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임이 진행되는 중에 누군가 나한테 사진 강의를 요청했다. 아주 핵심만 간단하게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사진을 배운 적이 없다. 아날로그 사진기를 사용할 때도 특별히 사진기를 조작하지 않고 초점만 맞춰서 찍었다.
디지털카메라가 일반화된 요즈음은 사진 찍기가 더 편하다. 자동으로 설정해 놓으면 노출도 자동이고 초점도 다 맞춰준다. 단지 보이는 화면 안에 어디까지 담을지만 결정하면 된다. 멀리 있어서 잘 안 보이는 것은 확대해서 찍는다.
그런데 내가 찍은 사진을 본 사람 중에 사진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 감사하다는 인사는 하지만 사실 좋은 사진인지 난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활동하는 사이트에서 다른 사람들 사진을 유심히 분석해 보았다. 그랬더니 바로 답이 나왔다.
사진은 그림과 달리 사실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즉, 그림에서는 보여주기 싫은 대상은 그리지 않으면 그만이다. 사진은 그럴 수 없으므로 화면 안에 담고 싶은 대상을 잘 선정하고 화면을 움직이면서 찍기 싫은 대상을 피해야 한다.
나는 화면을 순간적으로 세밀하게 살핀다. 상하좌우에 사진에 넣고 싶지 않은 뭔가가 들어와 있지 않은지. 그러나 요즘 휴대폰 기능이 좋아서 원하는 만큼만 남기고 사진을 잘라버리면 그만이니 이런 기술은 별 의미가 없을 듯싶다.
나는 사진에 손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소위 '뽀샵'이라는 것. 그것은 원형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내 사진이 좋다는 이유가 뭘까 하고 유심히 분석해 보니 그것이 아닐까 하는 한 가지가 있다.
구도. 넣기 싫은 대상을 빼면서 한 화면에 적당하게 대상이 자리 잡는 것. 그래서 한 폭의 그림같이 느껴지는 것. 이것이 내가 내 사진에서 찾아낸 소위 '사진 잘 찍는 법'이다. 사진 전문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두 가지 이유로 웃을 가능성이 많다.
첫째는 아주 초보적인 이론조차도 모르고 사진을 찍는 것이 우스워서. 둘째는 남들이 좋다고 하니 진짜 사진이 괜찮은 줄 알고 이렇게 사진 잘 찍는 법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우스워서.
위의 사진은 11월 22일[토] 늦가을 비가 내린 후 봉은사를 산책하면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