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충남 논산, 그
중에서도 은진미륵으로 유명한 관촉사를 거쳐
탑정호, 계백 장군 묘소 등을 하루 코스로 둘러
보자.
논산 시내에서 건양대 방향으로 가는 643번
버스를 타고 10여 분을 달리면 고찰 관촉사에 도착한다.
4월이면 논산에서 관촉사에 이르는 이 4km의 길이 온통 연분홍 벚꽃으로 뒤덮일테지만
지금은 붉은 기운만 꽃처럼 매달려 있어 앙상하다.
날씬하게 솟은 일주문을 지나 다소 펑퍼짐해
보이는 천왕문에 이르자 멀리서만 보이던 담장이 바로 머리 위로 올라 앉는다.
'예전엔 없었건만' 하는 아쉬움에
자꾸 머리 위 담장을 쳐다보게 되지만 두 눈 부릅뜬 사천왕상 앞에선 어느 결에 묻혀지고 만다.
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이어지는
계단길은 그리 울창하지 않다. 하지만 제법 큰 나무들이 손을 뻗듯
길손을 안내하고 있어 운치있다.
또 계단 오른편으로 보이는 '나무아미타불'이라 적힌 바위가 파랗게 이끼 돋아 있는 모습도 보기 좋다.
한창 공사중인 보재루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자 거대한 2층 규모의 대웅보전이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고려 우왕 12년에 창건된 고찰치고는 새로 지어져 고풍스런 멋이 느껴지지
않는 대웅보전을 스치듯 지나자 관촉사의 중심 당우인 미륵전이 보인다. 미륵전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들자 처마 밑으로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서 있는
거대한 석불 하나가 보인다.
흔히 '은진미륵'이라 부르는 이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 제218호)은 언뜻 보기에도 푸근한 고향집 어머니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그 편안함을 능가하는 규모(높이 18.2m, 둘레 9.9m, 귀의 길이 3.3m)에
놀라고 만다.
또 얼굴과 갓 부분이 절반을 차지하는 우스갯말로 '얼큰이(?)' 부처여서 은진미륵은 더욱 정이 간다. 마치 가분수 인형 같다.
은진미륵 앞으로 미륵전과 나란히 일자로 서 있는 석등과 배례석도 눈길을
끈다. 석불 바로 앞에 있는 석등(보물 제232호)은 방형식 고려 석등으로, 크고 장중하나 1층 화사석의 네 기둥이 가늘어 조금 불안한 느낌을 준다.
또 석등에서 약 10m 떨어진 배례석(충남 유형문화재 제53호)은 절을 찾은
불자들이 부처에 제물을 바치던 곳으로, 연꽃 세 송이가 새겨져 있다.
하늘을 향해 화사하게 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연꽃 무늬 배례석을 뒤로 하고 다음으로 찾아간 곳이 은진미륵 바로 앞에 있는 미륵전이다.
이 미륵전 안에는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고 유리창을 두어 법당 안에서도 밖에 있는 은진미륵의 하얀 미소가 보이도록 해 이채롭다.
이 외에도 관촉사에는 종루, 삼신각, 해탈문 등의 볼거리가 있다. 이 중 관촉사 삼신각은 올라볼 만한데, 단정하게 정리된 계단을 따라 오르는 길이 운치있을 뿐 아니라 은진미륵과 키 높이를 맞출 수 있어 무엇보다 좋다.
또 아침에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도 장관이다. 황산벌 비닐하우스 단지 사이로 붉게 올라오는 아침해는 바다 일출과는 또 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다음 여행지인 탑정호는 관촉사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10여 분을
달리면 나타난다.
알려지지 않은 탐조 명소인 탑정호(190만평)는 충남에서 2번째로 큰 호수로,
매년 겨울 이면 4~5백 마리의 원앙이
찾아든다.
오리류도 7~8만 마리가 찾아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탑정호에 가까워질수록 새들의 애처로운 울음소리며 날개짓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 온다.
날개를 퍼덕이며 비상하는 철새들을 따라 수문 쪽으로 조금만 더 걸으면 어느새 발길은 탑정마을(버스 하차 지점)을 지나 넓고 시원한 호수 앞에 닿는다.
눈보다 먼저 마음으로 바람이 비집고 들만큼 물빛이 서늘하고 고와 가슴 한켠이 싸해진다. 시선 가는 곳마다 연둣빛 봄이 보이는 듯 마음 또한 달뜨고,
호수 건너편 산자락에 가 닿는 시선도 한결 풋풋해진다.
호수를 끼고 돌게 돼 있는 순환로를 따라 걷기를 20여 분. 오른쪽으로 멋진 카페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루체, 레이크힐, 엘파스 등과 함께
일송정 등 붕어찜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도 여럿 보이고 모텔들도 한두 군데 모습을 드러낸다.
수도권 지역의 카페촌과 달리 한적하고, 너른 호수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연인과 함께 차 한 잔 마시고 가기에 제격이다.
그리곤 다시 걷는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2시간)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지만 순환로 가 끝나는 별장가든 앞까지는 천천히 걸어갔다 와도 된다. 하지만
시간이 넉넉하거나 자가용을 가지고 간 경우라면 호수를 한 바퀴 돌 것을 권한다.
탑정리와 조정리, 신풍리에 걸쳐 조성된 호수의 풍광이 모두 달라 호수를 한
바퀴 돌아야만 제 모습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순환로가 아직 완공되지 않아 신풍리 쪽은 계백장군 묘소가 있는 곳에서 진입해야 하지만 나머지 탑정리와 조정리 쪽은 차로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고 가는 탑정리 쪽 호수는 바다같이 넓고 깊지만 별장가든에서 산길을 걸어 가야하는 조정리 쪽 호수는 늪지 같은 모습이다.
좌대가 여럿 놓인 낚시터의 한가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곳도 조정리 쪽이고, 물 속에서 나무가 자라는 희귀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도 조정리 호수다.
탑정호를 둘러본 다음에는 다시 버스를
타고 논산으로 되돌아 나온다.
논산에서 신풍리로 가는 버스를 타면 30여 분이 채 안돼 계백 장군 묘역에 닿게
되는데, 신풍리로 가는 그 길이 그 옛날
계백 장군이 5천 결사대를 이끌고 김유신 장군의 5만 신라군을 맞으러 말 달리던 황산벌이다.
그러나 상전벽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일까. 딸기, 포도밭으로 변해 버린 그곳 어디에도 분노를 억누르고 5천 결사대를 이끌던 계백의 비감한 절규는 들려오지 않는다.
드디어 성충, 흥수와 더불어 백제 3충신으로 손꼽히는 계백(?∼660) 장군의
무덤. 수락산 나지막한 언덕에 안온하게 자리잡고 있는 그곳은 현재 성역화
사업으로 터만 넓게 잡아 놓아 썰렁한 느낌이다. 딸랑 하나 있는 기념관도
공사를 이유로 휴관중이고, 오가는 이들도 적다.
하지만 넓게 잔디밭이 조성돼 있고 전망대 및 산책로가 단정하게 구비되어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론 제격이다.
어른 3~4명이 손잡고 둘러싸야 할 정도로 큰 장군의 묘역(유허지)도 그윽한
송림으로 둘러 싸여 있어 운치있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탑정호 전망도 멋지다.
특히 계백 장군 묘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탑정호 일몰은 압권이다. 군데군데 있는 무덤들과 어울려 묘한 느낌을 주는데 오소소 소름이 돋는 느낌이다.
만약 이 느낌이 싫거나 무섭다면 해가 지기 전에 탑정호로 내려서는 것이 좋다.
계백 장군 묘역에서 신풍리 쪽으로 조금 더 전진하다 보면 탑정호로 가는 길이 나오는데, 호수 전체를 물들이는 일몰이 눈부시다.
해질녘이면 고기잡이 어선들까지 호수 위를 떠다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광이 연출된다.
교통 정보
▶ 자가운전
회덕I.C를 기점으로 삼아 호남고속도로 논산I.C로 들어가 관촉사~탑정호~계백 장군 묘소를 둘러본 뒤 서대전I.C로 돌아 나오는 게 정석이다.
먼저 관촉사는 논산I.C에서 논산 시내로 향하다 논산시 사거리에서 국도 1번을 타고 대전 방향으로 400m 정도 가다 만나는 643번 지방도를 타면 되고, 탑정호는 관촉사에서 643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농협 은진 주유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가면 된다.
또 계백 장군 묘소는 논산읍 사거리에서 대전 방향으로 6.5km 가면 왼쪽으로 황산벌 휴게소를 지나 충곡농협 지소가 있는 곳에서 우회전한 뒤, 안내
표지판을 따라 4km 들어가면 충곡서원, 충곡저수지를 지나 계백 장군 묘소에 닿게 된다.
▶ 대중교통
충남 논산은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호남선 열차를 이용, 논산역에서 내려도
되고,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06:30부터 19:50까지 1시간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논산행 고속버스(소요시간은 약 3시간)를 이용해도 된다.
관촉사는 논산 시내에서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건양대.가야곡 방향 시내버스(06:00~21:30)를 타면 되고, 탑정호는 관촉사에서 부적면 탑정리와 가마바위로 가는 시내버스(1시간 간격 운행)을 타면 된다.
다시 논산 시내로 돌아 나와 가야 하는 계백 장군 묘소는 논산 시내버스터미널에서 신풍리행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30여 분이 소요된다. 관촉사까지는 10분 정도가 소요되며, 관촉사에서 탑정호까지는 20여 분이 걸린다.
숙박시설
관촉사 주변에 좋은세상(041-735-6943) 등 민박집이 여럿 있으며, 탑정호
주변에 레이크힐(041-742-8851~3), 그랜드모텔(041-742-4547) 같은 숙박시설들이 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숙박지는 단연 레이크힐.
노래방과 레스토랑을 부대시설로 두고 있는 레이크힐은 특히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데다 가격 또한 그리 비싸지 않아 인기다.
하루 숙박료는 비수기, 성수기에 상관없이 4만~9만원선. 지어진지 오래되지 않아 객실도 깨끗하고 분위기 있다.
음식점
관촉사나 계백 장군 묘소보다 탑정호 주변에 먹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탑정호 주변에는 민물 매운탕집이 밀집해 있는데, 탑정호에서 잡히는 붕어찜과
닭도리탕이 일품이다.
일송정(041-742-5539), 등나무집(041-741-1553), 호반가든(041-741-5668), 별장가든(041-742-5597), 호수가든(041-741-5425) 등이
있는데 이 중 일송정이 모범음식점으로 지정되어 있다. 또 탑정호 주변에는
카페나 레스토랑도 많다.
레이크힐 레스토랑(041-742-8851)은 저수지를 배경으로 한 우아한 분위기를 자랑하며, 루체(041-741-7202, 레스토랑·카페)는 시원한 실내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또 엘파스(041-741-9577, 카페)는 호수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분위기가
앙증맞아 젊은층에게 좋을 듯하다. 건축중인 어드레스도 눈에 띄는 건물 외관을 하고 있다.
기타 정보
▶ 관촉사
- 입장료 : 어른 1,500원, 학생 및 군인 1,200원, 어린이 800원
- 관람시간 : 하절기 07:00~19:00 동절기 07:00~18:00
- 주차료 : 소형 1,500원, 대형 3천원(24시간 기준)
- 문의 : 관촉사(041-735-4296), 논산시 관광안내센터(041-73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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