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문상칠
주문하지 않은 나이 한 살이 택배로 배달되었다. 연말 주문이 폭주하여 배송이 늦어지고 있음을 우선 알린다고, 최선을 다해 늦어도 새해 1월 1일 0시까지는 정확히 배달된다고 했다. 송년을 맞이하면서 친구로부터 난데없는 이-메일이 한 통 전달된 것이다. 매년 무심코 맞이하는 일이지만 한 통의 이-메일을 받은 순간 머릿속이 어리둥절할 뿐이다.
어린 나무도 나이가 들수록 성장을 거듭하고 열매를 맺듯이 나이를 한 살 먹는다는 것은 어린이에게는 성장을 의미한다. 반면 어른들에게는 노화를 재촉하는 과정이다. 나이는 해마다 좋든 싫든 찾아오는 방문객이다. 어린이에게는 기대되는 반가운 손님이지만 어른에게는 거절하고픈 불청객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른들에게는 질병과 고독함과 경제적 빈곤이 내 집 대문을 두드린다. 또한 자기 할 일이 상실되기도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점점 의욕과 열정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년기에 다 초라하지 만은 않다. 역사적으로 모세는 80세에 민족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하였고,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한 것도 80이 넘어서였다고 하니 나이를 먹어도 열정만을 잃지 않는다면 새 역사를 창조한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에서는 1896년 1월 1일부터 양력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 전에는 음력을 사용한 셈이다. 음력설을 쇠어야 한 살을 먹은 것이다. ‘설을 쇠다’의 뜻은 새해를 맞아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지니는 날이라고 전해 온다. 설을 쇠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사람마다 의미가 다르다. 어른이 될수록 성숙되어가는 마음의 나이를 먹는다. 어린 시절에는 육체적 성장과 동시에 정신적 성장이 함께 한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긴 시간동안 새로운 가치관을 깨달아가는 것이다.
예나 다름없이 지금도 설을 쇠고 나면 육십갑자에 따라 태어난 아이는 띠를 가진다. 띠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고 믿었다. 음력 섣달에 태어난 아이는 띠가 애매하다. 음력 섣달은 양력 정월에 해당된다. 따라서 계사년 음력 섣달에 태어난 아이는 뱀띠로 할 것인가 아니면 갑오년 정월에 태어난 것으로 여겨 말띠로 할 것인가 생각에 잠긴다. 올해 을미년 새해는 특히 청양의 해라 하여 양과 같이 온순하면서 행동이 민첩하고 무리 짓는 성향 때문에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는 아이가 태어난다고 좋아한다. 사람들은 자기 생각에 맞는 좋은 띠를 택한다.
우리 집 둘째 애는 음력으로 갑인년 섣달에 태어나 범띠지만 양력은 을묘년 정월이 되어 토끼띠가 된다. 사람들은 사내아이인데 좋은 범띠를 두고 왜 토끼띠를 택하느냐며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거든다. 토끼띠보다는 범띠가 훨씬 좋다고 하여 모두가 범띠로 부른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범같이 사업에 활발히 뛰고 있다. 좋은 생각이 미치는 대로 지혜로운 삶이 되도록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레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아직 우리가 살지 않은 날들이다.” 라 했다. 가장 아름다운 날, 다음 날들을 반갑게 맞아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새 출발을 다짐해야겠다. 노년을 맞이하는 우리들에게 앞날의 새로운 보람은 사랑, 봉사, 여유, 용서, 아량을 가지는 것이다. 특히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간을 머금은 단풍도 제 때를 알고 제 몸을 불살라 아름다움으로 봉사하고 다음 세대를 준비한다. 노년을 맞는 우리도 차곡차곡 보람을 쌓아가며 아름다운 삶을 준비하리라.
택배로 받은 나이가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다짐을 한다. 한해가 더욱 보람되게 하기위해 열정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나이가 불청객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 010-2503-2706
첫댓글 감사합니다.
깨끗한 원고라 손 볼 것도 없겠습니다.
흔적 5호로 모십니다.
文校長. 귀한글 잘 보았소. 愚友도 택배 받았소. 도와가며 아름다운 삶을 아름답게 꾸며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