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비하면 오늘은 비가 살살 내렸습니다.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하시는 말씀이
"우리 마을은 복받았어~ 다른 곳은 물난리인데 우리는 그런곳이 없잔아~" 하십니다.
어르신들께서 그렇다면 그러한가 싶습니다. 비가 덜 오는 것에 감사함을 생각하며 오늘도 장터 출발합니다.
9시 15분,
저 윗 토방서 손짓하시는 어르신. 바로 부랴부랴 올라갑니다.
지난주 안사셨던 계란 한 판 사신다고 하십니다. 이제 다 드셨나봅니다.
그러고 차로 돌아가니, 회관 총무님도 오십니다.
"우리 외상값 있제? 거 다 하게~" 하십니다.
그리곤 윗집 어르신은,
"저기 윗집 어르신 살게 많다고 하니, 마당까지 들어가게~" 하십니다.
어르신들 말씀하시는대로 물건드리고 마당에 들어갑니다.
"여까정 와줘서 고맙네. 라면 저 안매운놈 하나랑, 짜장라면 하나, 계란 하나, 그리고 그 국시 있지~ 국수 하나랑... 그리고 두홉까리 하나"
평소 술을 안사시던 어르신이었는데, 술을 사시는거보고 아들이 오시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라고 하십니다.
술을 안마셔도 집에 술이 있어야한다는 어르신.
"아니 손님이 와도 내어줘야하다보니 그래도 하나 둬야 할 것 같어~" 하십니다.
물건 드리고 다음 마을로 부랴부랴 또 가봅니다.
9시 45분,
지난주 아이스크림 요청이 있던 어르신. 회관에 계신다고 했는데, 회관에 안계십니다. 집으로 부랴부랴 갑니다. 아이스크림 녹기 전에 전달해드려야하니 마음이 급합니다. 집에가니 남자 어르신 계십니다. 그러곤 잠시 뒤따라 여자 어르신 오십니다.
"왔소?" 하시며 물건 확인하시는 어르신.
"온김에 그..모기약하고 계란, 그리고 콩나물 하나 갖다 주쇼" 하십니다.
어르신들은 불렀다하면 미안한 마음에 물건 하나라도 더 사주십니다. 그런 어르신들 마음 덕분에 가능하면 최대한 집으로 한 번 더 갑니다.
10시,
어르신 댁으로 들고갈 물건 챙깁니다. 요구르트 5줄, 빵, 황도, 그리고 어르신 좋아하실만한 종합제리.
오늘도 현관에 앉아계시는 어르신. 손짓하십니다. 밖에 내놓기가 어려워 집안으로 들어가서 물건 내놓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오늘도 요구르트, 빵, 황도를 고르십니다. 그리곤 종합제리도 선택하셨습니다. 어르신의 마음을 잘 읽어드린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 손이 어려워 드시기 어려워하셨습니다. 바로 뜯어서 메론맛 제리하나 입에 넣어드리니 좋아하십니다. 하나 더 뜯어 드리니 좋아하시는 어르신. 요구르트도 한 줄 모두 빨대에 꼽아 티비 앞에 둡니다.
혼자서는 드시기 어려운 신체적인 어려움이 계속해서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은 어떻게 하는 것이 도울 수 있는 일인지 만나뵐 때마다 늘 고민이 되는 지점입니다. 구매까지는 되지만, 직접 먹는것은 어려운 그런 상황을 극복해내는 일에 대한 고민.
10시 15분,
집 마당에서 손짓하고 계시는 어르신. 요양보호사 분이 함께 있습니다.
물건 구매하러 나온 그 순간, 요양보호사분이 언성이 높아집니다.
"아따.. 잔돈하고 금액 맞춰 놨는데, 그새 또 어디다 놨어~~" 하십니다.
천천히 하셔도 괜찮았는데.. 어르신도 적잔히 당황하신 모습이었습니다. 그러곤 요양보호사님은 제게 연락처를 달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앞으로 전화하면 들려달라는것으로 이해해주세요~" 하십니다.
저도 요양보호사님에게 천천히 해도 괜찮으니 보채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10시 30분,
오늘은 돼지고기를 사는 날이셨는데, 오늘도 넘기시는 어르신. 3주째입니다.
3주 째 담주에 산다고 하셨던 어르신이었는데, 인지에 문제가 생겼을지, 아니면 집에 고기가 있는데 부담스러워서 넘기시는 것인지,
따로 한 번 여쭤봐야겠다 싶습니다.
10시 40분,
지난번 막걸리 선결제 한것 포함해서 오늘까지 두병함께 사시는 어르신.
두부 한모까지, 계산이 깨끗하십니다. 오며가며 늘 점빵차를 보면 소리치시는 어르신. 그 덕분에 저도 깜짝깜짝 놀라곤 하지만 그래도 점빵차를 꾸준하게 애용해주시는 어르신이 고맙습니다.
11시,
"잠깐 기다려봐~~"
잠옷 바람으로 잠시 문 밖을 나온 어르신.
오늘은 세제와 삼양라면을 사십니다.
"그 전에 하이타이 살 때는 잘 녹지 않더라고~ 이게 눌러져버려~"
그래서 액체 사제를 써보신다고 합니다.
그리곤, "혼자 사니깐 밥 맛도 없고, 입맛도 없어~ 안매운 라면 하나 끓여먹으면 좋지 뭐" 하시는 어르신.
재가노인복지센터를 이용하시면 참 좋은데... 외부 식사 의존은 회관이 유일합니다. 날이갈수록 기력이 더 쇠해지고 있는 어르신,
적극적으로 모셔야할지 고민이 됩니다.
11시 15분,
마당에서 나오는 어르신. 딱 마주쳤습니다.
"딱 맞게 나왔네."
이번주말에 아들이 오나봅니다. 막걸리, 댓병, 두부, 콩나물 사시곤,
"손주가 좋아할만한게 뭐가 있나?" 하시길래 마이쮸 추천해드렸습니다.
과자를 사도 손녀가 먹지 않으면 아무도 안먹으니, 잘 먹는거 추천해드려야합니다.
"고양이가 있어서, 안에 들여다 놓고 가야겠네. 먼저 가게~" 하시는 어르신.
물건 들여다놓고 회관서 함께 식사하시려고 오시려나봅니다.
11시 30분,
어르신댁이 오늘 북적북적합니다. 알고보니 사위가 왔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아휴 사위는 백년 손님이라고... 원래 오늘 오는 날이 아닌데, 왜 왔는지 몰러~~" 하십니다.
그러시곤 사위랑 손주들이 먹을것들 함께 고르십니다.
"저번처럼 음료수 섞어서 줄수있나?" 어르신 말씀대로 한 박스에 안에, 사이다, 콜라, 포카리 캔 음료수 섞어 드립니다.
그리고 고등어, 부탄가스, 그리곤 사위 좋아하는 카스 캔맥주 한 박스 사십니다.
그래도 손님이라고 사위 좋아하시는 것 사시는 어르신. 사위 사랑은 장모님입니다.
11시 40분,
회관에 도착하니 어르신들을 비롯해서 다들 조금씩 물건을 사주십니다.
콩나물, 홈키파, 쌈장, 두부, 사시는 물건들이 다 비슷비슷합니다.
"내 이름 알지? 내 이름 위로 올려놔~~"
어르신들도 포인트 적립제를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신년 간담회 할 때 쌓여있는 포인트를 보시곤,
"그래도 내가 여기서 많이 갈아줬제?" 하시는 그 말씀이 어르신들에게는 자부심을 올려드릴 수 있는 말씀입니다.
11시 50분,
회관에서 오늘은 다 같이 모이시나봅니다. 어르신들 인사드리며 지난주 공병 수거 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한 집은 찾다찾다 도저희 안되서, 못갖고 왔다고 하시니, 어르신께서 웃으시며 다시 정리해서 꺼내놓겠다고 하십니다.
공병창고에 가득차있어서 다음주에 갖고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다시 와서 수거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3시 40분,
오후 날이 개이고 있습니다. 언제 비가 왔냐는듯, 순식간에 개입니다. 파란 하늘이보입니다.
농부들은 논에서 피를 뽑기 바쁩니다. 논 속에 숨어 있습니다. 숨밖꼭질일까요.
13시 45분,
건강체조가 막 끝났습니다.
"울 집에 갖다 놨지?" 하시는 어르신.
지난주 한 번 막걸리를 사다놓지 말라는 어르신 말씀이 있어서, 안갖다 놨다고 말씀드리니,
"다시 매주마다 갖다 놔줘~~" 하십니다. 1주일에 4병 드시는 것이 어르신에게는 딱 적절하신가봅니다.
"비타 오백 있는가? 있으면 석전 쉼터에 좀 갖다 놔주게~"
차에는 갖고 다니지 않지만, 바로 배달해드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곤 다른 어르신은 이거 다 해치워야해~ 하며 수박 한쪽을 주십니다.
다른 어르신들은 모두 드셨다고 합니다. 혼자서 수박 4쪽을 해치우고 있다가 주변을 보니 어르신들이 저만 쳐다보고 계십니다.
뭔가 부끄러우면서도 부담이 되는 것 같았지만, 어르신들께서는 먹는것 자체가 보기 좋다면서 남은것도 싹 다 먹고 가라고 하십니다.
어르신 말씀대로 남은 수박 다 먹고 감사 말씀드리며 이동해봅니다.
14시 5분,
어르신 댁에 낯선 차가 와있었습니다. 아들이라고 합니다.
어르신 평소에 자주사시는 우유 말씀드리며, 매주 1번씩 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드님께서는 처음 아셨는지, 궁금한것들 여러가지를 여쭤보십니다. 그러면서 우유값을 계산해주시며 남은 잔돈은 다음번 구매할 때 같이 결제해달라고 하십니다.
어르신들은 자녀들이 모두 다 집으로 보내준다고 하셔서 점빵에 살게 없다고들 하시지만, 실제로 자녀들이 부모님들에게 얼마나 자주 생필품을 공급하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자녀들일 실제 어르신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사는지 알게 되면 자녀들이 점빵을 통해 전달할 수 있을까요? 싼 값에 물건을 배달할 수도 있지만, 집집이 어르신들 안부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복지서비스를 함께 연동해드리는 우리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지역의 작은 상권 유지에 자녀들도 함께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조금 더 고민해봅니다.
14시 30분,
오늘은 회장님이 바로 나오셨습니다. 외상값 결제하러 오셨습니다.
근 1달이 지났습니다. 무슨일이 있으셨겠지요. 오늘 구매하는 모든 물건들은 다 결제를 하고 가셨습니다.
추가로 외상을 하실줄 알았는데, 안하셨습니다. 다른 문제가 없으시길 바래봅니다.
윗집 다른 어르신 오셔서 화장지 한통 달라고 하십니다.
평소 카스 맥주를 자주 사셨던 어르신. 그간 공병값으로 처리해드립니다. 공병값 모두 제하고 나니 1400원으로 화장지 한통 사십니다.
어르신께서도 기분좋게 화장지 한통 들고 가십니다.
아랫집 어르신, 동태 있냐고 여쭤보시곤 상태 보시더니, 3마리 달라고 하십니다.
물건 살 때 꼼꼼하게 체크하십니다. 작은 물건 하나라도 하자 있으면 안됩니다.
15시 20분,
회관에 들렸다가 나오는 길,
하늘은 맑고 날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잠시동안 바라본 풍경에 한 숨 돌립니다.
비 오고 난 뒤 습과 함께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
오늘 하루는 이걸로 끝내야겠다 싶었습니다. 다른 마을들 잠시 들려보지만, 조용합니다.
이번주 장사는 비와 습으로 고된 1주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주, 매출이 낮았던 것에 비하면 매출이 보완되어서 다행이었고, 감사했습니다.
언제나 점빵을 생각해주시는 어르신들 덕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