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조류(鳥流)
두루미(학) / 재두루미 / 황새 / 왜가리 / 백로
14. 두루미(鶴/Crane)
〔크기〕 키 1.4m 〔먹이〕 잡식성 〔사는 곳〕 아시아 동부지역<멸종 위기종>
두루미는 두루미 과(科)의 겨울 철새로 몸은 흰색이며 눈가, 턱밑, 목 부분과 꼬리가 검은색이다.
머리 꼭대기에는 붉은 피부가 드러나 있으며 잡식성이고 주로 만주, 시베리아 등지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에는 10월 하순 정도에 온다. 유사종(類似種)으로 재두루미, 흑두루미도 있다.
두루미는 머리 정수리 부분이 붉은색이어서 ‘단정학(丹頂鶴)’이라고 불렸으며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I급,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별칭으로 학(鶴)이라고도 한다.
15 황새(Stork)
〔크기〕 키 1.2m 〔날개 길이〕 180~200cm 〔무게〕 4.4~5.4kg
황새는 황새 과(科)의 조류로 신체적 특성상 성대(聲帶)가 없어 울음소리를 못 낸다.
대신 부리를 빠르게 부딪쳐서 ‘따다다다닥’ 하는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걸로 대화도 하고, 적을 위협할 때 쓰기도 한다. 부리와 날개 끝부분은 검은색을 띠며 머리와 온몸이 흰색, 다리는 붉은색이다.
황새도 몇 가지 종이 있는데 한국 종(種)은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말이 있는데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게 남을 따라 하다가 고생한다는 의미이다. 황새는 성큼성큼, 뱁새는 아장아장.... 뱁새는 너무 작은 꼬마 새이다.
<황새의 슬픈 사연>
황새는 원래 동아시아권과 러시아 동부에 분포해 있었으나 한국전쟁(6.25) 이후 거의 소멸했다가 1959년부터 가끔 나타났지만, 밀렵꾼에게 사살당하는 비극을 겪는다.
1971년에 오랜만에 충북 음성(陰城)에서 황새 한 쌍이 발견되어 4월 1일 자로 대대적으로 보도가 있었는데 4월 4일, 이용선(李龍善)이라는 사냥꾼이 숫놈을 쏘아버렸다. 그러다 언론에 이 사건이 크게 보도되자 이틀 만에 경찰에 자수하고 새를 내놓았다. 죽은 황새는 조류연구자들이 참여하여 부검 후 박제로 만들었고, 범인인 이용선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형을 받고 살다가 21년 뒤인 1992년, 6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당시 암컷은 다행히 총에 맞지 않고 위험을 피해 어딘가로 사라졌고, 수컷이 사살된 바로 다음 날인 4월 5일에 황새 부부가 낳아서 품고 있던 알 4개까지 없어졌다.
4월 9일, 경찰이 범인을 잡고 보니 황새 관리인 집 머슴과 이웃에 살던 친구가 황새 알이 신경통에 좋다는 풍문을 듣고 훔쳐내어 두 개는 깨어 먹고 두 개는 잿더미 속에 묻어둔 것을 발견하였다. 경찰은 이미 금이 간 한 개와 무사한 한 개를 회수하여 인공부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 황새 한 쌍이 자연에서 관찰된 우리나라 마지막 황새였다.
암컷은 한 달 뒤에 돌아왔고 1983년까지 12년 동안 매년 혼자 둥지로 돌아와 무정란을 낳아 품으며 홀로 지냈다. 동네 사람들은 이 황새를 과부 황새라고 불렀고, 동네 사람들과 얼굴도 익혀서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슬프게도 83년 8월에 농약 중독으로 비틀거리다가 구조되어 그때부터 창경원 동물원에서 보호받으며 지내다가 서울대공원으로 옮겨가 1994년 사망, 그 뒤로 국내에서 황새를 발견한 적은 없었다.
16. 왜가리(Heron)와 백로(白鷺/Egret)
〔크기〕 키 1m 〔무게〕 2kg 〔먹이〕 새우, 개구리, 쥐, 뱀 〔사는 곳〕 아시아 소택지
왜가리는 사다새 목(目) 왜가리 과에 속하는 새로 날개폭이 155~195cm나 되는 중대형 조류이다.
왜가리는 두루미나 황새처럼 먹이를 물어서 잡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서 있다가 긴 목을 작살로 찍듯 뻗어서 뾰족한 부리로 먹이의 아가미나 두개골을 관통시켜 잡으니 어찌 보면 새 중에서 상위 포식자(捕食者)에 해당한다. 예전에 시끄러우면 ‘왜가리 마냥 소리를 지른다.’라고 표현했는데 왜가리 우는 소리가 ‘으악, 으악’ 하는 것처럼 들려서 ‘으악새’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경기도 지방 방언으로 ‘억새풀’을 ‘으악새’라 하니 혼동된다. 백로(白鷺)는 왜가리와 같은 목(目)의 새인데 왜가리와의 차이점은 온몸이 완전히 흰색 깃털로 덮여있어 백로(白鷺/Egret)라는 이름이 붙었다.
백로는 주로 소나무밭에 보금자리를 꾸미는데 나무꼭대기에 보금자리를 꾸린 다음 지독한 배설물(똥)을 계속 맞다 보니 나무는 똥독이 올라 죽기도 한다.
그러나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숲에 배설물을 남기니 강의 질소를 숲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둥지를 튼 나무 자체는 죽지만 결과적으로 그 나무 밑과 주변의 식물들은 잘 자란다.
그뿐만 아니라 쥐나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인간에게 이로운 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옛말에 ‘까마귀는 겉은 검지만 속은 희고, 백로는 겉은 희지만 속은 검다.’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과 거리가 멀고 한편으로 생각하면 백로가 훨씬 더 좋은, 품위 있는 새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