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314조 제1항 위헌소원
[2022. 5. 26. 2012헌바66]
【판시사항】
가. 형법 제314조 제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다. 심판대상조항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헌법재판소는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고(97헌바23, 2003헌바91, 2009헌바168), 이후 대법원은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전격성과 중대성을 위력의 판단기준으로 하여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 범위를 위 결정 당시보다 축소하였다. 그럼에도 구체적 사건에 있어 어떤 행위가 법적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지에 관하여 여전히 의문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형법규범의 일반성과 추상성에 비추어 불가피한 것으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형법규범이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선례와 달리 판단할 사정변경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나. 심판대상조항이 대부분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상의 처벌조항보다 형이 더 중하다 하더라도, 이는 보호법익이나 죄질이 다르고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고, 심판대상조항이 법정형의 하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다.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합헌의견
대법원은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확립된 해석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는 이를 존중하여 그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부분이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노사관계의 형성에 있어 사회적 균형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는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고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거래질서를 보장하며, 경우에 따라 국민의 일상생활이나 국가의 경제적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은 집단적 실력행사로서 위력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사용자의 재산권이나 직업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고, 거래질서나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정한 단체행동권의 행사에 대하여는 제한이 가능하다.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이미 세 차례에 걸쳐 합헌결정(97헌바23, 2003헌바91, 2009헌바168)을 내리면서 ‘권리행사로서의 성격을 갖는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이 단체행동권의 보장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과,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 노동법상의 요건을 갖추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행위를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로 보고 다만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기본권의 보호영역을 하위 법률을 통해 축소하는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후 대법원은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구성요건해당성 단계부터 심판대상조항의 적용범위를 축소함으로써 헌법재판소 선례가 지적한 단체행동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나 위축 문제를 해소하였다. 이에 따라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쟁의행위는 단체행동권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사용자의 재산권, 직업의 자유 등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행위로 한정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 요건을 갖추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단체행동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일부 위헌의견
이 사건의 쟁점은 심판대상조항이 쟁의행위 중 유형력이 수반되지 않은 채 단순히 근로자들이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음으로써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행위(이하 ‘단순파업’이라 한다)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처벌대상으로 하는 것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대법원은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위력의 포섭 범위를 축소하였으나, 이로 인하여 단순파업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규범 내용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
심판대상조항은 위법한 쟁의행위로부터 사용자의 영업이나 사업수행이 방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산업평화 유지 및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이미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의 주체, 시기, 절차, 방법 등을 제한하는 상세한 규정이 있음에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라는 포괄적인 방식으로 대부분의 노동조합법상 처벌조항보다 더 중한 형으로 단순파업 그 자체에 대하여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여 근로자들이 단체행동권 행사를 주저하게 하는 위축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단순파업은 어떠한 적극적인 행위요소도 포함하지 않은 소극적인 방법의 실력행사로서, 그 본질에 있어 근로계약상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채무불이행과 다를 바 없어, 단순파업 그 자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근로자의 노무제공의무를 형벌의 위하로 강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에 있어 근로자 측의 대등한 협상력을 무너뜨려 단체행동권의 헌법상 보장을 형해화할 위험도 존재한다.
대법원이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단순파업의 위력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전격성과 결과의 중대성을 들어 위력의 포섭 범위를 제한하고 있으나,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하는 쟁의행위의 전후 사정과 경위 등을 종합하여 사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므로, 법률에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근로자들이 사전에 노동조합법상의 정당성 문제를 명확하게 판단한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근로자들은 단순파업에 나아가는 경우에도 항상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여야 하므로, 이는 그 자체로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단순파업은 그 본질에 있어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의 문제이므로, 정당성을 결여한 단순파업에 대해서는 민사상으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고 이로써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파업을 억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제재수단으로 형벌을 택한 것은 형벌의 보충성 및 최후수단성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단순파업 그 자체에 대해 형법상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행사에 심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고, 노동조합법이 공정하게 조정하고 있는 노사 간의 균형을 허물어뜨릴 뿐만 아니라, 국가가 노사 간의 자율적인 근로관계 형성을 위한 전제조건을 제대로 마련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제한되는 사익이 더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 중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쟁의행위 가운데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인 단순파업에 관한 부분은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