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우한코로나 확진자 발생
정부 지침도 내려와 분위기 변화
26일 오전 8시 30분, 기획재정부가 있는 정부세정청사 4동 1층 현관 바깥에 마스크를 낀 공무원 수십 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면 현관 안에 있는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우한 코로나 위기 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된 지난 24일 오후부터 열화상 카메라로 모든 출입자의 신체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출근 시간에 병목현사응로 긴 줄이 생긴 것이다. 대기 줄에 있던 한 사무관은 "사무실 들어가려고 출근 시간에 줄을 선 것은 공무원 생활 시작 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우한 코로나 사태의 무풍지대였던 세종시가 뒤늦게 공포로 얼어붙고 있다. 그동안 세종시는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한 코로나 사태에 둔감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고 거리에서도 10명에 1~2명 정도만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도, 청사 내에서 회의를 하는 공무원들도 거의 대부분 마스크를 쓸 정도로 바뀌었다. 지난 주말 세종시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데다, 예방을 강화하라는 정부 지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나 민원인들이 청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열화상 카메라 앞을 지나야 한다. 열이 높다고 측정된 사람들이 시간을 두고 다시 열을 재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대기 장소'도 청사 1층에 생겼다. 각 부처 청사 1층은 대개 커피숍이나 테이블이 놓여 있어 종일 붐비곤 하는데, '대기 장소'가 마련된 뒤부터는 눈에 띄게 줄었다. 농식품부 한 사무관은 "말 그대로 대기 장소지만 왠지 모르게 옮을 것만 같은 찜찜함 때문에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고 했다.
점심시간 풍경도 바뀌었다. 대개 공무원들은 오전 11시 30분이면 식사를 하러 외부에 나간다. 그런데 지금은 구내식당이나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이틀 연속으로 점심과 저녁을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시켜 먹었다"고 했다. 외부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공무원들이 저녁 약속도 대부분 취소하면서 청사 인근 상인들은 울상이다. 세종시 어진동 중앙타운건물의 한 음식점 관계자는 '저녁에는 예약이 늘 가득 찼는데 요새는 반의반도 안 찬다"고 했다. 부처들은 공식 행사도 최소화하고 있다. 기재부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려던 납세자의 날 행사(3월3일)을 취소하고 대폭 간소화해 진행하기로 했다. 국세청도 27일 김현준 국세청장이 전주 남부 전통시장을 방문하려 했지만 취소했다.
출처 : 매일경제신문 2020년 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