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안 입은 조센징 뭐야? 빠가야로! 얼른 뛰어오지 못해!”교문 앞에서 일장기가 그려진 모자와 제복을 입고 목검을 든 권재호 교사의 호통소리에 아이들이 당황한 듯 멈춰 섰다. 하지만 이내 선생님을 알아보고는 “뭐야? 쌤이잖아”라며 폭소를 터뜨렸다. 삼삼오오 몰려가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 학생의 날, 선사고 교문지도 풍경 . 학생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 강성란 | |
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는 지난 1일 학생의 날을 맞아 일본순사로 변장한 교사들이 목검을 차고 교문지도 행사를 벌였다. 광주학생운동에서 시작된 학생의 날의 유래를 알아보고 학생인권과 학교자치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자는 취지에서다.
학교 정문에는 ‘84돌 학생의 날 기념 응답하라 1929, 학생은 역사의 주인공입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교복 안 입을래?”교사가 교복이 안 말라서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에게 “입고 말려!” 윽박질렀지만 학생들은 신이 났다. 사이또, 다까기 마사오 등 일본 이름표를 달고 동분서주하던 교사들은 적발된 학생들에게 운동장 한 켠에 마련된 학생의 날 관련 전시물에 쓰인 ‘황국신민서사’를 읽게 하거나 다양한 종류의 기합을 주었다.
▲ 황국신민서사를 읽는 벌칙을 받고 있는 학생들 © 강성란 | |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학생에게는 “당황하셨어요? 저도 제가 일본순사 복장을 하고 소리질러서 당황했어요
”라며 우스개로 상황을 넘기기도 했다.
교문 옆 자리가 복장불량과 태도불량으로 적발된 학생들로 거의 채워졌을 즈음 태극기를 든 학생 대여섯 명이 교문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필사적으로 뛰던 학생들은 이내 ‘
체포’됐다. 앉았다 일어나기 기합을 받으며 ‘대일본제국 만세’를 외치라는 순사들의 지시에 몇몇 학생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다 순사에게 잡힌 학생 © 강성란 | |
‘대한독립 만세’ 퍼포먼스를 한 3학년 홍순찬 학생은 “재미로 한 것이지만 평소 모습과 다르게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는 선생님들을 보니 낯설다”면서 “매일 이런 식으로 교문지도를 하면 피곤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다른 학교에서도 정말 사라진 것일까?
구경하는 학생들 사이사이를 누비며 30센티미터 자를 들고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를 재던 서우정 교사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1학년 이도은 학생은 “재밌다”면서도 실제상황이라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헉~”소리와 함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학교 다니기 싫을 것”이라고 손을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그 순간, 각시탈을 쓴 학생 십여 명이 우르르 교문을 통과하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번에도 교사들은 목검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거나 무릎을 꿇리는 등 교문지도를 계속했다.
퍼포먼스를 준비한 2학년 이찬모 학생은 “어제 선생님들이 일본순사 흉내를 내신다고 해서 친구들끼리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라고 했다. 고준서 학생은 “중학교 때는 맨날 이런 거(교문지도)를 해서 싫고 짜증났지만 오늘은 등교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선사고는 이날 학생의 날 관련 계기수업을 진행하고 연극 공연, 퀴즈 대회를 통해 학생의 날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를 재고 있는 여교사. © 강성란 | |
이날 행사를 기획한 김대선 교사는 “학생회에서 ‘학생들에게 자유·인권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 학생의 날 하루만 교사들이 아이들을 엄격하게 통제해줄 수 없느냐’는 요청이 있어서 교사들이 교문지도를 제안했다”면서 “학생들이 ‘태극기를 들고 만세 부르는 퍼포먼스도 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매년 학생의 날 행사를 진행하면서 그 의미를 알고 있는 학생들이 이번에는 새로운 이벤트를 추가한 것.
그는 “이전 학교에서는 체벌도 하고 지휘봉을 들고 수업에 들어갔었는데 지금 우리 학교에서는 지휘봉을 들고 수업에 들어가는 것도 어색한 분위기”라면서 “아이들이 오늘 행사를 통해 학생인권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전국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생처럼 교복을 입고 교문지도를 하거나 학생의 날 기념버튼을 학생들에게 선물하는 등 학생의 날을 축하하는 교사들의 마음을 담은 크고작은 행사들이 열렸다.
첫댓글 제목보고 진짜인줄 착각했네요..ㅎㅎ
ㅋㅋ 저두
와~~~
어느 학교에요? 정말 의미있고 재미있겠어요.ㅎㅎ 학교가 이러면 얼마나 가고 싶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