긴 소맷자락 곤륜산에 걸릴까 걱정이라
* 경허선사 성우
082 이치는 단박에 깨치나 망상이 여전히 일어나도다 083 이 자리는 생생히 살아있고 또렷이 광명하다 084 오직 참 자아를 탐구하라 085 신통력에 관심두지 말고 부처 되는 일에 신경을 쓰라 086 화두나 염불이나 모두 '일념'으로 통한다 087 일 마친 사람의 자유자재한 해탈의 경지 088 불법이란 우리의 본성을 똑똑히 아는 것일 뿐이다 089 오감과 생각 감정은 모두 '원상圓相'의 나툼일 뿐 090 마음 달이 홀로 둥글도다 091 고양이가 쥐 잡듯, 닭이 알 품듯 간절히 공부하라 092 우리의 참 자아는 청정하고 광명하다 093 홀연히 생각하니 도무지 꿈속이로다 094 언제 어디서나 밝고 신령한 이것은 무엇인가? 095 깨달은 뒤 참 도인의 삶 096 경허스님의 단학시丹學詩
* 만공선사 월면
097 참 자아는 항상 그러할 뿐이다 098 참 자아는 생각으로는 꿰뚫어 알 수 없다 099 참 자아는 빼어나고 신묘한 존재이다 100 참 자아는 신령하고 광명하여 그 짝이 없다
각박한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사라져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찾기 위해 템플스테이 등에 참가하는 일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또한 자신의 내면에 있는 파워, 에너지를 발견하기 위한 동서양 현자, 구루들의 책들이 인기가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라마크리슈나, 라마나 마하르쉬, 오쇼 라즈니쉬, 달라이라마, 틱낫한 등이 최고 인기다. 특히나 물 건너 온 것들에 대해서 더 많은 호감을 표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그럼 도대체 우리나라에는 그런 강력한 포스를 지닌 인물들이 없단 말인가? 이 책은 인도나 티벳 등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한국의 역대 고승들의 법문을 통해 불교의 가장 핵심인 '참 나(佛性)를 깨닫는 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며, 한국의 풍토와 한국인의 정서에 더 맞는 새로운 '불교유신론'을 천명한다.
1. 불교의 핵심, 나에게서 구하라!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문제는 행복의 조건을 밖에다 둔다. 그들은 어떤 외적 조건이 성취되어야만 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하나의 조건이 성취되면 또 다른 번뇌가 밀려온다. 그리고는 또다시 새로운 욕망을 꿈꾸며 전진한다. 모든 일은 계속 반복된다. 이 끝없는 순환이 윤회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힘이다.
풀잎 위의 이슬처럼 반짝하고 사라지는 인생 속에서, 욕망과 번뇌의 사슬을 끊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 산과 들, 바다 그리고 우주까지 헤매고 뒤진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찾지 않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곳이 한 가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우리 인생은 '나'라는 것이 존재함으로써 펼쳐졌으며, 모든 것은 '나'에서 파생된 것이다. 따라서 '나'를 모르고서는 '남'도 이해할 수 없고, 삶의 터전인 이 현상계도 이해하지 못하며, 영원히 현상계와 윤회의 수레바퀴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나'는 남에게서 구할 것도 아니요, 현상계에서 구할 것도 아니다. '나'는 말 그대로 바로 '나'이니, '나'라는 존재 안에서 구해야 한다. 찾아야 할 장소가 이렇게 분명한데 왜 밖에서 찾으려고 하는가? 밖에선 '나'를 찾을 수 없다. 오직 '나'에게서만 구할 수 있다. '나'는 '나'에게서 찾아라. 이것이 바로 모든 번뇌를 끊고 영원한 대자유인이 되는 불교의 핵심이자, 이 책에서 초지일관 밝히는 내용이다.
2. 고승들이 전하는 견성에 이르는 비법(최고의 화두'나는 누구인가?'와 화두선의 비밀공개)
우리 안에 존재하는 보물인 '참 나'를 깨닫는 것을 '견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견성은 물론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를 체험하기 위해 수많은 스님들이 각고의 수행정진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네 중생들은 우리의 '본래면목'인 '참 나'를 알고 싶지만, 아주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고승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참선ㆍ견성이 진정으로 어렵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옛 사람들이 깨달아 증득한 그 자리! 불법이란 것이 원래 별다른 것이 아니니, 감정과 알음알이만 끊어 버릴 것 같으면, 당장에 깨닫고 인정할 것이다. - 백운화상 경운 -
대저 '불법'은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다.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움직이는 것과 같은 대단하고 특별한 작용도 아니다. 다만 망상이 본래 없으며, 우리 성품의 본체는 밝고 청정하고 안락하며, 함이 없고, 무겁고 가벼움도 없으며, 모자라고 남음도 없고, 오고 감도 없으며, 생사도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비추어 보는 것일 따름이다. - 경허선사 성우 -
그러면 이와 같은 특별한 일이 아닌 자신의 참 마음을 깨닫기 위해서, 이 책에서 고승들이 단도직입적으로 알려주는 최고의 비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회광반조回光返照'라는 것으로, 밖으로만 향하는 자신의 의식을 내면으로 돌려서 '나는 누구인가?'하고 의심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바로 자신의 '참 자아'를 투철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온갖 번뇌와 망상으로 잠시도 쉴 날이 없으며, 언제나 오감과 감정, 생각에 휘둘리면서 모든 관심을 밖으로만 쏟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내면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제는 정신을 하나로 모아서, 우리의 에고가 원하는 욕망이나 오감, 감정, 생각들을 턱하니 내려놓고, 밖으로만 내달리는 의식의 빛을 안으로 돌려, 무엇을 하는 나, 무엇을 소유한 나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 나'는 누구인가? 하고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홀연히 텅 비고 고요하면서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헤매는 제한된 존재가 아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원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견성이며, 가장 직접적인 참선공부라는 것이다.
만약 알기를 구한다면, 마침내 알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모른다는 것만을 똑똑히 안다면, 이는 바로 자신의 본성을 본 것이다. - 보조국사 지눌 -
의식을 안으로 되돌리는 한 생각 가운데, 온갖 사물이 모두 허망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허망하다고 여기는 것도 병이 되는 법이니 그 한 생각마저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고 또 내려놓으면 예로부터 존재해오던 타고난 본래 모습 그대로이다. - 서산대사 휴정 -
대저 이 현묘한 법문을 참구하는 이는 항상 반조(返照, 회광반조, "나는 누구인가?"하고 참 자아를 찾는 공부)에 힘써야 한다. - 경허선사 -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화두를 의심하여 견성에 이르는 간화선이 주류인데, 사실 가장 최고의 화두는 달마대사나 육조혜능이 "곧장 네 마음을 들여다보라!"(直指人心)고 하였듯이, 그냥 자신의 한 생각을 돌이켜 '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바로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이러한 직접적인 회광반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중생들로 하여금 보다 쉽게 자신의 참 마음을 알 수 있게끔 간화선이 등장한 것이다. 우리가 화두를 접하면, 가슴은 답답해지고 우리의 에고는 당황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머리는 이렇게 저렇게 따져보는 알음알이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그래서는 절대로 답이 나오질 않는다.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 화두선의 해결 포인트는, 우리의 에고의 기능으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머리의 기능을 쓰지 않고, '오직 모르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생각과 감정을 턱 놓아버려서 에고가 할 말을 잃고 침묵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텅 비어있으면서도 신묘한 우리의 본래면목이 드러나는 견성의 순간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3. 선정과 지혜를 아울러 닦아라
우리 전통적인 한국불교의 특징은 '선정'과 '지혜'를 아울러 닦는 것이다. 수행자가 자신의 이기적인 생각과 감정을 모두 벗어버리고 '참 나'를 온전히 꿰뚫어 볼 수 있게 되면, 선정과 지혜를 동시에 닦아야만 한다. 보조국사 지눌에 따르면 우리의 '참 자아'는 '공적영지空寂靈知' 즉 '텅 비어 고요하되 신령스러운 앎'이라고 한다. 여기서 선정은 바로 텅 비고 고요함을 맛보는 것이며, 지혜는 신령스러운 앎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선정과 지혜를 아울러 닦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요즘의 세태를 보면 일부에서는 오로지 선정의 즐거움에만 도취가 되어, 세상과 중생들의 아픔과 고민은 등한시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우리는 단순히 선정에만 안주하지 말고 나아가 세상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통찰력, 즉 세상과 사물들의 제반원리 및 모든 인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지혜를 끊임없이 닦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선정과 지혜는 동전의 앞뒤와 같아, 참다운 지혜는 선정에 기반을 둔 것이며, 참다운 선정은 지혜에 기반을 둔 것이다.
이렇게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아나가면서, 우리가 사는 이 현상계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번뇌 망상의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알고(苦), 따라서 선정과 지혜의 마음챙김으로 이러한 중생들의 고통의 '원인'을 투철히 꿰뚫어 알아야 하며(集), 실제로 그러한 중생들의 고통의 원인을 '제거'해야 하고(滅), 그리하여 중생들의 존재에서 일체의 고통이 모두 제거될 때, 우리는 바로 부처님께서 걸으신 참된 길을 걸을 수 있다.(道)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깨치시고 걸어가신 길인 것이다.
4. 견성, 그 이후의 길 (돈오점수)
지금도 한국불교계에선 견성이 돈오점수냐 돈오돈수냐 논란이 많은데, 이 책은 보조국사, 서산대사, 경허선사 등 한국불교의 쟁쟁한 고승들에 근거하여 돈오점수론을 주장한다.
돈오 점수의 2가지 문은 모든 성인聖人들께서 걸으신 길이니, 예전의 모든 성인들께서는 먼저 깨닫고 뒤에 닦으며, 그 닦은 바에 따라 경지를 증득하셨다. - 보조국사 지눌 -
이치(理)는 단박에 깨달아 알 수 있으나, 그릇된 행위(事)는 단박에 제거되지 않는다. - 서산대사 -
자, 그러면 참다운 인간인 부처가 탄생하는 노정을 한번 살펴보자. 어떤 중생이 쳇바퀴처럼 도는 현상계에 회의를 품고, 영원한 진리를 찾아 구도의 길을 떠나게 된다. 그는 무수한 수행과 고난을 거쳐 결국 그가 그토록 찾던 진리가 자신 안에 있는 '참 자아'라는 사실을 확연히 알게 된다. 이것이 바로 '견성'의 순간이며 '돈오'의 순간이다.
그런데 견성을 한 그 사람은 과연 그동안 자신이 지은 모든 업장에서 단번에 벗어날 수 있으며, 전지전능한 부처님과 바로 동격이 되었다고,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솔직히 선언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는 영원불멸의 '참 자아'를 각성함으로써 이제 부처의 세계에 태어났지만, 아직 갓난아기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부터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거이래의 수많은 습기와 무집과 아집의 때를 지워나가면서 끊임없이 성장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점수'의 과정이다. 그러나 요즘 일부에서는 조그마한 깨달음을 가지고 부처님과 어깨동무를 하는 망자존대妄自尊大의 경우가 빈번히 생기고 있다.
물론 선정을 통하여 '참 자아'와 만나고 있는 그 순간에는 현실계를 초월할 수 있을 것이나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에도 결단코 업의 굴레를 받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차라리 근래의 대선사인 경허스님처럼 자신의 심정을 담담하게 애기하는 것이 진정으로 솔직하고 위대한 것이 아닐까?
단박에 깨달아 내 본성이 부처님과 동일한 줄은 알았으나, 수많은 생애를 살면서 익힌 습기는 오히려 생생하구나. 바람은 고요해졌으나 파도는 여전히 솟구치듯, 이치는 훤히 드러났으나 망상이 여전히 일어나는구나. - 경허선사 성우 -
허공을 자유로이 넘나들도록 깨친 뒤에라도 끊임없이 자신의 업장?습기를 조심해야 한다. 인간은 언제라도 과오를 저지를 수 있는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란 존재이다. 인간이 타락하지 않았다면, 아니 타락할 수 없었다면, 부처고 해탈이고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 그래서 인간은 항상 겸손히 정진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닦은 만큼 계속 성장해간다. 우리의 어두운 업보를 정화시킨 만큼, 우리가 나와 남을 위해 공덕을 쌓은 만큼, 무수한 닦음을 통해 우리가 얻은 지혜와 자비의 수준만큼, 우리는 한 계단 한 계단 진화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모든 업을 정화시키는 날, 진정한 부처가 될 것이다. 오로지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가고 갈 뿐이다. 이것이 돈오점수이다.
5. 회통불교 전통의 부활 및 자타불이, 요익중생의 불교로 거듭나라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고 워낙 정보의 순환이 빠르다 보니 인도나 동남아시아, 티벳 등의 불교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전파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거 인도에서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건너오면서 왜곡된 불교의 원형이 지금에 와서 잘 알려지기도 한다. 또한 소승이냐 대승이냐 금강승(밀교)이냐 또는 위빠싸나 수행이니 간화선 수행이니 하면서 서로의 수행론들이 교류하기도 하고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논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그 핵심은 간단하다. 자신의 '참 나'를 투철하게 깨닫고, 선정에만 머물지 말고, 우리의 무지와 아집의 때를 지워나가면서 지혜를 얻어, 나와 남이 결국은 둘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을 알고, 자비의 마음으로 남의 입장을 헤아리며 중생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책에서는 특정 이론이나 계통에 얽매임 없이 불교에서 말하고자 하는 근본핵심을 바로 지적해 드러내는데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리하여 소승불교의 사성제(四聖諦 : 苦集滅道), 사법인(四法印 : 一切皆苦, 諸行無常, 諸法無我, 涅槃寂靜), 4선정禪定, 위빠사나와 대승불교의 중생구제론, 유식론, 간화선 그리고 밀교(금강승)의 호흡법과 차크라(에너지의 중심센터)수련법 등 다양한 불교의 수행과 지식체계를 일이관지로 절묘하게 조화시켜서, 부처님의 본래 주장을 온전히 밝히고자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리하여 이 책은, 원효대사 이래의 한국불교의 고유한 특색인 회통사상(선종과 교종의 조화를 추구)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자타불이(自他不二, 나와 남이 둘이 아니다)와 요익중생(饒益衆生, 중생을 넉넉히 돕자)이라는 한국불교 전래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이상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세상은 물질문명의 폐해로 날로 황폐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의 역대 고승들이 끊임없이 전해온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은 다시금 훌륭한 치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