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3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로비나 거리에 있는 여행사에서 우붓 이동 경비를 물어보니 700리부를 달라고 한다. 너무 비싼 것 같아서 그냥 나와 걸어가는데 첫날 만났던 삐끼와 부딪쳤다. 우붓 가는 택시는 600리부라더니, 중간에 사원을 들르면 650을 줘야 한단다. 역시 비싸다. 잘 잡힐까 불확실하다고는 하지만 그랩에는 400 조금 넘게 나오는데... 잘란잘란 카페를 검색해서 나온 여행사(?) 왓츠앱으로 연락해 보니 사원 들렀다가 우붓까지 가는 데 500리부란다. 그 정도면 괜찮은 가격 같다.
2024.1.24
로비나에서 우붓으로 가는 길은 예상했던 대로 구불구불 산길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우붓이지만, 중간에 들르기로 한 힌두사원에도 기대가 컸다. 브라딴 호수 옆에 세워진 유서깊은 사원인데 발리의 유명 사원 중에서도 예쁘기로 으뜸이라는 후기가 많았기 때문.
과연 듣던대로 아름다웠고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발리를 짧게 다녀오는 관광객들은 남쪽 해변이나 우붓에만 집중하니 이런 예쁜 사원을 못 보겠구나. 입장료는 75리부.
행사가 있는 날인지, 관광객 차림이 아닌 신도들도 많이 보였다.
우붓 첫 숙소는 자빠하우스(Japa House)라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잘란잘란 카페에는 발리 숙소가 비싸다는 하소연도 많고 20만원대 저렴이 숙소를 추천해 달라는 글도 많지만, 우리는 3박에 750리부 - 하루 21,000원짜리 숙소를 잡았다. 물론 시설도 서비스도 비싼 호텔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왕궁에서 가깝고 주인 친절하고 방 깨끗하고 간소하지만 맛있는 조식도 있어서 큰 불편은 없다. 더구나 방 앞 발코니(라기보다는 2층 옥상 위에 방을 들이고 그 앞에 테이블을 놓아둔 거지만)에서 보이는 시내 뷰도 장난이 아니다. 방이 단 두 개 뿐이라 예약이 차는 날이 많은 게 흠? 3일 후에는 빈 방이 없어서 다른 숙소로 옮겨야 했다.
점심은 숙소에서 가까운 와룽 엔젤에서 먹었다. 다음에 한번 더 갔으니 맛집은 확실하고... 가격이 싼 편은 아니다. 똠얌과 닭고기 탕수, 음료 포함 187리부
점심을 먹고 슬슬 걸어가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왕궁이 있다. 건너편에는 우붓 시장이란 이름의 상가 건물이 있는 이 동네가 중심가인가 보다. 그런데 왕궁은 이름값을 못한다. 족자와 솔로에서도 왕궁이란 이름이 과분해 보였는데 여기는 그보다도 훨씬 작은 규모. 특별히 보여줄 만한 것도 없는 모양하다. 다만 저녁마다 공연이 있어 왕궁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 같다.
왕궁 앞에서 공연 입장권을 파는 상인이 호객을 하길래 들어보니, 발리의 유명한 공연인 께짝(Kecak) 댄스가 마침 오늘 (매주 수요일) 7시에 열린단다. 이건 봐야지. 일 인 100리부.
좋은 자리를 잡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30분쯤 일찍 공연장(티켓에는 Batukaru 사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공연은 사원 내부가 아니라 외부 주차장에서 열린다.)에 도착했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맨 앞자리는 놓쳤지만 뒷줄에서도 별 문제는 없다.
원래 께짝 댄스는 웃통을 벗은 수십명의 남자들이 께짝께짝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 특징인데. 이곳에서 하는 공연만 여자들이 께짝을 담당한다고 한다. (티켓 판 아저씨가 강조함). 공연 내용은 라마야나가 시타를 찾아서... 원숭이 왕 하누만이 어쩌고 하는... 족자 왕궁 공연에서 봤던 그 스토리다. 께짝 소리도 특이했고 배우들 연기도 열심이라 공연은 볼 만했는데, 다만 맨 나중에 맨발로 불을 끄는 초능력자(?) 쇼는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공연을 보고 왕궁 쪽으로 내려오다가 에어컨이 돌아가는 카페가 보여서 들어갔는데, 생각만큼 시원하지는 않았다. Titik Temu.
2024.1.25
어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관광객 역할을 했으니 오늘은 좀 쉬어야지. 날이 뜨거워서 낮에는 돌아다닐 엄두가 잘 안 나기도 했다. 그래서 숙소에서 빈둥거리다가 점심도 배달시켜 먹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 와룽 마깐 부 루스(Warung Makan Bu Rus)에서 폭립과 사떼 정식을 시켰는데 과연 입에 착착 붙는 맛이다.
마냥 쉬자니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무료로 시범 운영 중이라는 스마트셔플을 타고 몽키포레스트를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호출에 응한 셔플 기사는 엉뚱한 위치로 가버렸고 연락도 안된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슬슬 걸어서 갔다. 왕궁에서 몽키포레스트 쪽으로 가면서 보니 여행자 거리 분위기가 난다. 그에 비하면 우리 숙소 쪽은 그냥 로컬 주거지 분위기. 오후 4시 뜨거운 태양 아래로 걸어가기에는 다소 먼 거리다.
입장료는 80리부. 안에는 원숭이가 많이 보였고 숲길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었지만, 5시가 넘었어도 아직도 여전히 너무 덥다. 마냥 돌아다니지는 못하고 일부만 구경하고 돌아나왔다.
이번에는 스마트 셔플이 제대로 와서 (타는 위치 때문에 조금 헤매긴 했지만) 시원하고 쾌적한 차를 (공짜로)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