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스타치 피부석입니다. 곰보돌이라고도 합니다. 언뜻 보면 막돌, 썩돌, 푸석돌같이 아무돌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거친 다공성의 단단한 표면이 예사 형상은 아님을 알수 있습니다. 스타치석은 일반적인 매끈한 수석과는 다른 질감을 보여줍니다. 강질의 오돌도돌한 돌표면에 별 모양의 무늬 형상을 가진 이 돌은 석영(Quartz)이나 변성암의 내부 광물들이 방사형 결정 구조로 독특하게 배열되면서 형성된 것이라 합니다. '스타치(Starch)'라는 이름은 영어 단어 "Star"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돌은 동물 형상이 언뜻 떠오르기도 하고 산맥이나 고요한 풍경도 연상시킵니다. 비대칭적이고 자유로운 곡선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살리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길이 30cm, 높이 14cm, 너비 9cm라는 크기는 비교적 큰 편으로, 시각적으로도 묵직하고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자연스러운 녹회색과 질감의 조화는 고요하고 차분한 느낌을 던져준다고 생각되는데 사진으로는 독특한 질감과 분위기가 잘 표현되지 않네요.
가끔씩 인터넷으로 수석 경매에 참여합니다. 돌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매번 감탄하게 되지요. 화면 속에 등장하는 돌들은 저마다 고유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생김새를 보며 이름을 짐작하고, 산지를 추정하며, 가치를 평가하는 순간, 마치 돌이 아닌 한 사람의 생애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 돌들이 몇십만 원, 때로는 백만 원 훨씬 넘게 낙찰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놀랍고도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이 돌들은 단순한 취미의 대상이 아니라 어떤 이들에게는 자기 삶의 조각에 가치투자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나는 정작 경매가 끝나고 나면 때로 울적한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왜 내 삶은 이렇게 단순한가, 쪼잔하고 초라한가, 유찰만 하는 내 삶의 값어치는 얼마쯤 될까 하고 말이지요. 지나온 시간이 헛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불쑥불쑥 찾아옵니다. 돌을 쥐고서 이 돌이 내 인생이라면 어떨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얼마나 단단하고 패임이 깊고 매끈하게 다듬어졌을까, 아니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약한 돌일까. 이렇게 비교하다 보면 내 삶은 여전히 막돌처럼 투박하고 부족한 것만 같아 가슴 한구석이 시립니다.
하지만 되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없습니다.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한다고 해도, 결국 그 선택은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그때의 최선이었고, 지금은 그 최선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일 뿐입니다. 지난날을 후회하거나 다른 삶을 상상하기보다는, 지금 내 손에 쥐어진 이 돌을 어떻게 연출해 더 다듬을지 생각하는 편이 낫습니다.
돌을 고르는 마음처럼 삶에서도 무엇을 품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 고민하는 법을 배웁니다. 강가를 걷다 보면 흩어진 돌들처럼 저마다 다른 모습과 무게를 가진 선택들이 떠오릅니다. 어떤 선택은 평생 품고 가야 할 돌처럼 느껴지고, 또 어떤 선택은 흘러가는 물에 맡겨 버려야 할 무거운 짐처럼 다가옵니다. 강물은 늘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며 돌을 깎아냅니다. 돌은 그렇게 씻기고 패이며 제 형태를 갖추고, 물은 그 과정에서 더 맑아집니다.
돌을 하나하나 살피다 보면 내 인생도 그렇게 깎이고 다듬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막돌이나 썩돌에 눈길이 가지 않듯, 삶에서도 버릴 것은 버리고 알맹이만 남겨야 한다는 걸 배웁니다. 강물은 꾸준히 흐르며 제 갈 길을 만들어갑니다. 물길이 돌을 품으며 흘러가는 모습은 마치 시간이 나를 감싸며 흘러가는 듯 느껴집니다.
오늘도 머리속은 강가를 따라 걷습니다. 돌들을 살피고, 물결의 흐름을 따라가며, 내 삶의 단면을 하나씩 들여다봅니다. 단단한 돌과 부드러운 물이 조화를 이루듯, 내 삶도 그 둘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아가고 있겠지요. 그렇게 시간을 품으며 나 자신을 조금씩 다듬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