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만에 만난 名詩와 백년전에 만난 名詩 (23년 한강문학 여름호 )
●.백년 만에 만난 名詩
광화문 솟대
印默 김형식
세워 세워
너 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
저 솟대 끝에
새 한 마리 앉아 있는 것 보이는가
법씨주머니
솟대 높이 달아매 놓은 것도 보이는가
새여
이 땅의 기운을 하늘에 전하라
씨알이여
인류의 생명을 살찌게 하라
9천년
민족의 역사를 품어 안고
비상을 꿈꾸고 있는 솟대
세워 세워
너 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
경거망동하지 말라
대마도는 우리 땅
독도는 대한민국의 땅
세워 세워
너 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
경거망동 하지 말라
솟대가 서있는 곳은
모두 다 우리 땅 대한민국의 땅
세워 세워
너 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
광화문에 솟대를 세우자
ㅡ.민족시인 윤동주와 김형식
<광화문 솟대>는 김형식 시인의 제3시집 《광화문 솟대》의 표제시表題詩다.
이 시집을 접하고 필자는 염통에서 찬바람이 빠져나가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 민족사를 돌아보면, 우리 민족은 931회나 타민족의 침략을 받았다.
그 중에 200여회의 무력충돌이 있었으며, 전 국토가 전화에 휩싸였던 때도 20여회나 된다.
시인들이여!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던 말인가!
부끄럽다!
김형식 시인은 뚜렷한 민족시인이다!
자랑스럽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詩 <참회록>은 저항抵抗의 시다.
윤동주는 참회록에서 수만 년 이상 인고의 세월을 버텨내며, 민족의 기상이 녹청錄靑으로 슬어있는 '청동거울'을 닦으면서, 민족사를 성찰 하고 탁마琢磨하는 과정을 시로 썼다면, 김형식의 시 <광화문 솟대》는 민족자존을 읊은 시다. 우리 심장의 피를 뜨겁게 달구는 시다.
하늘과 소통하는 단군족 전승의 정신적 지주인 '솟대'를 시적 대상으로 하여, 민족사를 바로 세워 나가야 한다는 절차切磋의 시, 희망의 詩를 민족의 광장 광화문에 우뚝 세운다.
"9천년/ 민족의 역사를 품어 안고/ 비상을 꿈꾸고 있는 솟대/ 세워 세워/너 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것. 그렇다! 일제에게 짓밟히고 빼앗기고 잃어버린 한민족사를 다시 찾고자 김형식 시인은 우리들 가슴마다 <광화문 솟대>를 세워 준다.
이제, 우리는 저마다의 '솟대'를 광화문 한복판에 우뚝우뚝 세워야지.
- 문학평론가 홍윤기의 <광화문 솟대> 평설 중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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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전에 만난 名詩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ㅡ.이제 나는 소망한다!
그 어느 즐거운 날이라 할지라도,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을 보지 못한다면 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어라
만 24세의 윤동주 시인은 젊은 나이임에도, 나라 잃은 슬픔과 그 암울
한 시대를 겪어내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 참회하는 그 모습!
"그 어느 즐거운 날이라 할지라도 어느 더 즐거운 날이 온다 할지라도,
이제 나는 소망한다.
지나온 하루하루를 부끄럽게 생각하며, 그동안 무슨 인생을 바라 살아
왔던가. 진솔한 고백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윤동주 시인의 詩 <참회록>(1942. 1)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각 개인 모두의 《징비록》이다.
(한강문학 23년 32호 115~119쪽)