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57372&PAGE_CD=&BLCK_NO=&CMPT_CD=M0028 *비슷하지만 다른 내용 보시려면 위 주소 클릭~
어랑님이 일요일 오후 5시경 밀양 간다고 했습니다. 저는 주말에 할일이 없어 심심했는데 잘되었다 싶어 어랑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밀양 같이 가도 될까요?"
어랑님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그러죠 뭐"
4월 21일 일요일 오후. 저는 다시 어랑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왕 가는거 혹시 좀 더 일찍 가서 밀양 송전탑 건립반대 농성장 한 번 들르면 어떨까요?"
어랑님은 잠시후 오후 3시에 보자고 했습니다.
오후 3시 경 버스 타는 곳에 기다리니 어랑님이 승용차를 몰고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우린 밀양으로 향했습니다. 차타고 가는데 어랑님이 송전탑 농성장 가면 맨손으로 갈수 있겠느냐 했습니다. 저번에 다녀온 분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라면과 커피가 필요할거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옥동에 있는 우리생협에 가서 구입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어랑님은 또 "그러죠 뭐" 라고 했습니다. 어랑님은 언제나 너털웃음을 보이며 긍정적으로 답했습니다. 우리는 잠시 옥동 우리생협에 들러 라면과 커피를 샀습니다. 거금 5만원이 들었습니다. 모두 어랑님이 냈습니다. 괜히 송전탑 농성장 가자고 했나 싶어 미안했습니다. 제 주머니엔 땡전한푼 없어서리 보탤수도 없었습니다.
1시간 남짓 걸려 밀양에 도착했습니다. 어랑님은 신부님께 전화를 걸어 그분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밀양은 처음 가봅니다. 신부님은 강변에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우리가 도착했을땐 행사가 끝나가 철수하는 중이었습니다. 신부님은 우릴 반갑게 맞았습니다. 태화강처럼 널다란 강이었는데 물도 깨끗하고 강위엔 다리로 저어 가는 배도 다녔습니다. 강건너엔 옛날 사대부들이 신선놀음 하던 집도 보였습니다. 옛날 기왓집이었는데 산속에 운치있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같이 가서 밥이나 먹고 가지요."
밀양 녹평모임 하는 분들이 그리 말한거 같습니다. 큰 교회 뒷편에 조금은 초라한 건물에 여러 단체가 모여 있는 거 같았습니다. 전교조 간판도 보였구요. 두레생협 글자도 보였습니다. 함께 행사하신 분들이 모여서 시끌벅적 했습니다. 적은 수 지만 건강한 사회, 나라를 만들려는 그분들의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사무실 안에는 학생들 공부방도 있고 작은 생협도 만들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모두 좋은 분들 같았습니다. 신부님을 존경하고 있는듯 보였습니다. 울산에도 훌륭한 신부님 같은 분이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분식으로 저녁을 시켰습니다. 푸짐한 저녁을 먹고 5월 모임을 밀양과 울산 합동으로 한 번 하자는 의견을 모으고 그곳을 나왔습니다. 그곳 실무자에게 밀양 송전탑 농성장을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 본 후 다시 차를 몰고 길을 나섰습니다. 대항리 19번지 치고 네비로 가면 갈수 있다고 했습니다. 네비가 가르키는대로 따라가니 큰 길을 지나 산속으로 안내했습니다. 입구쪽에 또 산 꼭대기 길목에 두 곳에서 농성 막사를 만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650고지 높은 곳에 별장같은 집을 짓고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더이상 갈 길이 없어 우린 다시 온길을 돌아 내려가다 산위에 있는 막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막사 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할머니가 두세분 계셨습니다. 길 옆에는 이런저런 현수막들이 많이 붙어 있었습니다. 막사 안은 훈훈했습니다. 할머니들은 우리를 경계했습니다.
"우리는 울산에서 송전탑 농성장을 방문했습니다."
그제서야 할머니들은 우릴 들어오게 했습니다. 바닥은 울퉁불퉁 했습니다. 장기 농성을 준비하기 위해 구들방을 임시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제작년엔 컨테이너에서 겨울을 났는데 웃풍이 세서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막사를 만들고 구들을 놓아 불을 땐다고 했습니다. 농성장 안엔 전기도 들어오고 냉장고도 있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은 허리와 옆구리가 결린다며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1월 16일 할아버지 한 분이 분신사망 하신후 한전에서 잠시 작업을 중단하고 있고 지금 한전과 대책위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어 송전탑 건설은 하지 않고 있지만 언제 다시 한전에서 들이 닥칠지 몰라 돌아가면서 24시간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9년 째 송전탑 건설 반대를 주장하며 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할머니들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우리는 가져간 라면과 커피를 드렸습니다.
"외지 사람들이 우리가 이렇게 싸우고 있는 것을 몰라요. 울산 가시면 많은 사람들에게 밀양에서 송전탑 건립 못하게 농성중이라고 알려 주세요."
그분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송전탑이 세워진 마을을 시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곳에 가본후 송전탑은 세워지면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합니다. 소나 돼지 가축들이 새끼를 낳지 못하고 사람은 암으로 죽어 나간다고 합니다. 밤마다 윙윙 거리는 소리에 잠을 잘수 없어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더구나 세계 유래가 없는 특고압 전선이 머리위에 깔리니 송전탑이 세워지면 밀양은 사람이 살수 없는 곳이 된다고 합니다.
한전은 용역 깡패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돈 줄테니 나가라고 꼬신다고 합니다. 협상하는 전문부서가 있어 마을 주민을 교란하고 서로 이간질 하는 방법이 100가지가 넘게 있다고 합니다. 그 방법을 교육받고 투입된 사람들에게 넘어간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우리가 갔던 곳은 그나마 농성을 잘하고 있었습니다. 그 곳 주민중 14대째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사람도 있다 합니다.
그분들은 지쳐보이기도 했지만 끝까지 싸우겠다고 합니다. 보상금 아무리 쳐 줘도 못간답니다. 그곳을 지켜야 한답니다. 도시 사람들 전기 보충 시키기 위해 시골을 모두 망가 뜨리면 대한민국 미래는 뭐가 되냐고 합니다. 다음주 수요일인가? 송전탑 농성 문화제가 있다네요. 대한민국 공기업인 한국전력. 가진자 돈벌이 위해 시골을 박살내는 송전탑 건립. 후손이 살아갈 이 땅에 핵발전소만 늘리려는 안일한 공무원들.
할머니들은 대한민국에도 핵무기가 많다고 합니다. 전기시설로 쓰이는 핵발전소가 모두 핵무기 라고 합니다. 전쟁나면 어떤 넘이 그곳에 폭탄 하나 까넣으면 핵발전소가 어찌 되겠나고 묻습니다. 핵발전소가 터지면 그게 바로 핵폭탄 이라는 겁니다. 자연을 파괴하면서 전기 만들지 말고 자연을 이용해 전기 만드는 공법을 수용하라는 겁니다.
더 긴시간 이야기 나누고 싶었으나 우린 다시 울산으로 왔습니다. 할머니 몇 분도 이미 유서를 써놓고 농성중이라 합니다. 제발이지 한전에서 송전탑 건립만 고집 말고 지하로 매설하는 방법을 모색 바랍니다. 그것이 밀양 주민들의 한결같은 바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